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9 2009-09-01   3123

[심층분석2]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10년! 바뀐 것과 바뀌지 않은 것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10년!
바뀐 것과 바뀌지 않은 것


허 선(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1. 들어가며


    2009년 9월 7일은 기초보장법이 제정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다. 10년전 외환위기로 인해 맞이한 대량실업과 그로 인한 빈곤계층의 증가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겪어 보지 못한 많은 일들을 경험하게 하였고, 그 대안을 찾게 만들었다. 빈곤이 더 이상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고, 그러한 믿음은 국가에 의한 최후의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이어졌고, 결국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법제정의 과정은 그리 순탄치 못했고,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새로운 법이 탄생할 수 있었다. 과정 중 많은 사람들, 특히 경제학자나 관료들을 중심으로 ‘근로의욕의 감퇴가능성’, ‘소득파악 능력의 부족’ 등의 이유를 들며 법제정을 반대했었고 그러한 주장은 법 시행이후에도 기초보장법의 모습을 결정짓는데 주요 요인이 되었다.
    복지부는 생활보호법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으로 대체 입법되면서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첫째, 법적 용어가 ‘보호적 성격(보호자)’에서 ‘권리적 성격(수급권자)’으로, 둘째 대상자 선정기준이 소득과 재산의 개별기준에서 통합기준(소득인정액)으로, 셋째 근로무능력자가구에 한정된 생계급여에서 근로능력자 빈곤가구를 포함한 생계급여의 실시로, 넷째 생계급여 방식이 ‘획일급여’에서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한 ‘보충급여’로, 다섯째 6개의 급여에서 7개의 급여(주거급여 신설)로 변경되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이와 같이 겉모습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변화가 긍정적인 변화인지, 부정적인 변화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10년이 되는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 최후의 안전망으로서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어떠한 기능을 하여야 하는가에 대해 점검하고 향후 10년 후의 계획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


2. 국민기초생활보장법 10년의 변화 : 바뀐 것


    기존의 생활보호법과 비교해 본다면 분명 기초생활보장법은 긍정적으로 변화하였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첫째, 노동능력자가 있는 가구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비 지원이 가능하도록 법에 명시되게 된 점에서 그러하고. 둘째 제도의 합리성, 대상자간의 형평성이 예전보다 나아진 것도 사실이다. 보충급여방식의 기초보장법은 보다 정확한 자산조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존보다 부정수급자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강화되었고, 탈락시킨 대상만큼 새로운 대상이 수급자로 포함되게 되었다. 예전의 주먹구구식 행정에서 비교적 체계적인 행정으로 전환됨으로서 국가 재정의 효율적 사용이 가능해 진 것이다. 법 시행에 따른 부수적인 성과도 있었다. 저소득 계층의 실태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많아졌고, 그들에 관한 보다 상세한 정보의 수집이 이루어지고 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하는 최저생계비와 현금급여 기준액을 둘러싼 많은 논의로 인해 수급자들이 어떠한 사람들인지, 어떠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필요로 하게 된 것이다. 또한 정확한 자산조사 및 수급자 관리를 위해 사회복지공무원의 필요성이 증대되었고, 이는 공공사회복지행정체계를 정비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생활보호법과 비교한다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지만 법 제정의 목적에 비추어 본다면 그 평가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법제정 목적에 따른 평가에 앞서 제도의 구체적인 변화를 살펴보면, <표1>과 같다.
    2001년에는 주민등록상 문제를 가진 자(노숙자, 쪽방, 비닐하우스촌 거주자 등)에게 기초생활보장번호를 부여하여 보호하는 제도를 마련하였다. 복지부의 이러한 조치는 분명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 했다. 하지만 이 제도의 실행이 시민단체의 ‘주소지 찾기 소송’과 무관하지 않고, 이로 인한 수급자로 선정되는 사람들의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새로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2002년에 있었던 수급자 중고생 자녀에게 학용품비를 지급한 것은 최저생계비가 가구유형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중고생의 경우 학용품의 추가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당연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원수준이 합리적인 금액인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장애인, 학생, 자활공동체 참여자에 대한 근로소득 공제율을 인상한 것은 근로유인의 효과를 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일 뿐 충분한 조치라고 보기는 곤란하다.
   2003년에는 법제정시 예정되어 있었던 소득인정액제도가 시행되었는데, 소득인정액의 내용중 재산의 소득환산제도는 시행되었지만 근로능력자의 근로소득공제제도는 소득파악능력이 미비하였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연기된 상태로 있다. 재산의 소득환산제의 경우는 재산은 있으나 소득이 매우 적은 가구를 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초법 제정시 도입을 계획한 것이었으나 새로운 제도 시행시 신규로 수급자로 선정된 가구보다 새로운 제도로 인해 탈락한 가구가 더 많은 결과를 가져올 정도로 기본 재산액 기준과 재산의 소득환산율을 엄격하게 가져간 문제가 있었다. 일반 근로능력자의 근로유인을 위해 마련하기로 한 근로소득공제제도의 경우는 아직까지 그 제도 시행을 위한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 채 연기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4년에는 법 시행 이후 첫 번째의 최저생계비 실계측이 있었고 이후 3년 후인 2007년에 2차 실계측이 있었다. 계측주기가 5년에서 3년으로 변경된 이유는 계측주기를 짧게 해서 생활상의 변화를 빨리 반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참여연대의 입법청원이 받아들여진 결과인데, 10년 동안 최저생계비의 수준은 일반가구와 비교하여 상대적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05년에는 부양의무자범위의 1차 축소, 2007년에는 2차 축소가 있었다. 그 결과 현행 기준은 “생계를 같이 하는 2촌 이내의 혈족”은 제외 되어 수급권자의 1촌의 직계 혈족 및 그 배우자로 그 범위가 축소되었다. 2006년에는 부양능력 판정 소득기준의 변경이 있었는데, 기존의 최저생계비 120%에서 130%로 조정되었다. 부양의무자 범위가 축소된 것은 바람직한 조치이지만 부양능력판별기준의 변경은 그 기준을 인상한 것이라고 평가받기 곤란하다. 왜냐하면 최저생계비수준이 상대적으로 하향 조정된 것을 감안하면 법 시행 초기의 최저생계비 120%수준보다 현재의 최저생계비 130%가 상대적으로 더 낮은 수준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에는 재산기준의 변경이 있었다. 대도시의 경우 기본재산액기준이 3,800만원에서 5,400만원으로 대폭 인상되었다. 하지만 이는 지난 5년간 없었던 기준 조정에 대한 최소한의 대책이었을 뿐이었고, 주택가격이나 전세가격의 상승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표1> 국민기초생활보장법 1년간의 주요 변화





















































일 시


변경 내용


1999. 9.7


–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2000. 10. 1


–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


2001.8


– 주민등록상 문제를 가진자(노숙자, 쪽방, 비닐하우스촌 거주자 등)에게 기초생활보장번호 부여


2002.6


– 수급자 중고생 자녀에 학용품비 신규지원


– 장애인, 학생, 자활공동체 근로소득공제율 확대(10~15 -> 30%)


– 차상위계층 만성`희귀질환자 의료급여 실시


2003. 1. 1


– 소득인정액제도(재산의 소득환산제) 시행,


– 근로능력자의 근로소득공제제도 연기


2004. 12. 1


– 법 시행 이후 1차 최저생계비 실계측후 최저생계비 결정


2005. 7. 1.


– 부양의무자 범위 1차 축소(수급권자의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생계를 같이 하는 2촌이내의 혈족)


2006. 3. 24


– 긴급복지지원법 시행


2006. 7. 1


– 부양능력판정기준 변경(최저생계비의 120%-> 130%)


2007. 1.1


– 부양의무자 범위 2차 축소 시행(생계를 같이하는 2촌 이내의 혈족 제외)


2007. 6


– 차상위계층에 대한 장제급여 및 자활급여 지급 근거 마련(시행령, 시행규칙 개정)


2008. 8


– 금융재산조회시스템 구축


2008. 11


– 부양의무자 재산기준 완화


– 간주부양비 부과율 인하(아들의 경우 40% -> 30%)


2009. 1


– 재산기준(기본재산액) 변경(대도시 3,800만원 -> 5,400만원)


2009. 5.11


– 한시생계보호 실시



3. 국민기초생활보장법 10년의 평가 : 바뀌지 않은 것


    10년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지만 바뀌지 않은 것 들이 있다.


1) 수급자 규모의 추이
    <표2>에서와 같이 기초보장법이 시행된 초기에 비해 수급자수가 줄어들다가 2004년 이후 약간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00년 10월에 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되면서 직전의 생활보호대상자(한시보호자 포함) 151만명이었던 대상이 149만명으로 줄어들어든 채 법이 시행되었고 이러한 규모는 매년 감소추세를 보이다 최근에 와서야 초기 숫자보다 늘어난 상황이다. 빈곤의 심각성, 불평등의 정도에 따라 변해야 수급규모가 변화되어야 최후의 안전망으로서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나 지난 10년간의 수급자 규모와 우리나라 빈곤의 심화정도를 비교하면 그렇지 못하다. 유경준(2009)에 따르면 2000년의 경우 상대 빈곤율이 10.5%였지만 2008년의 경우 14.3%로 증가하였고,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의 경우 동기간 0.299에서 0.321로 높아졌지만, 같은 기간 수급율은 별 변동이 없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실업률이 증가하였지만 수급자 수는 지난 6개월 동안 불과 5만명 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표2> 기초보장수급자수 추이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일반


수급자


가구


698,075


691,018


717,861


753,681


809,745


831,692


852,420


854,205


인원


1,345,526


1,275,625


1,292,690


1,337,714


1,425,684


1,449,832


1,463,140


1,444,010


시설수급자


74,469


75,560


81,715


86,374


87,668


85,118


86,708


85,929


총 수급인원


1,419,995


1,351,185


1,374,405


1,424,088


1,513,352


1,534,950


1,549,848


1,529,939


수급율(%)


3.00


2.84


2.87


2.96


3.14


3.18


3.2


3.08


* 수급률 = 수급자수/전체 인구×100
(자료) 복지부(각년도),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현황


2) 비수급 빈곤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
  10년이 지났지만 바뀌지 않은 것은 비수급 빈곤층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최저생활을 하지 못하는 국민 누구나 수급자로 선정하고, 수급자로 선정된 사람들의 최저생활은 국가가 보장한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는 비수급 빈곤층을 가능하면 줄여나가야 한다. 최근 정부의 자료(관계부처합동, [민생안정 긴급지원 대책], 2009. 3)에서 사각지대의 규모를 200만 가구(410만명)으로 추계하고 있고, 특히 소득과 재산이 수급자 선정기준에 부합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자가 되고 있지 못한 가구가 60만가구(100만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정부의 의지를 의심케 할 만큼의 문제라 할 수 있다. 하루 빨리 획기적인 부양의무자 기준의 개선과 재산기준의 현실화가 이루어져서 기초보장법이 최후의 안전망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4. 나가며


   기초보장제도 시행 이전에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어서는 안된다’고 하던 주장은 10년이 지난 현재에는 ‘근로유인을 보다 강화할 수 있는 방식’의 새로운 시스템으로 변경하여야 한다는 주장으로 변화되고 있다. 그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비수급빈곤층의 문제는 여전히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고 근로의욕 유지가 최우선 고려 대상인 듯하다.
    10년 전 첫째, 기초법에서의 보장수준이 너무 높아 정의에 반하고, 국가재정 부담이 증가될 것이고, 둘째 수급자수가 예상 인원보다 초과되어 국가재정을 압박할 것이고, 셋째 소득조사능력 부족(부정수급자 증가)으로 재정 낭비를 초래할 것이며, 넷째 누구나 최저생계비를 보장받게 되어 도덕적 해이(근로의욕 감퇴)를 유발할 것이기 때문에 기초보장법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었다. 수급자수가 500만명까지 육박할 것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지금 현실과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논외로 하고, 보장수준이 너무 높다는 주장은 최저생계비의 수준과 관련하여 아직까지 이어 오고 있다.
    소득조사능력 부족(부정수급자 증가)으로 재정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최근 복지부에서 발표하고 있는 부정수급자 통계를 통해 뒷받침되는 듯하다. 복지부의 자료를 보면 기초생활보장 급여 부정수급이 2005년 3,478가구, 2006년 6,060가구, 2007년 8,654가구, 2008년 9,288가구로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의 이러한 발표는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정확히 표현하면 부정수급자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산망의 강화로 부정수급자로 적발될 확률이 높아지고, 수급자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소득이나 재산상의 변동을 부정수급으로 분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기적인 재산·금융조사에 따른 수급중지도 부정수급자로 포함시키고 있는데, 이는 부정수급이 아니라 그동안의 행정적인 실수로 해석할 수 있는 사안이다. 결국 부정수급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아무런 증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정수급자를 가려내수급자가 자산 파악장치가 마련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근로의욕이 감퇴할 것이라는 주장은 행정 종사자들에 의해서 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수급자들이 대부분 기초보장제도에 기대어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가 왜 나타났는가를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초보장제도의 설계가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운영을 잘못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노력이 우선 필요하다. 근로를 유인할 수 있는 장치의 가동(근로소득공제제도)을 연기한 것과 그것을 시행하기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측의 운영 잘못에 그 원인을 찾아야할 것이다. 근로의욕 유지와 빈곤함정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장치의 마련도 분명 필요한 시점이지만 그러한 장치의 마련에 우선해야 하는 원칙은 ‘국민 누구나의 최저생활 보장’일 것이다. 하루 빨리 비수급 빈곤층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들에게 주어진 과제일 것이다.


<참고문헌>
유경준, 2009, “우리나라 빈곤변화 추이와 요인 분석”, 한국개발연구원, 「KDI정책포럼」 제 215호


월간 <복지동향> 2009년 09월호(제1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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