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6 2026-10-08   2208

[기획4] 주택의 금융화와 주거복지정책의 제로섬 게임

이후빈 |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들어가며

주거복지정책의 신규 수요자와 기존 수요자가 같은 파이를 나눠야 하는 상황이 현실이 되었다. 지난 9월 21일 국토교통부는 「주거안정플랜」을 발표하며 중산층도 입주할 수 있는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19만 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주택을 기존 통합공공임대와 따로 운영하는 이유로, 입주 대상을 중산층까지 넓히면 “한정된 물량을 두고 계층 간 배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1

주택의 금융화는 주거복지정책의 대상을 넓히는 동시에 기존 대상에게 필요한 지원 수준도 높인다. 주거복지정책에 두 장의 청구서를 보내는 셈이다([그림 1]). 한 장은 시장에서 스스로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려워진 중간계층, 곧 새로운 정책 대상이다. 다른 한 장은 임대료 부담이 커진 저소득층, 즉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해진 전통적 정책 대상이다. 재원이 늘지 않는 한 두 청구서는 서로의 몫을 줄이는 제로섬 게임으로 이어진다.

주택 금융화의 두 가지 청구서

빚으로 떠받친 집값 상승

소득을 모아 살 수 없는 집값

주택의 금융화는 빚으로 집값을 끌어올려 소득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집이 ‘사는 곳’보다 ‘사는 것’, 특히 금융자산으로 여겨지면, 금융의 논리가 집값을 좌우하게 된다.2 가계부채는 2012년 말 963.8조 원에서 2026년 6월 말 2,019.8조 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고, 이중 약 60% 정도는 주택담보대출이고, 연소득 대비 집값(PIR)은 2014년 4.7배에서 2024년 6.3배로 올랐고, 수도권은 8.7배에 이른다.3

‘주택거주와 투자의 동시 금융화’

한국에서는 독특한 전세제도로 인해 거주뿐만 아니라 투자까지 동시에 금융화된다.4 통상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는 빚을 얻어 내 집을 사는 ‘거주의 금융화’로 이어진다. 그런데 전세자금대출의 확대는 세입자를 끼고 집을 사는 ‘투자의 금융화’를 촉진한다. 전세자금대출로 전셋값이 먼저 오르면 적은 돈으로도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집을 빌리는 사람의 빚이 집을 사는 사람의 투자 밑천이 되는 구조다.

빚을 내도록 돕는 정책대출과 보증

정부는 한편으로 대출을 규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직접 돈을 빌려주고 빚을 내기 쉽도록 보증을 서 왔다. 주택도시기금으로 빌려주던 디딤돌·버팀목 대출은 최근 기금 재원이 부족해지자 은행 돈으로 빌려주고 이자 차액을 메워주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어떻게든 대출로 구입·전세자금을 지원하려는 것이다.5 무주택 서민의 전세자금대출에는 공적 보증이 붙었고, 보증 도입(2014년)과 보증한도 확대(2017년, 최대 4억 원)는 전세자금대출 급증을 이끌었다.6 서민을 돕던 금융지원이 투자 금융화의 통로로도 쓰일 수 있게 된 셈이다.

금융화가 보낸 두 장의 청구서

내 집 마련이 막힌 중간계층

집값이 오르면서, 집을 빌려 살 소득은 있지만 자산이 부족해 내 집 마련이 막힌 중간계층이 많아졌다. 빚을 내서 집을 산 가구는 주거안정과 함께 (미실현)자본이득까지 누리지만, 빚을 내려면 일정 수준의 자기자본이 필요하다. 생애 최초 구입자에게 LTV 70%를 허용한다고 해도, 집값의 30%를 이미 가지고 있어야 하고, 집값이 상승할수록 필요한 금액도 커진다. 결국 자산이 없는 계층은 부채가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내 집 마련이 막힌다. 이들의 문제는 소득이 부족해서 겪는 주거빈곤이 아니라 오래 안정적으로 머물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주거불안이다. 특히 자산을 모을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청년 세대에게 소득보다 빨리 오르는 집값은 자가 진입을 늦추고 민간임대에 오래 머물 가능성을 높인다. 세입자 세대(generation rent)라는 말에는 평생 불안정한 민간임대에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담겨 있다. 그리고 부모의 지원으로 자기자본을 마련한 일부만 내 집을 살 수 있게 되면서, 세대 간 대립에 이어 세대 내 갈등이 발생한다.

저소득층의 주거비 부담 증가

두 번째 청구서는 집값 상승이 시차를 두고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으로 넘어오는 것이다. 집값이 오르면 집주인이 기대수익과 금융비용도 오르고, 그 부담은 임대료로 옮겨갈 수 있다. 한국에서는 ‘전세의 월세화’가 두드러진다.7 목돈으로 치르던 주거비가 매달 소득에서 빠져나가는 현금으로 바뀌고, 그 금액은 매매가격, 전세가율, 전월세전환율이라는 복잡한 함수를 거쳐 세입자에게 청구된다. 보증금을 마련할 자산이 없는 저소득 가구일수록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임대료 상승은 주거 밖 결핍으로 번진다. 일단 살 곳은 있어야 하기에 임대료는 식비나 의료비보다 먼저 빠져나간다. “임대료가 먼저 먹는다(the rent eats first)”는 말처럼 임대료를 내고 남는 돈이 줄면 저소득 가구는 먹고 치료받는 데 쓸 돈부터 줄인다.8 주거비를 뺀 잔여소득으로 최소한의 생필품을 살 수 없다면, 주택의 금융화는 주거복지 밖의 다른 사회복지에서도 지원 필요를 늘린다. 

늘어나는 청구서와 늘어나기 쉽지 않은 재원

파이가 멈추면 몫을 다툰다

재원이 늘지 않으면 두 청구서는 서로의 몫을 줄일 수 있다. [그림 2]를 보면 2018~2022년에는 주택도시기금 주요 사업의 규모가 18.6조 원에서 31.8조 원으로 커지며 공공임대와 금융지원이 함께 늘었다. 그러나 2022년 이후 전체 규모가 30조 원 안팎에서 멈추자 구성이 바뀌었다. 저소득층이 주로 사는 장기공공임대(건설·매입) 예산은 15.6조 원에서 7.5조 원으로 줄었고, 주택구입·전세자금 융자는 9.5조 원에서 14.1조 원으로 늘었다. 늘어난 융자의 중심에는 맞벌이 연소득 2억 원까지 열린 신생아 특례대출이 있었다.9

주택도시기금 주요 사업 예산 구성(2018~2025년)


물론 [그림 2]가 정책대출이 공공임대를 밀어냈다는 직접 증거는 아니다. 나중에 돌려받는 재원과 공공임대에 투입된 재원은 그 재정 부담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정책 수단은 주택도시기금이라는 같은 파이를 나눈다. 정책대출도 수십 년 동안 주거복지의 핵심 재원인 주택도시기금의 대출 여력을 묶어 둔다. 기금 여유자금이 2021년 말 49조 원에서 2025년 말 14.4조 원으로 줄자 정부가 디딤돌·버팀목을 은행 돈으로 돌린 것이 그 방증이다. 재원이 정책 필요에 맞게 늘지 않는다면, 주거복지정책은 ‘저소득층을 두텁게 도울 것인가, 중간계층까지 얇게 넓힐 것인가’ 사이에서 골라야 한다.

더 직접적으로 주거복지정책은 소득기준을 높여 중간계층을 받아들이고 있다. 통합공공임대는 기준중위소득 150%(3인 가구 월 804만 원)까지 열려 있고, 청년월세지원도 2027년부터 기준중위소득 100%까지 넓어진다.10 

게임 밖 승자에게는 가지 않는 청구서

이 게임의 더 큰 문제는 참가자가 금융화의 비용을 치르는 사람들뿐이라는 점이다. 집값 상승은 이미 집을 가졌거나 가질 수 있는 사람에게는 수익의 확대로, 그 반대편의 사람에게는 비용의 증가다. 내 집 마련이 막힌 중간계층과 주거비 부담이 커진 저소득층의 재정적 경합에는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는 집주인은 참여하지 않는다. 금융화로 비용만 내는 사람들끼리 다투는 것, 이것이 주거복지정책 안에서 벌어지는 제로섬 게임의 본질이다.

수단을 나누고, 재원을 가르자

계층에 따른 정책수단 구분

파이가 같더라도, 계층에 따라 정책 수단을 나눌 수 있다(<표 1>). 저소득 세입자의 문제는 적정한 집에 살 소득이 늘 모자란다는 것이므로 공공임대와 주거급여처럼 지속적인 지원이 맞다. 중간계층의 문제는 부족한 소득보다는 집값 상승에 따른 자기자본 부담이므로 집값 위험을 공공과 가구가 나누는, 소유와 임대 사이의 점유형태를 제공해야 한다. 예컨대 시세 10억 원인 집을 8억 원에 공급하고, 되팔 때도 시세의 80%만 받고 무주택자에게만 팔게 하는 공공자가주택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면 2억 원의 할인은 첫 구입자의 시세차익이 되지 않고 다음 무주택 가구에게 이어진다.

계층별 주거문제와 적합한 정책수단


저소득층과 중간계층에 대한 각기 다른 지원은 공적 영역 내에서 주거 사다리를 형성할 수 있다. 소득에 비해 자산이 부족한 청년세대가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면서 주거비를 절감하여 자산을 축척한다. 그다음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을 지렛대로 삼아 공공자가주택으로 이주하면 비워진 공공임대는 다음 청년세대에게 제공될 수 있다.

계층에 따른 재원 칸막이 설치

그러나 수단을 나눠도 재원의 총량이 그대로라면, 중간계층에 대한 재원 투입은 저소득층에 갈 몫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장기공공임대와 주거급여에는 예산 하한을 설정해 저소득층의 주거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하한을 구체적으로 얼마로 해야 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맺으며

주택의 금융화는 내 집 마련이 막힌 중간계층이라는 새로운 정책 필요를 만들어 내는 동시에 기존 저소득층의 정책 필요도 증가시킨다. 예산의 파이를 키우지 않는 한, 그리고 신규 정책 대상을 외면하지 않는 한 제로섬은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누구를 얼마나 지원할 것인가’라는 재분배 딜레마를 드러내 놓고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 금융화로 비용만 내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너무나 중요하지만 주거복지정책을 벗어나서 이 글에서 다루지 않은 두 가지를 언급한다. 바로 주택을 탈금융화하는 것과 자본이득을 회수하는 것이다. 빚을 지렛대로 삼아 집을 사지 않는다면, 최소한 레버리지 투자를 줄일 수 있다면, 주거복지정책으로의 청구서는 감소할 것이다. 그리고 주택 관련 자본이득을 회수하여 주거복지정책의 재원 파이를 키울 수 있다면, 두 청구서 사이 재정적 경합은 완화될 것이다. 


| 미주 |

  1. 이투데이(2026.9.21), 「공적주택 119만 가구…내년 예산 34조·보편형 기준 연말 확정 [일문일답]」. ↩︎
  2. 금융화의 넓은 정의는 Aalbers, M. B.(2016), The Financialization of Housing, Routledge 참고. 이 글은 그 중 신용 확대와 집값 상승이 맞물리는 경로로 논의를 한정한다. ↩︎
  3. 한국은행(2026), 「2026년 2/4분기중 가계신용(잠정)」; 국토교통부(2025), 「2024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 ↩︎
  4. 이후빈·홍다솜(2022), 「한국 주거자본주의의 성격 1: 주택거주와 투자의 동시 금융화」, 『공간과사회』 32(3): 9~61. ↩︎
  5. 2025년 디딤돌·버팀목 신규 대출 33.9조 원 중 99.5%가 은행 돈이었고, 기금은 이자 차액 1조 2,169억 원을 메웠다(국토교통부 2025회계연도 결산, 창업일보 2026.8.19 재인용; 뉴스1, 2026.9.2). ↩︎
  6. 이후빈·홍다솜(2022: 47). 은행 전세자금대출은 2015년 25.3조 원에서 2025년 166.6조 원으로 6.6배가 되었다(한국은행). ↩︎
  7.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2014년 41.0%에서 2025년 63.0%, 2026년 1~7월 68.3%로 높아졌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2015.1, 2026.1, 2026.8 발표). ↩︎
  8. 임대료를 내고 남은 소득으로 생활수준을 따지는 방식은 Airgood-Obrycki, W. et al.(2021), The Rent Eats First, Harvard JCHS 참고. ↩︎
  9. 신생아 특례대출 실행액은 2025년 11조 4,755억 원으로 기금 수요자 대출의 33.6%였다(매일신문, 2026.9.24). ↩︎
  10. 국토교통부(2026.9.21), 「두텁고 촘촘한 주거복지 실현을 위한 주거안정플랜」; 헤럴드경제(2026.9.1).
    ↩︎



월간<복지동향> 2026년 10월호(제3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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