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6 2026-10-08   2195

[동향2] 아동청소년 마음건강,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 : 위기의 순간, 모든 아이에게 열린 문

류정희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 아이들이 아프다. 아이들의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것은 자살률이다. 뒤르켐(1897; 2008)은 자살률을 사회구성원들이 겪는 사회적 병리와 집단적 고통의 척도로 보았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2026) 「2025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25년 10대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8.6명으로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2011년 이후 14년째(2024년 9~24세 기준) 자살(성평등가족부, 2026b)이라는 사실은 스스로 생명을 포기할 만큼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마음건강정책이 충분히 닿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픈 아이들은 가정에도, 학교에도, 학교 밖에도, 아동양육시설에도, 거리에도, 소년법정에도 있다. 최근 실천현장에서는 가정 밖 보호를 받는 아동청소년 중 아픈 아이들을 ‘특수욕구’ 아동으로 분리해 지칭하지만, 특수욕구가 정신건강의 어려움과 지원의 필요를 뜻한다면 가정과 학교 안팎을 넘나들며 불안과 우울, ADHD와 경계선 지능, 부적응, 중독 등을 복합적으로 겪는 아이들 모두가 사실상 특수욕구 아동청소년이다. 이 글은 아이들의 마음이 어떻게 아픈지, 정부가 제시한 처방은 무엇이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진단하고,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색한다.

숫자로 보는 아동청소년 마음건강의 위기 

2025년 10대 자살률 역대 최고치

2025년 10대 사망자의 51.2%가 자살로 사망하여 자살은 10대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다. 10대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8.6명으로 전년 8.0명 대비 7.5% 증가하여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체 자살률이 2025년 27.8명으로 전년 29.1명보다 낮아진 것과 대조적이다(국가데이터처, 2026). 청소년 자살사망자의 추정동기도 정신적 문제(55.6%)와 관계문제(13.2%)의 비중이 높아 마음건강이 자살의 핵심 배경임을 시사한다.1 

중고생 2-3명 중 1명은 과도한 스트레스 경험

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우울감 경험률은 남학생 21.7%, 여학생 29.9%로 모두 전년보다 낮아졌으나, 여학생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50.3%로 전년 대비 0.4%p 상승했다(질병관리청, 2025). 청소년 3~5명 중 1명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0년간 여학생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남학생을 크게 상회하며 40~50%대를 유지해 왔고, 2025년 고등학교 여학생은 53.0%에 달한다.2 

정신과 진료 소아청소년 약 1.8배, 비자의입원 아동청소년 약 2배 증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생활 속 질병·진료행위 통계」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진료받은 소아청소년은 2020년 198,384명에서 2024년 350,337명으로 약 76.6% 증가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5).3 약물 처방도 빠르게 늘어, 2021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4년 반 동안 아동청소년 정신과 약물 처방 환자는 총 220만 명을 넘었다(의협신문, 2025). 입원 단계의 증가는 더욱 뚜렷하다. 정신의료기관에 비자의입원한 만 19세 미만 환자는 2020년 1,076명에서 2024년 2,126명으로 약 1.98배(97.6%) 증가했고, 입원 사유별로는 ADHD 등 행동문제가 약 2.51배, 우울·불안 등 정서문제가 약 1.83배 늘었다(서영석 의원실 재구성 자료; 의협신문, 2025).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가 약물치료를 넘어 입원치료 단계로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상의 주요 지표는 [그림1]에 종합하였다.4

아동청소년 마음건강 위기 지표

심화되는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위기의 특성

첫째, 스마트폰 과의존이 새로운 건강위험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 10대 청소년의 43.0%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잠재적 위험군 37.6%, 고위험군 5.4%)에 해당하며, 2024년 42.6%보다 0.4%p 증가한 수치이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6).5 이는 스마트폰 과의존이 일부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과 일상 기능에 영향을 주는 주요 건강위험 요인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둘째, 정신건강 위기는 단일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양상으로 나타난다. 여러 정서·행동상의 어려움을 동시에 겪는 고위험(High Risk)·고위해성(High Harm)·고취약성(High Vulnerability)의 ‘3H 집단’이 증가하면서 학교와 시설 현장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한 가지 문제를 가진 아이는 없다(Multi-problem Child in Multi-Crisis Family)’는 표현처럼 아동학대, 빈곤, 부모의 어려움은 학교폭력이나 따돌림 피해와 연결되어 폭발적 행동, 수업 방해, 등교 거부로 이어질 수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은 정신건강·교육·복지 영역이 연계된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다학제적 개입을 필요로 한다.6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관련 주요 정책 흐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정책 현황과 한계 

정부는 아이들의 정신건강 위기에 대응하여 일련의 마음건강정책과 자살예방대책을 발표해 왔다(표1). 이 가운데 「10대 청소년 자살예방 범정부 추진대책」은 10대 자살률을 2024년 8.0명에서 2035년 4.2명까지 낮추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2025년 10대 자살률은 이미 8.6명으로 기준연도보다 높다(관계부처 합동, 2026). 입법으로는 2026년 3월 「학생 마음건강증진 및 정서행동 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4월 「청소년복지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각각 발의되었다.7

이러한 대응에는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다.
첫째, 정책의 대상과 법적 기반이 학생에 한정되어 있다. 현행 정책은 교육부 중심, 학생 중심으로 설계되어 학교 밖 청소년과 거리청소년 등 제도권 밖 아동청소년을 포괄하지 못한다. 학교 밖 청소년의 자살시도율은 7.8%로 재학 청소년 2.7%의 약 2.9배(근사치)이고, 자살생각률도 21.1%와 11.6%로 더 높아(성평등가족부, 2026a; 질병관리청, 2025), 학교 밖이라는 사각지대가 실제 위험으로 이어지고 있다.8 국회에 발의된 학생 마음건강법안 역시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여 모든 아동청소년의 마음건강을 지원할 포괄적 근거가 되지 못하고, 「청소년복지 지원법」 개정안이 별도로 발의되어 학교 안팎의 입법이 이원화되어 있다.

둘째, 학교·지역·의료의 연계가 방향 제시에 머물러 있다. 교육부(2025)는 학교, 교육청, 의료, 지역이 함께 대응하는 체계로의 방향성을 제시하였으나, 협의체 운영 수준을 넘어 의뢰·회신·사후관리를 포함한 구체적인 연계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지역 차원의 보편적인 공공 예방체계가 미비하여 게이트웨이는 학교에 한정되어 있고, 마음바우처와 긴급지원팀의 확충은 학교에서 의료와 지역으로 넘어가는 문턱을 낮추지만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등 치료 공급 기반과 지역 서비스 연계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셋째, 예방에서 회복에 이르는 틀과 인력·재원이 학교의 경계 안에 머물러 있다. 교육부의 예방(사회정서교육)-조기발견(선별검사)-개입(상담·치료비 지원)-회복(등교복귀·유족지원) 틀은 전 단계를 포괄하고 인력(전문상담인력 100%)과 재원(교부금 전용 항목)의 목표를 연도와 수치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학교 밖 아동청소년과 지역에는 같은 수준의 예방-치료-회복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지 않고, 교부금 전용 항목은 교육재정의 다른 우선순위와 경쟁할 수 있어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남는다. 지역의 정신건강지원체계는 보편적 체계를 작동시킬 인력과 재원이 고질적으로 부족하여 학교 안의 확충이 지역의 공백을 대신하지 못한다.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정책의 과제: 모든 아이의 마음건강을 지키는 좋은 거버넌스 구축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은 생애주기별 정신건강 위험요인에 대한 촘촘한 지원과 급성기부터 퇴원 후까지 공백 없는 치료보장을 핵심과제로 제시했다(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 합동, 2026). 그러나 아동청소년 분야는 이 두 과제 모두에서 촘촘하지 않다. 스마트폰 과의존, 마약, 일반의약품 과다복용(overdose), 도박 등 위험요인은 다양해지고 있으나 대응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위기·응급 상황의 아이와 부모를 지원하는 체계가 없고, 아동청소년 전용 병동이 사실상 없어 성인 환자와 같은 병동에서 치료받다가 오히려 중독물질과 자살의 방법을 학습할 위험이 현장에서 제기된다. 학교와 지역사회 사이의 높은 경계로 연계는 듬성듬성하며, 급성기 이후의 사후관리와 회복지원은 사실상 마련되어 있지 않다. 서비스를 하나씩 늘리는 것만으로는 아이가 기관 사이의 경계에서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동청소년 마음건강정책의 핵심 과제는 좋은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거버넌스를 ‘사회가 국가, 시민사회, 민간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경제·정치·사회적 사안을 관리하는 가치, 정책, 제도의 체계’로 정의하고, 참여와 포용, 책임성과 법의 지배, 비차별과 평등을 좋은 거버넌스의 원칙으로 제시한다(UNDP, 2011). 이 원칙은 아동청소년 마음건강 지원체계에서 모든 아이를 어느 문으로든 지원하는 비차별(첫째), 아이를 끝까지 책임지는 주체와 컨트롤타워의 책임성 및 현장·당사자의 참여(둘째·셋째), 책임과 권한, 재원을 규율하는 법적 기반(넷째), 새로운 위험요인에 대한 책임 분담(다섯째)으로 구체화된다. 아래 다섯 가지 과제는 이러한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요소이다.

첫째, 방향과 원칙을 담은 아동청소년 마음건강체계의 프레임워크를 구체화해야 한다. 로드맵의 출발은 세 가지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1)지원이 필요한 아이는 누구인가, 2) 누가 이 아이들을 지원할 책임을 지는가, 3) 어떤 지원을 할 것인가이다. 첫 번째 질문의 답은 우리 사회의 모든 아이들이다. 가족돌봄아동, 특수욕구아동, 학교부적응 학생, ADHD 아동, 경계선 지능 아동 등 지금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리 붙는 이름표를 떼면 모두 같은 아이들이다. 어떤 게이트웨이로 들어와도 필요한 지원에 닿는 ‘잘못된 문이 없는(No Wrong Door)’ 체계가 되려면 학교뿐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보편적 예방 인프라가 확대되어야 하나, 현재 지역의 보편적 예방·상담은 사실상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중심이고 이 기관은 「청소년기본법」상 9세 이상 24세 이하만을 대상으로 하여 저연령 아동은 이용에 큰 제약이 있다. 두 번째 질문의 답은 아이를 끝까지 책임지는 주체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Wee 클래스·Wee센터), 성평등가족부(청소년상담복지센터), 보건복지부(정신건강복지센터)가 각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위기의 아이를 누가 조정하고 끝까지 책임지는지는 분명하지 않아 지원은 기관의 경계에서 끊기기 쉽다. 예방-치료-회복의 각 단계에서 협력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구분하고 의뢰로부터 사후관리까지 연계협력 프로토콜을 마련해야 한다. 세 번째 질문의 답은 위기의 수준에 따라 지원의 종류와 강도를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건강은 건강한 상태에서 위험, 위기에 이르는 연속선 위에 있으며(그림2), 모든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예방과 증진(1차), 위험 징후를 보이는 아이에 대한 조기발견과 상담·치료(2차), 자살·자해 등 위기상황에 대한 긴급대응과 집중치료(3차)가 각각 고유한 역할을 해야 하며, 한 단계의 공백은 전후 단계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연속선과 단계별 지원 대상


둘째, 한 아이를 지속적이고 종합적으로 살피는 시스템, 즉 예방-치료-회복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10대 청소년 자살예방 범정부 추진대책」(관계부처 합동, 2026)은 예방-조기발견-개입-회복의 전 단계 틀을 다시 강조했으나 학교-의료-지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는 제시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남는다. 1차 예방체계는 학교와 지역사회 모두에서 보편적으로 확충되어야 한다. 2차 개입·치료체계에서는 지역사회 공공의료체계가 제한적으로 작동하고, 민간 의료기관도 진료 증가 속에 포화상태에 이르러 서울 지역 정신건강의학과의 초진 예약 대기가 평균 3개월 이상인 ‘정신상담 오픈런’까지 벌어지고 있다(조선일보, 2025). 아동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아동정신건강복지센터는 2024년 기준 전국에 4개소와 분소 2개소에 불과하다.9 

3차 대응체계에서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은 “소아·청소년 전용 치료자원 현황 파악(’26년~) 및 전용 병상 확보(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 합동, 2026)”를 약속하였으나, 이행을 점검할 수 있도록 병상 규모와 이행 일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셋째, 다부처 인프라의 연계·협력을 총괄하는 컨트롤 기관을 두고 각 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학교-지역-의료 간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서비스는 여전히 부처별로 분절되어 있다. 교육부(Wee 클래스·센터), 성평등가족부(청소년상담복지센터), 보건복지부(정신건강복지센터)로 나뉘어 있고, 예방-조기개입-치료-회복으로 이어지는 단계형 연계체계와 학업 경쟁, 괴롭힘, 가족 문제와 같은 근본 원인에 대한 통합 전략이 없다(류정희 외, 2024). 이러한 틈에서 사법처분 아동과 보호종료 아동 등 고위험군이 누락된다. 따라서 세 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연계·협력 프로토콜을 마련하는 한편, 이를 총괄하는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컨트롤타워의 소속과 권한, 예산 조정 기능을 법제화해야 한다. 컨트롤타워에는 부처 뿐 아니라 현장 전문가와 아동청소년·보호자 등 당사자가 참여하는 구조를 두어 참여와 포용의 원칙을 반영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입구는 여러 갈래로 열어 두되 지원은 위기 수준에 맞는 하나의 체계로 묶으려는 시도가 나타난다. 영국은 학교 기반 정신건강지원팀과 예약 없이 이용하는 11~25세 조기지원 허브를, 호주는 학교가 아닌 청소년을 기준으로 12~25세를 위한 headspace와 상위 전문돌봄 단계를, 핀란드는 학교보건과 학생복지의 통합 및 필요 확인 후 4주 이내 심리치료 보장제도를 두고 있다.10 이들 사례는 학교 안의 예방 인력, 학교 밖에서도 열려 있는 입구, 더 높은 수준의 돌봄을 담당하는 전문 단계를 소속이 아닌 위기 수준에 따라 이어 붙인다는 점에서, 학교 중심 체계와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체계가 분리되어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넷째, 아동청소년 마음건강 지원을 위한 법적·재정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가정, 학교 등 다양한 주체 간 연계·협력이 중요하지만 주체별 책임과 권한, 지원 내용을 체계적으로 규율하는 법적 기반은 부재하다.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은 전 연령의 ‘자살위험자’ 예방에 중점을 두어 자살위험 이전 단계의 아동청소년을 지원하는 근거로는 한계가 있고, 가시적 성과 위주의 예산배분 체계에서는 예방적 성격이 강한 마음건강 분야가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러한 공백을 메우려는 입법은 재학생 중심의 「학생 마음건강증진 및 정서행동 지원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2217285)과 청소년상담복지센터·시설 중심의 「청소년복지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18406)의 두 갈래로 추진되고 있으나, 이러한 이원화는 세 가지 문제를 낳는다. 1) 아이가 학교를 떠나는 순간 적용 법률과 지원 주체가 달라져 자살시도 위험이 높아지는 바로 그 시점에 지원이 끊긴다. 2) 위원회·진흥원과 전문요원·정보시스템이 중복 설계되어 한 아이의 정보와 사례가 다시 나뉘며, 교총도 학생법안이 기존 학생맞춤통합지원체계와 중복되는 ‘옥상옥’이라고 비판하였다(교육언론창, 2026). 3) 청소년복지 지원법(「청소년기본법」상 9세 이상 24세 이하)과 재학생 대상 학생법안 어디에도 9세 미만의 학교 밖 아동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두 법안을 병행하기보다 학생과 청소년을 구분하지 않고, 책임과 권한, 재원을 규율하는 「아동청소년 마음건강지원법」(가칭)으로 통합·조정해야 한다. 통합법에는 예방-조기발견-치료-회복의 단계별 지원 원칙, 컨트롤타워와 범부처 종합계획, 학교와 지역을 잇는 표준지침과 정보공유체계, 전문인력과 재원의 근거를 담고, 이 법의 소관과 컨트롤타워의 소속·권한은 앞서 제안한 컨트롤 기관의 설계와 함께 정해야 한다.

다섯째, 디지털 과의존 등 새로운 위험요인에 대한 대응 책임을 컨트롤타워의 의제로 포괄해야 한다. 스마트폰 과의존은 10대 청소년의 43.0%가 위험군에 해당하고, 청소년의 13.5%가 지나친 사용으로 무기력하거나 우울하다고 응답할 만큼(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6) 마음건강의 새로운 위험요인이 되었으나, 대응은 부처별로 흩어져 있다. 「10대 청소년 자살예방 범정부 추진대책」이 미디어 이용습관 진단과 치유캠프 등을 계획했으나(관계부처 합동, 2026), 해외에서는 SNS 이용을 제도로 제한하고 플랫폼에 책임을 묻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11 디지털 과의존과 온라인 위해를 개인과 가정의 책임에 맡기지 않으려면 교육·보건복지·성평등가족·과학기술정보통신 등 부처와 플랫폼, 가정이 책임을 나누고 이를 마음건강 지원체계와 연계하는 역할을 컨트롤타워가 맡아야 한다.

자살률은 한 사회가 아이들을 어떻게 돌보아 왔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아픈 성적표이다. 우리는 그동안 많은 계획과 대책을 내놓았지만, 아픈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계획의 개수가 아니라 처음 두드린 문이 열리는가이다. 교실에서 울음을 삼키던 아이도, 학교 밖에서 길을 잃은 아이도, 병원 문 앞에서 석 달 넘게 기다리는 가족의 아이도 모두 똑같은 우리의 아이들이다. 아이의 위기 앞에서 ‘누구의 소관인가’를 묻는 사회와, 어느 문으로 들어오든 누군가 그 손을 잡아 주는 사회는 다르다. 그 차이를 만드는 일이 좋은 거버넌스이며, 그것은 한 부처의 과제도, 한 정부의 성과도 아닌 사회 전체의 약속이다. 그 약속이 지켜질 때 비로소 우리는 자살률이라는 숫자 뒤에 있는 한 아이 한 아이에게 ‘너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미주 |

  1. 경찰조서 기반 2024년 청소년 자살사망자의 추정원인 중 정신적 문제는 55.6%로 전체 연령(2023) 37.7%보다 크게 높고, 관계문제는 13.2%로 전체 연령(6.7%)의 약 1.97배이다(관계부처 합동, 2026). 전체 연령 수치는 경찰청 「2023년 경찰통계연보」(관계부처 합동, 2026에서 재인용)를 재분류한 것으로, 두 수치는 산출 기관·방식이 달라 직접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
  2. 학교급별로 여학생은 중학생 47.8%, 고등학생 53.0%로 학교급이 높을수록 높으나, 남학생은 중학생 32.8%, 고등학생 32.9%로 비슷하다. 스트레스 인지율은 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분율이다(질병관리청, 2025). ↩︎
  3. 연령별 최다진단은 0~6세 ADHD(11,521명), 7~12세 ADHD(86,797명), 13~18세 우울증(60,896명)이었고, 진료 인원은 남성은 7~12세(105,288명), 여성은 13~18세(94,784명)에서 가장 많았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5). 다만 이 시기 진료 인원 증가는 유병률 증가뿐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이용 변화, 사회적 인식 변화, 접근성 향상 등을 반영할 수 있어 정신건강 악화로 단정할 수는 없다. ↩︎
  4. 서영석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생(7~12세)의 우울증 환자는 2배 이상 증가했고, 청소년 여학생(13~17세)에서는 우울·불안 관련 약물 처방이 집중되었으며, 유아기(0~6세)에서도 항정신병약과 항우울제 처방이 급속히 증가했다(의협신문, 2025). ↩︎
  5. 성별로는 남학생의 위험군 비율이 46.6%(고위험군 6.7%)로 여학생 39.2%(고위험군 4.0%)보다 높았고, 학교급별로는 중학생 47.6%, 고등학생 41.5%, 초등학생 36.0% 순이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6). ↩︎
  6. 정신보건학적으로는 ADHD, PTSD, 자폐 스펙트럼 장애, 품행장애, 자해 등으로 진단될 수 있고, 교육적으로는 학습부진, 등교 거부, 충동조절의 어려움, 학교폭력 피해·가해 문제로, 사회복지적으로는 빈곤과 결핍, 애착 문제, 가족관계의 어려움으로 나타난다(류정희 외, 2024). ↩︎
  7. 학생 마음건강법안은 2026년 9월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국가·지방자치단체·교육감의 책무, 5년 단위 기본계획, 정서행동문제 실태조사, 학교 상담체계 표준화, 위기학생 조력인 제도, 교육청 지역지원센터, 마음건강진흥원 설립 근거를 담고 있다(고민정 의원 대표발의, 2026). 청소년복지 지원법 개정안은 우울·자살충동·중독 등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위기청소년 범주에 추가하고,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정신건강 선별검사, 전문 심리상담, 의료서비스 연계, 맞춤형 사례관리를 포함한 표준지침을 마련하며,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청소년복지시설에 정신건강전문요원을 배치하고 통합지원정보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였다(임미애 의원 대표발의, 2026). ↩︎
  8. 두 조사는 대상 연령과 표본, 조사 방식이 달라 직접 비교에는 유의가 필요하다. 학교 밖 청소년의 자살시도가 학교 안보다 높다는 보도도 이 두 조사를 근거로 한다(서울신문, 2026). ↩︎
  9. 성남시, 수원시, 고양시, 화성시에 4개소, 부천시와 공주시에 분소 2개소가 있으며(류정희 외, 2024),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센터가 개설되어 있으나 아동청소년이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크다 ↩︎
  10. 영국 잉글랜드는 학교와 대학에 정신건강지원팀(MHST)을 배치하여 경증에서 중등도 수준의 어려움에 대한 근거기반 개입, 학교차원의 마음건강증진, 전문 서비스 연계를 맡기고 NHS 인력이 지도감독하며(NHS England, n.d.), 학교와의 접점이 약한 아이를 위해 11~25세에게 상담과 치료적 지원을 예약 없이 제공하는 조기지원 허브를 운영한다(GOV.UK, 2026a). 호주의 headspace는 연방정부 재원으로 12~25세를 대상으로 전국 150여 개 센터에서 정신건강, 신체·성건강, 알코올·약물, 취업·학업 지원을 제공하며(headspace, n.d.), 정부는 headspace Plus와 중증·복합사례를 다학제적으로 장기 지원하는 청소년 전문돌봄센터 20곳을 2027-28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Australian Government Department of Health, Disability and Ageing, n.d.). 핀란드는 2023년 300개 넘는 기초지자체가 맡던 보건·사회서비스를 21개 웰빙서비스 카운티로 이관하여 학교보건과 학생복지를 같은 체계로 통합하였고, 2025년 5월부터 23세 미만에게 필요가 확인된 때로부터 4주 이내 최대 25회기의 단기 심리치료를 보장한다(City of Helsinki, 2025; Cousins, 2026). ↩︎
  11. 호주는 2025년 12월 10일부터 16세 미만의 SNS 계정 보유를 제한하고 있으며, 이 의무는 플랫폼에 부과되어 위반 시 최대 4,950만 호주달러의 과징금을 물리는 반면 16세 미만 아동과 부모에게는 처벌이 없다(Australian Government, n.d.; eSafety Commissioner, n.d.). 프랑스 의회는 2026년 7월 15세 미만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Al Jazeera, 2026), 덴마크는 15세 미만 SNS 이용을 제한하되 부모가 허용하면 13세부터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Biometric Update, 2026). ↩︎


| 참고문헌 |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5, 생활 속 질병·진료행위 통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 고민정 의원 대표발의, 2026. 3. 6.. 학생 마음건강증진 및 정서행동 지원에 관한 법률안 (의안번호 2217285). 국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2026, 2025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 관계부처 합동, 2026. 6. 9., 10대 청소년 자살예방 범정부 추진대책.
  • 교육부, 2024. 8. 9., 학생 마음건강 지원 방안 [보도자료]. 교육부.
  • 교육부, 2025. 12. 30., 학생 마음건강 지원 개선 방안 [보도자료]. 교육부.
  • 교육부, 2026. 6. 12., 우리 아이들의 마음 건강을 위한 5가지 약속 [보도자료]. 교육부.
  • 교육언론창, 2026. 3. 25., 고민정 의원 발의한 ‘학생 마음건강법’에 교총, “제2의 아동학대 처벌법” 비판. https://www.educhang.co.kr/news/articleView.html?idxno=8673
  • 국가데이터처, 2026. 9. 22.. 2025년 사망원인통계 [보도자료]. 국가데이터처.
  • 뒤르켐, 에밀, 2008,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 (황보종우, 역). 청아출판사. (원저 1897 발행).
  • 류정희, 이상정, 배은경, 허난설, 이수민, 2024, 학생 마음건강 지원체계 구축방안 연구.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 합동, 2026. 3. 27.,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2026~2030). 보건복지부.
  • 서울신문, 2026. 4. 26.. 학교 밖 청소년 자살시도 최대 3배…‘이탈 이후 위험’ 커졌다. 서울신문.
  • 성평등가족부, 2026a. 4. 26., 신체활동 늘고 고립·은둔 줄고 학교 밖 청소년 긍정 변화 확인 [보도자료]. 성평등가족부.
  • 성평등가족부, 2026b. 5. 21., 2026 청소년 통계 [보도자료]. 성평등가족부.
  • 의협신문, 2025. 10, 10., 정신병원 입원 아동·청소년 4년새 2배…ADHD·우울증 원인. 의협신문.
  • 임미애 의원 대표발의, 2026. 4., 청소년복지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2218406). 국회.
  • 조선일보, 2025. 5. 17., 10대부터 전 연령 ‘마음의 병’… 초진 예약대기만 3개월. 조선일보.
  • 질병관리청, 2025. 12. 4., 202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 주요결과 발표 [보도자료]. 질병관리청.
  • Al Jazeera. 2026. July 21., French parliament passes social media ban for under-15s. https://www.aljazeera.com/news/2026/7/21/french-parliament-passes-social-media-ban-for-under-15s
  • Australian Government. (n.d.). Social media minimum age. Department of Infrastructure, Transport, Regional Development, Communications, Sport and the Arts. https://www.infrastructure.gov.au/media-communications/internet/online-safety/social-media-minimum-age
  • Australian Government Department of Health, Disability and Ageing. (n.d.). Consultation on draft models of care for headspace Plus and Youth Specialist Care Centres. https://consultations.health.gov.au/mhspd-child-youth-and-priority-pops-br/draft-models-of-care/
  • Biometric Update. 2026. April 10.. Denmark imposes age checks to restrict social media to kids under 15. https://www.biometricupdate.com/202604/denmark-imposes-age-checks-to-restrict-social-media-to-kids-under-15
  • City of Helsinki., 2025, Therapy guarantee for children and young people to launch in the beginning of May. https://www.hel.fi/en/news/therapy-guarantee-for-children-and-young-people-to-launch-in-the-beginning-of-may
  • Cousins, S. 2026. March 23., Finland fast-tracks youth mental health care at school. Medscape News Europe. https://www.medscape.com/viewarticle/finland-fast-tracks-youth-mental-health-care-school-2026a10008ou
  • eSafety Commissioner. (n.d.). Platforms restrict access to 4.7 million under-16 accounts across Australia [Media release]. https://www.esafety.gov.au/newsroom/media-releases/platforms-restrict-access-to-47-million-under-16-accounts-across-australia
  • GOV.UK., 2026a. February 13., Funding boost for young people’s mental health services. https://www.gov.uk/government/news/funding-boost-for-young-peoples-mental-health-services
  • headspace. (n.d.). Who we are. https://headspace.org.au/about-us/who-we-are/
  • NHS England. (n.d.). Mental health support in schools and colleges. https://www.england.nhs.uk/mental-health/cyp/trailblazers/
  •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2011, Towards human resilience: Sustaining MDG progress in an age of economic uncertainty (Chapter 8). https://www.undp.org/sites/g/files/zskgke326/files/publications/Towards_SustainingMDGProgress_C


월간<복지동향> 2026년 10월호(제336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