[동자동 쪽방촌 방문] 후기
2026 참여연대 청년복지학교 참가자 이신희
청년복지학교 4일 차 오후에는 송아영 교수님의 주거권 강의에 이어, 동자동 쪽방촌 방문이 진행되었다. 서울의 중심부를 가득 채운 고층 빌딩과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오래된 건물과 좁은 골목, 작은 방들이 밀집한 쪽방촌이 자리하고 있었다. 마천루 사이에 존재하는 쪽방촌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우리는 매우 더운 여름날 가파른 언덕을 올라 동자동 사랑방에 도착했다. 그곳에 짐을 내려두고 세 개의 조로 나뉘어 투어를 돌았다. 우리 조는 두 명의 가이드님을 비롯하여 빈곤사회연대에서 나오신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쪽방촌 곳곳을 둘러보았다.


사실 동자동 쪽방촌은 처음 본 것은 아니었다. 2022년 한 교양 수업에서 동자동 쪽방촌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쪽방촌의 열악한 거주 환경과 이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약 4년이 흐르는 동안 쪽방촌은 다큐멘터리 속 모습과 얼마나 달라졌을지, 정부의 지원은 확대되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투어에 참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했던 만큼의 긍정적인 변화는 없었다. 끝없이 화려해지는 서울에서 이곳은 여전히 소외되어 있었다.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좁고 열악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고, 쪽방촌 일부가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되는 과정에서 기존 주민들이 쫓겨났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반면 정부는 2021년에 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 지정조차 하지 않으며 쪽방촌 주민의 희망을 짓밟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민들이 수년간 정부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당시 다큐멘터리를 보았을 때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동자동 쪽방촌은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쪽방 밀집촌이다. 경제개발이 시작된 1960년대에 일자리를 구하기 쉽고 교통이 편리한 서울역 근처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현재의 동자동에 일용직 노동자 등이 단기간 머물 수 있는 쪽방촌이 형성되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 인근 노숙인도 동자동 쪽방촌에 유입되며 그 규모가 크게 늘었다.1
그렇다면 최저주거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쪽방촌이 지금까지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명확한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쪽방은 보증금이 없거나 매우 적어서, 최소한의 목돈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유일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 겉으로는 ‘선택’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쪽방촌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하는 일을 살펴보면 쪽방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쪽방에서의 생활을 조금 더 견딜만하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폭염에 대비한 쿨링포그를 설치하고, 에어컨 설치와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서울시가 공급한 ‘디딤돌 하우스’, ‘새꿈하우스’라고 불리는, 이른바 ‘저렴 쪽방’이 충격적이었다. 저렴 쪽방은 기존의 쪽방 건물을 임차해 리모델링한 뒤 시세 70% 수준으로 재임대하는 사업이다.2
한층 깨끗한 환경에서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자체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한결 쾌적한 ‘쪽방’에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법적으로 정의되어 있지도 않은 거주 형태에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은, 헌법 제35조에 명시된 국가의 주거권 보장 의무를 저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게다가 기후 위기라는 문제를 맞닥뜨린 현재, 주거권은 생존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이번 방문은 유난히 더운 여름 진행되었다. 쪽방을 둘러보며 기억에 남았던 모습 중 하나는 더운 방을 피해 길거리나 골목에 나와 앉아 있는 주민들의 모습이었다. 집이 더위를 피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집 밖으로 나와야 더위를 견딜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장면은 주거권이 기후 위기와도 맞닿아 있음을 깨닫게 했다. 폭염은 모든 사람에게 찾아오지만 이를 견딜 수 있는 환경은 절대 동일하지 않다. 냉방시설이 갖춰진 주거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환기조차 어려운 작은 방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같은 폭염은 전혀 다른 재난이 된다. 기후 위기가 심화할수록 열악한 주거 환경에 놓인 사람들은 더욱 큰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한편,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쪽방촌 주민들은 수동적인 존재로 머물러 있지 않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끈끈하게 조직된 마을 공동체였다. 동자동 사랑방을 중심으로 주민들은 협동조합을 만들고, 병원에 동행하고, 주민의 장례를 치르는 등 서로를 돌보고 있었다. 또한, 난항을 겪고 있는 공공주택사업 추진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냄으로써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렇듯 주체적으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쪽방촌 주민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그리 달갑지 않다. 빈곤을 개인의 무능력과 나태의 결과로만 치부하는 사회에서, 쪽방촌 주민들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과 멸시는 정당화되어 왔다.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가리고, 그들이 쪽방촌으로 내몰린 과정에 대해 질문하지 않게 한다. 이는 헌법에 명시된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은 정부의 부작위를 두둔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묻고 싶다. 정부는 언제까지 쪽방을 조금 덜 덥게 만들고, 조금 덜 불편하게 만드는 것으로 주거권 보장을 대신할 것인가. 언제까지 쪽방촌 주민이 쪽방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주거복지라고 이야기할 것인가.
청년복지학교에서의 동자동 방문은 단순히 쪽방촌이라는 공간을 둘러본 경험으로 끝나지 않았다. 정부가 국민의 주거권과 주거 불평등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현재, 집은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삶의 기반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투쟁을 통해 겨우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주거는 시혜가 아니라 권리다. 정부는 헌법에 따라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적절한 주거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사업의 실질적이고 강력한 추진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
- 이은기, 「‘집다운 집에서 사람답게 살기’ 동자동의 꿈은 언제 실현되나」, 『시사IN』, 2026.4.8.,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594 (2026.9.2.) ↩︎
- 이원준, 「[르포] “리모델링해도 그 나물에 그밥”…서울시 쪽방촌 가보니」, 『뉴스1』, 2016.12.24., https://www.news1.kr/society/welfare-hr/2866880 (2026.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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