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호] 대안모델 논쟁_어떤 복지국가인가 : 한국복지정책의 과제와 사회투자전략

윤홍식 /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1. 들어가며

사회주의를 한국사회가 가야할 유력한 대안이라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비록 진보진영 내부에서 지향하는 상에 대한 차이로 인해 한국사회구성체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은 당시로서는 화해할 수 없을 정도로 커보였지만 당면한 권위주의적 체제에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사회체제에 대한 열망만은 함께 나눌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잠시 동안 분단체제의 다른 쪽에 위치한 세계에 대한 동경을 뒤로한 이후로 소위 진보진영에게 대안적 사회에 대한 치열한 논의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시민의 일상적 삶을 왜곡하기 전까지 잊혀진 과거인 듯 했다. 비록 대안적 사회에 대한 개별적이고 산발적 논의는 있었지만 진보진영에 있어서 당면한 현실을 헤쳐 나가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그런 와중에 한국사회는 지난 20년 동안 진보진영의 의지와 무관하게,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방조 하에 한국사회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시민에 대한 기본적 사회보장체제가 완비되기도 전에 쓰나미처럼 다가온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복지국가의 재편은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켰으며, 권위주의적 발전국가의 경제성장 제일주의는 거짓말처럼 한국사회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2만 불, 3만 불 시대를 외치고, 경제성장이 모든 사회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과거 권위주의적 발전국가의 집단적 최면이 온 나라를 다시 뒤덮고 있다.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사회민주주의의 깃발을 높이 들고 큰 소리로 사민주의의 도덕적 우위와 정당성을, 진정한 진보와 좌파가 무엇인지를 한 목소리로 외치면 되는 것일까?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옳다는 것만 논증되면 그 깃발 하에 모일 수 있는 것일까?

전후 복지국가는 공적 사회보장체제를 통한 소득재분배를 통해 일자리창출과 사회위험의 완화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었다. 소득재분배는 시민들의 소득을 높임으로써 유효수요를 창출하였고 창출된 유효수요는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확대로 이어졌다 (윤홍식, 2007a). 상품과 자본의 세계화 수준은 낮았으며 통화정책으로 대표되는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통제권은 개별 국가의 통제 하에 있었다. 더욱이 복지국가에 의한 소득재분배는 사회연대와 통합을 높이는 동시에 정치적으로 전후 복지체제를 지지하는 광범위한 정치세력을 만들어 냄으로써 전후 복지국가를 지난 수십 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반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 상황은 급변했다. 복지국가의 소득재분배 정책을 통해 경제성장과 복지확대의 선순환 관계를 가능하게 했던 제조업은 쇠퇴하고, 상품과 자본은 세계화되었으며, 국민국가의 경제ㆍ사회정책에 대한 통제권은 약화되었다. 1970년대 프랑스의 예에서 보듯 사회보장급여의 확대를 통한 유효수요확대 정책은 당시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했고, 이로 인해 1980년대 초 유효수요에 근거한 케인즈언 접근법의 사실상 폐기를 불러왔다. 소득재분배와 복지확대와 경제성장의 선순환 관계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었다. 오히려 확대된 소득재분배는 국내 고용율을 감소시킴으로써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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