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연계정보의 대안은 국민 ‘범용’ 식별성 제거에 있다
유효기간제는 궁극적인 문제해결책이 아니다
최근 금융권을 비롯해 CI(연계정보) 유출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CI만 있으면 온라인에서 국민 개개인을 광범위하게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CI를 수집해 왔기 때문입니다.
주민등록번호가 개인식별용으로 기업에서 광범위하게 수집되고 활용되다가 빈번한 유출사고로 국민들에게 심대한 피해를 끼치게 된 것도 언제 어디서나 고유하게 식별할 수 있다는 범용 식별성의 활용가치 때문이었습니다.
제도개선 요구가 높아지자 주문부처인 방미통신위는 유효기간제를 검토 중이라고 하지만, 유효기간을 길게 잡는다면 역시 범용식별자 역할을 하게 되므로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궁극적으로 △CI를 폐지하고 목적별 식별번호로 전환할 것, △폐지 전까지는 법령에 근거 있을 경우만 수집, △과도기적으로 도입하는 유효기간제는 범용식별성을 제거할 정도로 단기간으로 설정할 것 등을 요구합니다.
연계정보(CI) 유출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소관부처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가 제도개선을 미적거리는 사이, 이번달 또다시 신한은행, KB국민은행에서도 CI가 유출되었다. 현재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CI 유효기간제를 유력한 대안으로 언급하고 있으나, CI 제도의 근본 문제는 주민등록번호와 동일하게 국민 개개인을 광범위하게 식별하는데 있다. 따라서 CI 제도의 대안은 국민 식별자로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다. ‘범용’ 식별성을 제거하지 못하는 CI 제도 개선은 또다른 주민등록번호의 창출일 수밖에 없고 주민등록번호 법정주의가 도입되기 이전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고유식별번호인 CI가 유출되고 악용되는 사고가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CI 제도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CI는 출생시부터 사망시까지 국민마다 고유하게 부여되어 있는 주민등록번호를 88자리 코드로 변환한 값으로서 온라인에서 우리 국민을 고유하게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 주민등록번호’로 지칭된다. 특히 정부와 국회가 2024년 1월 23일「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하면서 CI의 생성과 처리를 ‘본인인증’ 목적으로 제한하였던 정책이 완화되어 공공기관과 민간업체가 온라인에서 광범위하게 국민을 ‘식별’하는 목적으로 CI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제23조의5 신설).
온라인에서 CI를 통하면 서로 다른 서비스에서도 국민을 알아볼 수 있게 되면서 특히 민간 인터넷 기업에서 CI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관행이 크게 확대되었다. 이로 인하여 최근 CI 유출 사고가 증가하였으며 일부는 국민 대다수를 아우르는 대규모 유출에 이르렀다. 올해 티빙에서 CI를 포함하여 1,953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큰 충격을 주었고, 편의점 CU의 택배를 운영하는 BGF 네트웍스에서도 CI가 유출된데 이어, 7월 3일에는 또다시 우리은행에서 CI 등 1만 7,551건이 유출되었다. 지난 해에는 롯데카드에서 CI 129만명분이 유출되었고 이중 45만명은 주민등록번호가 함께 유출되었다. 그리고 불과 얼마전인 10월 2일에는 신한은행에서 고객 약 2만 5천 명의 정보와 연계정보(CI) 97건이, KB국민은행에서 고객 119명의 정보가 유출되었음이 확인되었다. 롯데카드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과태료 1,125만원을 부과하였으나 정작 주무부처인 방미통위는 지금까지도 CI 제도에 대한 개선 대책이나 시정조치를 국민 앞에 발표한 바가 없다.
관세청의 개인통관고유부호의 경우 통관 목적으로만 활용되며, 국민 식별 부분을 무작위 난수로 생성하고, 매년 갱신된다. 그에 비하여 CI는 다양한 공공과 민간의 인터넷서비스에서 ‘범용’으로 쓰이고 있으며, 주민등록번호와 1:1로 매칭되는 ‘고유성’을 가지고 있고, 우리 국민을 사실상 영구히 식별하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은 자사 또는 제휴 타사의 ‘서비스 연계’라는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목적으로 이용자의 포괄적인 동의를 획득한 후 CI를 수집하여 장기간 보관하면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정보주체인 국민은 자신의 CI가 언제 어떻게 수집되고 활용되는지 알수 없었을 뿐더러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본 적이 없다. CI 유출사고를 접한 시민단체 활동가가 일부 인터넷 기업에게 CI 처리에 대한 동의를 철회하면서 그 처리를 정지하거나 삭제해 달라고 요구하였으나 거부되거나 탈퇴처리되었다. 이는 결국 CI의 처리 근거로 이야기되는 정보주체의 ‘동의’가 자유롭거나 구체적이거나 충분한 정보 속에서 진정성 있게 행사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CI에 대한 정보주체의 처리정지나 삭제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기업들은 CI가 이들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해외 서비스의 경우에는 CI의 제공 없이도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데, CI를 이용한 서비스 제공이 필수적이라면 해외 서비스에도 우리 국민의 CI를 광범위하게 제공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일부 인터넷 서비스는 CI가 아닌 중복가입확인정보(DI)만으로도 충분히 서비스를 잘 제공하고 있다. 만일 앞서 CI를 유출한 기업들이 연계된 서비스에서 이용자를 식별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이유로 정보주체의 명시적 동의 의사를 넘어 CI를 무분별하게 수집 보관하지 않았다면 CI가 대규모로 유출되는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CI 유출 원인이 인터넷 기업들이 영리적인 서비스 연계 목적으로 광범위하게 CI를 수집하고 활용해 온 관행에 있고 현행 법률이 이를 방만하게 허용한 데 있었던 만큼, 정부와 국회는 즉각 CI 제도에 대한 개편에 나서야 한다. CI가 아무리 인터넷 기업들에게 사업상 유용하다 하더라도 그 정보주체는 국민이며, 그 유출로 인한 피해 역시 오롯이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이용자 본인확인과 중복가입 방지가 목적이라면 성명, 휴대전화번호, 생년월일 또는 그조합 등 여러 해외 서비스와 마찬가지 방식의 처리만으로 충분하고, 국내에는 CI를 대체할 수 있는 DI도 존재하기 때문에 CI의 수집이용이 필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과거 주민등록번호가 개인을 식별하기 위하여 인터넷기업에서 광범위하게 수집되고 활용되었다가 유출되어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었던 것은 언제 어디서나 고유하게 식별할 수 있다는 범용 식별성의 활용가치 때문이었다. 그러나 주민등록번호는 결국 법령적 근거를 가진 경우에만 활용되도록 법정주의가 도입되었고 민간 기업 대다수에서 그 수집과 활용이 금지되었으나, CI에 대해서는 현재 아무런 제한이 없다. 이로 인하여 사실상 크고 작은 인터넷 기업에서 이 고유하고 민감한 국민의 개인정보를 불분명한 ‘서비스 연계’ 목적으로 마구 수집하고 장기간 보유하였다가 유출하는 사태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국회 정기국정감사 중에도 CI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일부에서는 ‘유효기간제’를 CI 제도의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방미통위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CI의 제도적 대안을 설계함에 있어 CI 문제를 야기한 핵심 원인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CI는 목적을 제한하지 않고 국민을 범용적으로 식별하며, 주민등록번호와 1:1로 매치되는 고유성을 가지고 있고, 이 고유식별성이 사실상 영구히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보에 대한 오남용과 유출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유효기간제는 이 가운데 아주 부분적인 대안만 될 뿐이다. 유효기간제가 장기간 활용을 허용하면서 CI의 무분별한 활용을 막지 못하면 CI 오남용과 유출의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 궁극적인 문제는 국가가 기준을 정해 온라인에서 국민을 고유하게 식별할 수 있는 ‘표준’ 식별자 제도를 운영하는 데에서 발생한 것이며 시민단체는 이 쟁점에 대한 헌법소원을 이미 제기하여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과도적인 대안으로 CI에 대한 유효기간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그 기간(예를 들어 2년)이 길어 장시간 우리 국민을 무리 없이 식별하는 특성을 유지한다면 사실상 현재와 크게 다른 효과를 보기 어렵다. 특히 AI 시대 특정인에 대한 식별은 사람이 아니라 자동화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금융권 OTP 비밀번호처럼 계속 바뀌지 않는다면 궁극적인 보호 수단이 되기 어렵다.
CI 제도는 우리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행사를 침해하고 있으며, 온라인상 거의 모든 개인정보를 연결할 수 있는 ‘마스터키’로서 그 정보주체를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노출될 위험 앞에 방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한 CI가 없는 외국인 이용자와 비교하였을 때 CI에 기반하여 끊임없이 온라인에서 식별되는 내국인을 역차별한다. 국내 인터넷 기업이 CI를 대규모로 수집 처리하는 이상 국내에 진출한 해외 사업자들 역시 우리 국민의 CI를 대규모로 수집하여 오남용할 가능성이 있다. 즉 CI 제도는 그 운용에 따른 부작용이 이익보다 현저하게 많다. CI 제도에 대해 주민등록번호 제도의 경우에서처럼 대폭적인 개선을 조치하지 않는 한 앞으로 더 많은 문제점과 더 심각한 피해가 나타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위험에 처하게 만든 위헌적인 CI 제도의 운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궁극적으로 CI 제도는 폐지되어야 하며, 목적별로 별도의 식별자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둘째, CI 제도가 폐지되기 전까지는 주민등록번호와 같이 법에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수집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유효기간제는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며 과도기적으로 도입할 경우에는 그 기간이 범용식별성을 제거할 정도로 충분히 짧아야 한다.
넷째, 현재 상황에서 인터넷 기업이 CI를 수집하는 경우에는 CI 제공 여부를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정보로 제시되어야 하며, 필수정보로 수집할 경우에는 그 필수성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을 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 또한, 방미통위과 개인정보위는 무분별한 CI 수집을 엄격하게 감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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