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4 2004-11-10   1555

[동향 3] 불안정노동과 빈곤에 관한 인권보고서 -공동행동 정책 워크샵을 다녀와서

2004년 10월 22일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는 ‘불안정노동과 빈곤문제! 왜 인권인가?’ 를 주제로 한 정책 워크샵이 있었다. 이 워크샵을 주최한 ‘불안정노동과 빈곤에 저항하는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불안정노동과 빈곤 철폐를 위해 조직된 연대체로, 지난 6월 불안정 노동으로 양산된 빈곤층은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 구조적으로 재생산 되어진 것임을 강조하며 국가인권위에 집단으로 진정서를 제출하는 인권선언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워크샵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당시 접수되어 정책국으로 이관된 집단진정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하고, 사회권 보장의 당위성과 절박함을 여론에 호소해 사회권 보장 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생존권을 위협할 정도로 턱없이 낮은 현행 최저임금문제(철폐연대)와 최저생계비문제(빈곤사회연대), 불법이라는 이름아래 자행되는 비인간적이며 잔인한 노점단속실태(전국노점상연합), ‘기업경쟁력’을 위해 무시되어지는 산재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생존권 문제(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이중 삼중의 중간착취 구조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파견근로자들의 비애(불안정노동철폐) 등을 인권의 관점에서 정리해 본 이번 워크샵은 1,2부 총 3시간여에 걸쳐 진행되었다.

빈곤이 사회구조적 문제일 때,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인권의 문제

우선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인권운동사랑방’ 류은숙 상임활동가의 총론이 있었다.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결과로 일상화, 보편화 되어진 빈곤이 기본적 생존권을 침해하며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마저 위협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여전히 ‘경제성장’을 위한 ‘파이’ 키우기에 급급한 정부의 ‘사회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책임 없이는 진정한 인권이 보장될 수 없다는 주장과 함께 ‘사회권’의 개념과 역사 해설을 통해 국가인권위가 불안정노동과 빈곤문제에 적극 나서야 하는 당위성을 밝혔다.

다음으로 평균임금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저임금제의 생존권 침해에 관한 주제발표가 있었다. OECD 국가에서 저임금 지표로 사용하고 있는 ‘상용직 풀타임 중위임금의 2/3’를 기준으로 2003년 대한민국의 저임금 노동자(51.0%)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6월 25일 13.1%인상된 2005년 최저임금의 합의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인상률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다시 한 번 ‘최저임금위원회’의 숫자놀음에 많은 부분 양보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이는 최저임금제의 ‘최저수준의 보장’과 ‘노동자 내 격차 해소’라는 목적을 통한 최저임금의 합리적인 기준마련과 그에 대한 합의 없이는 근본적 문제해결이 아닌 단순한 숫자논쟁에 머물 수밖에 없음을 확인시켜준다. 또한 최저임금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 책정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전체 800만에 이르는 빈민 중 140만 명만이 보장받는 최저생계비는 그 취지와 달리 사회적 안전망 구실은커녕 더 많은 빈민을 양산하고 조장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수급자의 70%인 1,2인 가구의 최저생계비가 4인가구를 기준으로 한 불균등한 산정으로 인해 턱없이 모자란 급여액(32만 4천원, 53만 6천원)으로 책정되어 있으며 이에 따른 생계급여 실지금액도 1인 가구 평균 16만 원선으로 그마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좀 더 정확한 계측조사와 그를 바탕으로 한 명확한 실질적 최저생계비 산정이 절실히 요구된다. 또한 새로운 빈민을 만들어내는 추정소득과 간주부양비에 대한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과 함께 2002년 3월 낮은 생계비로 인해 양육권조차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을 비관하여 자살을 선택한 고 최옥란 여사의 영상물 시청으로 1부를 마무리했다.

2부는 불법이라는 이유로 노점 상인들의 생계수단을 잔인하게 박탈해 버리는 정부의 노점단속 문제에 대한 주제발표로 시작되었다. 1960년대 농촌경제 파탄으로 농촌인구가 도시로 유입되었고, 이 과정에서 일자리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생계수단인 노점상은 80년대 중반이후 급속하게 진행된 산업구조 재조정과정을 거치며 증가, 90년대 백화점 및 슈퍼마켓의 대형화, 체인화로 인한 영세자영업의 몰락으로 또다시 급증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는 ‘보행권’과 ‘가로환경 개선’등의 이유로 배제와 탄압의 대상으로 전락해 불법이라는 이름아래 ‘생존권’을 침해당하고 있다. 2001년 노점상 68%의 총수입이 100만원(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 조사)미만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이들은 절실한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들에게 단지 ‘불법’이라는 굴레를 씌워 합리적 대안 없이 합법적인(?) 탄압만을 강행하려는 정부의 태도와 각종 무술 3단 이상의 유단자들을 노점상 단속 전담공무원으로 채용한 한 지차체의 자세는 ‘노점상인’들의 대한 정부의 입장을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진정한 대안은 더 이상 노점상이 생겨나지 않는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이지만 위와 같은 문제해결이 당장 어렵다면 기존 생계형 노점상에 대한 허용과 묵인을 통해 도로라는 공간의 보행권을 뛰어넘는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모색하고 이를 구체화시키기 위한 합법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다음은 산업노동자들에 대한 ‘강제요양종결’과 ‘산재 불승인’등을 통한 노동자의 건강권과 생존권 침해에 관한 내용이 이어졌다. 무과실책임주의라는 말이 무색하게 휴업급여는 임금의 70%선에 머물고, 병원비 중 본인부담금의 비율이 높아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는 산재 노동자들에게 근로복지공단은 주치의의 소견을 무시한 ‘요양기간 단축’과 ‘강제치료종결’을 요구하며 그들의 건강권을 빼앗고 있다. 또한 산재 후 복귀가 어려운 노동자에게 재활이나 자활에 관련해 정부가 책임지는 사회적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은 즉시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에 다시금 직면하게 된다. 이를 위해 근로복지공단은 구조, 기능 등의 개편을 통해 산재에 대한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하며 정부는 재정 축소나 강제종결, 치료비 전가 등의 노동자 건강권보호의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이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파견법)에 의한 파견근로자들의 인권유린 현황을 통해 간접고용의 이중성과 노동자의 취업제한, 계속되는 고용불안과 중간착취에서 오는 구조화 등의 문제를 집어나갔다. 또한 2003년 7월 현행 파견법에서 정한 26개 파견업종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파괴하고, 불법파견과 중간착취를 확산하며,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인권침해를 증대시키는 파견허용업종 확대 계획을 인권보장의 의무를 역행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근본적. 제도적인 방향으로

이 모든 논의들은 결국 ‘생존권’의 문제, 즉 최소한의 ‘인권’ 문제로 귀결된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는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선량한 사람들의 동정적 시혜로는 결코 지켜지지 않는다. 개인의 무능력과 게으름으로는 더 이상 이 사회의 빈곤을 설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도적이며 근본적인 접근 없이 이것을 해결하려 한다면 우린 또다시 같은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이번 ‘공동행동’의 활동은 그래서 주목할 만하다. 과거 2001년, 2002년에 이루어졌던 개별투쟁의 성격에서 벗어나 작년 한해 불안정노동자와 빈민의 공동요구를 밝혀내는데 집중하여 2004년 ‘최저임금, 최저생계보장’과 ‘안정적 일자리 확충’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공동목표를 가지고 15개 단체가 연대하여 활동하기 때문이다. 종전의 개별적이고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원론적이고 구조적인 접근으로 다가간 이번의 ‘인권운동’이 더 많은 시혜와 동정을 얻기 위함이 아닌 당당한 권리 찾기로 마무리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백해림/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사회복지․복지행정전공 4학년

월간 <복지동향> 2004년 11월호(제73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