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9 2009-10-01   1490

[동향3]저출산 극복을 위한 영유아보육법 개정방향


저출산 극복을 위한 영유아보육법 개정방향
– 양승조 의원의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 비판을 중심으로 –



한국노총 여성본부 부장 이지현



지난 7월 미디어법 개정문제로 전국이 떠들썩거리던 시점에 민주당 양승조의원이 조용히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보고 한국노총은 한마디로 경악을 금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어떻게 이런 안이 민주당에서 나올 수 있는지, 그리고 공동발의 한 국회의원을 보면 그동안 재야 운동가로 알려졌던 의원이 상당수 들어가 있어서 더욱 충격이었다.
한국노총은 즉각 ‘양승조의원 대표발의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한국노총입장’을 발표하고 양승조 의원과 공동발의한 12명의 국회의원, 그리고 민주당 정책위원회에 공문을 보내고 입장을 확인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공동발의한 의원들 중에는 내용도 제대로 모르면서 같은 당 같은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이란 이유만으로 공동발의한 의원도 상당수 있었다. 그러나 본인의 입법에도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혼자 철회 할 수는 없다며 양승조 의원실과 잘 얘기 해보라는 궁색한 답변만 들어야 했다.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었다. 어떻게 국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법을 제·개정 하는 사안에 대해 묻지마식 공동발의를 해줄 수 있는지… 정말 국회의원들이 책임감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지금부터 양승조의원이 대표발의한 영유아 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살펴보자.
양승조 의원이 발의한 개정법률안을 간단히 평가하자면 민간보육시설장들의 주머니만 채워주는 요구들만 쏙쏙 뽑아다 명시해 놓은 ‘민간시설단체장들을 위한 영유아보육법’이라고 할 수 있다.
양승조 의원은 영유아 보육법 개정 이유를 ‘저출산이 사회․국가적인 문제로 맞벌이 가정 영유아들의 보육시설 문제를 일차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들었지만 그의 법률안이 왜 반국민적인지 왜 시설장 프랜들리 한지 내용을 살펴보면 금방 들통난다.  


첫 번째 제2조(정의)와 관련된 부분이다. 기존 어린이집 등의 보육시설은 12시간 종일제 기준으로 운영된다. 현행법에 그렇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종일제 기준을 5시간 이상 8시간 미만으로 변경하고 8시간 이상 12시간 미만을 ‘시간연장제’로 규정하는 것이 개정안의 첫 번째 내용이다.
5시간 이라함은 오전9시부터 오후2시까지로 통상의 개념은 반일제다. 그러면서 기존 12시간인 종일제 상한시간을 8시간으로 낮추었다. 반일제도 종일제로 인정하고 기존 종일제 기준시간은 축소코자 하는 것이 이 개정안이 의도하는 바이다.   
보통 맞벌이,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생활패턴이 어떠한가? 보통 부모가 출근하는 7시 30분경에 어린이 집에 가서 부모가 퇴근하는 시간 이후인 7시 경에 하원하게 된다. 최소 10간 이상 어린이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12시간이 종일제(기본형)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이 운영시간 기준을 낮추는 것이 어떻게 맞벌이 가정 영유아들을 위한 것인가?
이러한 규정에 따를 경우 대부분 맞벌이, 한부모 가정의 아이는 ‘시간연장제’ 유형에 속하게 되고 ‘종일제(기본형)’ 개념에서 벗어나는 초과보육유형(36조 개정안에서 못 박음)으로 분류되어 보육료 추가부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개정안(24조)에서는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이 운영기준을 제정할 때 보육시설연합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여 시설운영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자율성’ ‘창의성’ 말은 참 좋다. 하지만 부모입장에서는 보육비용의 ‘자율성’, 특기활동 명목개발의 ‘창의성’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 한 어린이집의 2008년도 3월 보육비,
   출처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현장리포트③
지금도 많은 민간 보육시설에서는 온갖 특기활동을 갖다 붙여서 기본 보육료 외에 각종 비용을 부모들로부터 뜯어내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특기활동비도 일정정도 이상을 받는 것은 불법이다. 불법임을 알면서도 현장 감시 감독이 허술한 것을 이용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젠 아예 대놓고 이걸 합법화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웃기는 것은 ‘보육시설연합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여야 한다는 조항이다. 보육시설연합단체가 어떤 단체인가? 보육시설공급자들이 구성한 특정이익집단이다. 한 국가의 보육정책 운영기준을 정할 때 특정 이익집단의 의견을 청취하라는 것을 법으로 명문화 하는 것이 도대체 상식적으로 타당한 얘긴가?
만약 노동부가 근로기준법 운영기준을 정할 때 경총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한다는 조항을 근로기준법에 넣는다면 국민이 찬성하겠는가? 당연히 반대한다.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국회의원 수준이 의심된다고 할 것이다. 


제38조 (보육료 등의 수납)과 관련 개정안에서는 시·도지사가 보육료 수납 한도액 결정시에 표준보육비 연령별 단가에 물가지수를 곱하여 산출한 금액 이상으로 하라고 하고 있다. 이 말은 시도지사들이 보육료를 고시할 때는 무조건 보건복지부 표준보육비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말로 결국 보육료의 상한선을 높이겠다는 심각한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일부 저소득층으로 지원을 받는 아동을 제외하곤 보육비용의 대부분을 부모가 부담하고 있다. 특히 만5세 무상교육에서 빠지는 민간보육시설에 다니는 만4,5세 아동의 정부 보육료 지원은 한 푼도 없다.
필자의 아이도 만4세 때 들어간 민간어린이집 한 달 보육비가 50만원에 달한다. 아이가 바둑을 좋아해서 바둑교실 보내달라고 해서 10만원이 더 들어간다. 작은애는 3살로 운이 좋아 국공립 시설에 다니고 있다. 한달 35만원 정도 들어간다. 둘이 합쳐서 100만원 들어간다. 먹는거 입는거 빼고도 이정도 들어간다. 내 월급의 절반이상이 보육비로 지출되고 있다. 지금도 부모들은 아이 키우느라 진짜 뼈가 빠질 지경이다. 그런데 표준보육비를 더 올린다고? 노동자들 임금인상도 물가인상률 이상으로 하라는 안도 좀 입법해 주실라우?


또한 개정안에서는 보육료 이외의 필요경비를 보육시설운영위원회의 심의를 받은 후 수납 가능하게 해달라고 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필요경비란 특기활동비, 현장학습비, 차량운영비 등을 지칭하는 것이다. 요즘 잘나가는 영어, 가베, 오르다 이런 거 프로그램에 넣고 보육시설 운영위원회 심의 받으면 돈 받게 해달라는 얘기다.
현재 대부분의 보육시설운영위원회는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사안이 발생하면 그냥 싸인 받고 땡이다. 설사 부모가 운영위원회 위원이라 하더라도 아이를 볼모로 잡혀있는 상황에서 시설장의 의견을 거스를 수 있는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되는가?
더욱 문제인 것은 대부분 보육시설이 보육시설운영위원회마저 제대로 구성되지 않았는데 보육시설 운영위원회가 없는 시설인 경우 학부모 동의서만 구하면 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이 조항은 기존 보육시설 운영위원회마저 무력화 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 것이며, 보육시설의 모든 사항은 시설장 맘대로 운영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 조항은 시설장이 부모에게 ‘동의 못하면 딴 시설 이용하라’는 협박에 다름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어떻게 이런 개정안이 민주당 국회의원에게서 나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지난 9월 9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저출산 극복을 위한 영유아 보육법 개정방향을 위한 토론회’에서 양승조 의원은 한국노총이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면서 시설장들을 선동하기 까지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필자는 시설장들의 집단 야유와 방해로 토론을 끝까지 마칠 수도 없었다. 이런 수준의 민간 시설장들에게 우리 아이들을 맡기고 있다니 눈앞이 캄캄했다.


어찌됐든 법은 한번 만들어지고 나면 되돌리기가 너무 어렵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한국노총 예를 들자면 13년 전에 노동법 날치기 통과로 만들어졌던 노조 상근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 법안 때문에 13년 동안 같은 사안에 대해 같은 투쟁을 하고 있는 것도 있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한번 잘못 개정되고 나면 그것을 바꾸는 데는 만들 때 보다 몇 배 아니 몇 십 배의 에너지가 소요된다. 지금 개정안을 철회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면 바람직한 영유아보육법의 개정방향은 무엇일까? 필자는 정책전문가는 아니어서 어떤 큰 그림을 그리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두 아이를 키우며 경험했던 것을 이야기 하고 싶다.
첫 번째, 국공립 시설의 대폭적인 확충이다. 국가가 저출산 문제를 국가적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면 보육문제의 국가적 해결을 당연히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민간에 아동수별로 지원하는 방식은 아동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민간시설장들의 집단행동에 따라 정책이 좌지우지 될 수 있다. 국공립 시설을 최소 30%까지 확충해서 기반 시설과 인건비를 국가가 어느 정도 까지 부담하고 최소한을 부모에게 부담시켜야 한다. 그래야 국가의 보육정책이 일관적이게 추진될 수 있고 그 파급력이 민간에게 미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거꾸로 민간의 입김에 따라 보육정책이 움직이는 이상한 구조다.
영유아 보육법의 개정도 국공립 시설을 의무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영유아 보육법과 유아교육법의 통합이다. 아주 영아는 다르지만 3세 이상이 되면 유치원을 택할 수도 있고 어린이집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시설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아동이 받는 지원은 달라진다. 교육내용도 확연한 차이를 나타낸다. 어떻게든 유아가 바르게 자랄 수 있는 방향으로 조정이 이뤄져야하며 아이가 받는 혜택은 한가지로 통일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흐름은 위에 두가지 인것 같다. 이 나라 국회의원들이 정말 어느 특정 단체의 로비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정부정책도 국회의원들의 입법안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참 깜깜할 따름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9년 10월호(제1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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