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욱 /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한국사회에서 공공성(publicness)을 실현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단지 우리가 공공부문이라고 부르는 특정한 조직과 제도를 방어하거나 확대한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사회적 행위 범례를 정의하고 이들의 사회적 관계를 조직하는 원리를 공공성의 철학에 입각해서 재구성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사회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사이의 사회적 관계의 규칙과 사회제도의 작동양식을 표현하는 이념적․제도적 조직원리들을 갖고 있다. 이러한 사회 조직의 원리들은 문화적 심층구조의 상징적 저장소에 터하고 있지만 이는 한 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전반적인 지향점을 명시하는 문화적 코드(cultural codes)들로 변형되며, 나아가 그것은 사회 멤버십에 대한 정의, 자원분배의 원리, 정당성의 원천 등을 규정하는 세부적 지침들(programmatic specifications)로 구체화됨으로써 실제적인 제도적 원리로서 작동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는 한 사회의 조직원리라는 것이 어떤 보편적인 문화적 합의구조 위에서 자동적으로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한 사회의 지배적인 조직 원리는 다만 그 사회의 중심부 세력이 표방하는 공존의 방식일 뿐이며,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공존해야 할 것인가?”를 둘러싼 사회집단들 사이의 규범적 갈등은 완전히 해소될 수 없다. 말하자면 현대사회에서는 갈등적 요소들 간의 공존을 지향하는 조직원리 자체가 갈등의 이슈가 된다는 것이다. 현실 속에서 한 사회를 조직하는 지배적 원리들은 구성원들 간의 합의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사회질서의 상을 추구하는 집단들 간의 특수한 세력관계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사회적 관계를 조직하는 어떤 지배적 원리가 사회구성원들에 대한 ‘규제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결코 사회내적 갈등과 투쟁을 해소해주는 ‘통합력’을 의미하진 않는다. 우리는 사회를 ‘사회’로서 유지시키는 규제력과 더불어, 사회를 ‘만인에게 좋은 사회’로 만들어주는 통합력에 대해 말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공공성의 원리는 한국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삶의 방식을 재조직하는 철학적 가치로서 실천적 의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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