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9 2009-10-01   1668

[동향5]신종플루가 드러낸 한국 의료체계의 문제점

 


신종플루가 드러낸 한국 의료체계의 문제점

 


김종명(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팀장)

 


  신종플루가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현재 여전히 신종플루 환자는 완만하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애초의 우려대로 전국민의 20% 정도에 이르는 대유행은 발생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신종플루는 기존에 매년 유행해온 계절 독감 정도 수준의 치사율(0.01%미만)로 파악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 입원이나 사망자수도 예상과 달리 적게 발생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잘 대응을 했기때문이 아니라 천만다행이도 신종플루가 생각보다는 훨씬 가벼운 전염병으로 확인된 이유기이도 하다. 운이 좋다고밖에 할 수 없는 이유이다. 제 곧 백신이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하면 신종플루는 점차 수그러들 것이다. 유전자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간 신종플루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문제점들을 여실없이 드러내 주었다. 이글에서는 신종플루가 드러낸 우리의 현실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고자 한다. 또한 또다른 국가적 차원의 공중보건의 위기상황이 도래하였을때 동일한 혼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부실한 방역과 부족한 격리지정병원

 

  신종플루가 멕시코와 미국에서 발생하자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공항에서 검역을 강화하고 의심되는 환자는 국가지정격리병원에 강제수용하는 방역조치를 취하였다. 그러나, 공항에서 검역을 담당하는 직원이 감염이 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알고보니 이들은 모두 비정규직 직원이었다. 비정규직의 경우 보호장비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였다고 한다. 방역을 담당해야 할 인력이 오히려 감염이 된 점은 신종 전염병이 사회의 양극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국가지정 격리병원조차가 턱없이 부족하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음압시설을 갖춘 격리병실을 갖춘 병원이 고작 5개에 불과하다. 국립의료원, 인천의료원, 국군수도병원, 전북대병원, 목포국립병원이 그들이다. 문제는 이들 병원이 서부 지역에 있어 만일 대구나 부산지역에서 신종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이들을 격리입원할 병원이 없어 한반도를 가로질러 환자를 이송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이들 병원이 갖춘 음압 격리병실도 겨우 50여 병상에 불과하다.

 

우왕좌왕한 치료거점병원

 

  현재 정부는 460개의 치료거점병원을 지정하고 있다.  신종플루가 지역사회로 확산되자 보건소와 국가지정격리병원 중심의 대응이 아닌 민간의료관도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해당 병원의 환자 수용 능력을 감안하지 않은채 시군구당 1개이상의 치료거점병원을 지정하도록 강제한 결과 지정된 치료거점병원에서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채 우와좌왕하였다. 심지어 몇몇 병원들은 치료거점병원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신종플루가 지역사회로 확산될 경우에는 환자를 적시에 치료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충분히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살리지 못한 결과라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벼운 증상의 외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 증상이 심해 입원치료가 필요한 의료기관, 마지막으로 중증 환자로 중환자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별로 세분화하여 치료병원을 지정할 필요가 있었다. 의료기관이 갖춘 인력과 시설의 정도와 의료전달체계를 고려하여 역할을 세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이러한 방식으로 치료거점병원이 마련되지 못하였다. 그러다 보니 몇 개의 입원실만을 갖춘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중환자실 수용능력이 없는 중소병원, 또 대형 병원이 각자 자신의 수준에 맞는 역할을 배정받지 못하고 동일한 임무를 부여받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환자 수용능력이 없는 치료거점병원은 신종플루 의심환자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또한 격리 외래 진료실이나 격리병실을 갖춘 병원은 셋 중 하나정도밖에 없었다. 그만큼 치료거점병원의 준비상태는 형편없었다.

  이러한 일이 벌어진 데에는 의료전달체계의 부재가 가장 큰 이유이다. 우리나라 의료공급체계는 일차, 이차, 삼차 의료기관들이 서로 환자를 두고 경쟁하는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공공병원은 병상수기준 10%도 되지 않으며 의료공급을 주로 민간 의료기관이 맡고 있다. 민간의료기관의 경우 의료의 공공적 역할보다는 사적 이익을 쫓는데 익숙해져 있다. 그러다보니 수익이 안되는 공중보건 시책을 따르지 않으려는 욕구가 강하다. 일부 치료거점병원은 신종플루 환자 진료하면 기존환자들이 감소되어 의료기관의 수익이 줄어들지는 않을까 걱정을 하는 일도 발생하였다.

 

손놔버린 보건소

 

  보건소는 공공보건체계의 핵심이다. 신종플루가 국내로 확산될 초기에 보건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초기에 보건소는 신종플루 의심환자에 대해 무상으로 확진검사를 시행하였고, 의심환자를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치료거점병원을 지정하자 곧 보건소는 손을 놔버리게 된다. 치료거점병원지정 이후 보건소는 신종플루 환자들을 더이상 진료하지 않고 모두 치료거점병원으로 보내버렸다. 무상으로 제공되던 확진검사도 더이상 제공하지 않았다. 단지 확진검사를 받으려면 치료거점병원에 가서 값비싼 댓가를 치르고서야 받을 수 있었다. 비록 검사비용은 건강보험의 적용을 한다고 하였으나, 형편없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으로 인해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는 매우 컸다. 특히 대학병원에서 확진검사를 받게 되면 특진비를 포함할 경우 20여만원에 이르렀다. 공공보건체계의 핵심인 보건소가 전염병 관리에서 손을 놔버리고, 준비되지 않은 치료거점병원에서의 혼란은 더욱 컸다.

  보건소는 대량 환자 발생을 대비하여 일반 환자 발생은 치료거점병원이 담당하고 보건소는 학교나 복지시설같은 집단 생활을 하는 곳에서의 집단 발생을 관리하겠다는 핑계를 대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런 핑계조차도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보건소는 학교에서 의심이 되는 환자에 대한 진료와 확진검사도 모두 치료거점병원으로 떠넘기기에 바빴다. 학생들은 확진검사를 받기 위해 수만~수십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치러야 했다.

 


국민에게 치료비를 떠넘기다.

 

  신종 전염병 유행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적시에 환자를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중증 환자의 경우 의료기관의 역할이 매우 크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염환자가 즉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이용의 장벽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종플루로 인한 치료장벽은 매우 높았다. 비록 신종플루로 인한 검사 및 치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하였으나, 실제로 국민부담은 결코 적지 않았다. 특히 입원치료라도 하게 되면 국민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신종플루가 의심이 되어 입원하기라도 하면 대다수 병원이 격리 병실을 따로 확보하고 있지 못하므로 1인실에 입원해야 한다. 1인실의 경우 보통 10만원에서 30만원정도의 상급 병실료를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선택진료와 각종 검사비용을 합치면 수백만원에 이르는 치료비용을 국민들은 감당할 수밖에 없다.

  전염병은 환자가 잘못해서 전염되는 것이 아니다. 전파를 막기 위한 노력도 개인에 맡겨서는 그리 효과적이지도 못하다. 사회적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그 비용또한 국가에서 부담하는 것이 옳다.

 


실체 없는 학교 보건의료체계

 

 신종플루는 집단생활을 하는 젊은 연령층을 중심으로 유행하였다. 전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양상을 띄었는데 10~20대에서 전체 환자의 60%이상이 발생하였다. 특히 초,중, 고등학생에서 집단유행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교육청은 조기에 환자가 발견하여 격리하기 위한 조치로 교문에서 발열체크를 하도록 지시하였다. 하지만 이런 교육청의 지침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는 것이었다.

  우선 발열만으로 신종플루 환자를 가려낸다는 발상은 실제 현실적이지 못하였다. 의료인이 아닌 일반 교사들은 제대로 발열 측정을 하는 방법을 교육받지 못했다. 귀에서 측정하는 발열은 외이와 중이의 경계인 고막에 정조준하여야만 정확히 측정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실제로 열이 있더라도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매우 많다. 또한, 발열 하나로 신종플루를 진단할 수도 없다. 열이나는 질환은 무수히 많다. 발열은 신종플루를 의심하는 증상 중 하나에 불과하다. 따라서, 발열이외에도 기침, 재채기, 인후통, 콧물 등의 증상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이렇듯 비전문가가 발열검사라는 한가지 방법만으로 신종플루 감염자를 가려내기는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다. 발열 장비도 제대로 갖추고 있는 학교가 드물어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발열 장비를 급히 구입하는 바람에 가격이 몇배로 뛰고 품귀현상까지 벌어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교문에서 시행하는 발열검사의 문제는 이것 만이 아니다. 이런 황당한 대책은 사실 학교 현상에서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학생을 교육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으로 여기는 교육풍토를 반영한다. 학생은 능동적으로 자신의 증상을 표현하고 의료전문가로부터 진료를 받을 권리가 무시되고 오직 행정적으로 통제되고 감시되어야 할 대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어이없는 일이 도대체 왜 발생하는 걸까? 그것은 학교 보건의료체계가 전혀 작동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학교보건법을 보면 학교에서의 보건의료체계는 매우 잘 갖춰진 것처럼 보인다. 학교마다 보건교사를 두도록 되어 있고, 학교의사(학생주치의)를 둘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그 법적 체계는 현실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못했다. 보건교사는 절대적으로 부족하였고, 의무실은 필요한 의료장비를 갖추고 있지 못했다. 학생들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학교의사를 갖춘 학교는 전무하였다. 보건소는 학교보건을 지도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포기한지 오래였다. 그러다보니 교육청이 나서서 교문에서 집단적으로 발열검사를 하는 해프닝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 백신이 본격적으로 접종하게 되면 신종플루는 점차 수그러들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신종플루로 드러낸 우리의 부실한 의료시스템을 반드시 점검하고 고칠 필요가 있다. 또다른 신종전염병으로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말이다. 가장 중요하게는 공공의료의 확충이다. 보건소의 기능과 역할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지역마다 거점 공공병원을 육성하여 음압시설을 갖춘 격리 병동을 확충해야 한다. 또, 신종 전염병으로 인한 치료 경비를 국가가 부담할 수 있도록 사전이 미리 예산을 책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염병 치료에도 양극화와 불평등이 초래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9년 10월호(제1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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