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4 2004-06-10   995

[복지동향 칼럼]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발칙한 斷想 – 어르신 연령을 30대, 40대로 낮추어라 –

우리나라의 한 채용정보업체에서 직장인 3,000명을 대상으로 직장생활의 여러 측면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였는데 고용 불안에 대한 직장인들의 체감정도는 일반인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고용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데, 스스로 감지하고 있는 체감정년은 36.5세라는 조사결과가 보고되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우리 사회의 세태를 반영하여 50대, 40대의 고용불안을 패러디하는 오륙도(56세까지 월급 받으면 도둑), 사오정(45세가 정년)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급기야 30대까지 실직의 고통이 밀려 내려와 믿었던 삼팔선이 무너지더니만, 당나라의 음유시인 이태백이 천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21세기의 한국 사회에 홀연히 등장했다. 삼팔선은 38세면 명예퇴직여부를 선택해야 하는 가슴 아픈 현실을 풍자하는 비극적인 패러디이다. 직장인의 체감정년이 36.5세라는 위의 조사는 비극적 역사의 상징인 삼팔선처럼 깊고 큰 조기퇴직의 불안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해 주고 있다. 21세기의 한국 사회에 나타난 이태백은 20대 청년들의 태반이 백수로 지내고 있다는 청년 실업의 심각한 현실을 온몸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환생한 것이라면 지나친 억측일까?

지난 2003년 12월말에 세계보건기구는 한국인의 생물학적 평균수명은 75.5세라고 발표하였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사회의 고용불안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면 오륙도는 20년을 무직 상태로 지내야 하고 사오정은 30년, 삼팔선은 38년을 무직으로 지내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진다. 20대는 50년 동안 시나 지으며 한가롭게 지냈던 행복한(?)세대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의 평균 기대 수명은 자꾸 늘어나는데, 정상적인 임금근로자로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수명이 점점 줄어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태백의 백수 신세를 면하고 삼팔선을 겨우 넘어와 사오정처럼 눈칫밥이나 먹다가 오륙도로 유배당하는 것이 우리 한국 사회의 보통 시민들이 겪게 될 삶의 역정이라면, 대부분의 임금근로자들은 30~40대에 사회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아 사회적 기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어르신이 될 것이 예상된다. 이처럼 노동시장에서의 조기 퇴출이라는 ‘사회적 사망 통보서’는 생물학적 노화보다 앞서서 달려온다. 노동시장에서의 조기 퇴출이라는 21세기의 사회문제는 양육 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자유시장에서는 그 해법을 찾기가 어려운데, 하릴없이 생물학적 평균수명은 늘어가기만 하니 답답할 뿐이다. 내가 아는 모 대기업체 간부는 50세까지 직장 다니고 있으니까 주변에서 장수만세에 나가라는 권유를 많이 듣게 된다고 푸념하고 있다.

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각종 대책 마련이 한창이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정말 우리는 초고속으로 고령사회로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 기대수명이 늘어나는데 비하여 사회적 기대수명은 점점 짧아질 것이 예상되고 있어 사회적 노령화의 속도는 생물학적 노령화의 속도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사회의 고령화 대책의 근간에 대해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생물학적 기대 수명이 10여년 남은 60대를 어르신으로 규정하는 발상의 연장선에서 사회적 기대 수명이 10여년 남은 것을 기준으로 어르신을 다시 규정한다면, 발칙한 생각이지만 어르신의 연령을 30대 또는 40대로 낮추어야 할 것이다.

사교육 열풍과 과다혼수, 높은 주택가격 등은 사회적으로 조로(早老)한 어르신들에게는 설상가상이다. 직장에서 등은 떠미는데 부양자로서 가장의 책임은 무한대로 늘어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의하면 80년대에 비해 중고생의 과외비율이 2배 이상 증가하였다. 또한 한국소비자 보호원의 조사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비용은 9,000여만 원이고 60%가 비용 전체를 부모에 의존한다고 한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생물학적인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는 것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조기퇴직, 20대의 취업난 등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하여 활동할 수 있는 사회적 수명의 단축에 따른 사회적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도 또한 중요하다. 이런 사회적 고령화의 부작용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투자의 활성화, 일자리 나누기, 고용의 유연성 확대요구에 따른 근로자들의 전직에 대비한 근로능력 유지와 발전, 그리고 고용불안정에 대비한 종합적 사회복지 대책 마련 등이 사회적 고령화 사회에 대한 시급한 처방일 것이다. 사회적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비하지 못한다면 생물학적 고령화 사회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고 해결하기 어려워 질 것이다. 고령화 사회의 문제는 이제 생물학적 고령화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적 수명의 단축에 따른 사회적 고령화의 문제까지 그 관심의 지평을 넓혀야할 것이다.

다시 한번 주장한다.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어르신의 연령을 30대, 40대로 낮추어라!

백종만 / 전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월간 <복지동향> 2004년 06월호(제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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