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3-10   1401

[동향3] 차별과 싸움을 시작한 첫 해…

서재경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차별상담 전화에 걸려오는 상담을 통해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작동 이후, 이웃주민이 상습적으로 괴롭히고 폭행을 가할 경우, 주민들의 서명을 받고 탄원서를 올리는 등 적극적 대응을 통해 권리옹호를 하려는 움직임, 자신이 겪은 일이 부당하다고 느낄 때 ‘이것도 차별인가요?’ 묻는 움직임, 국가인권위 진정을 하거나 법적 소송으로 차별에 대응하는 움직임 등등 장애인 당사자 스스로의 적극적인 차별시정과 권리옹호가 나타나고 있다.

 


장애인 차별 상담 사례를 차별유형별로 살펴보면

2009년 7월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1577-1330 장애인차별상담전화’ 출범 이후, 접수된 상담은 총 123건이다. 접수된 상담 중 차별이 아닌 사례를 제외한, 장애차별로 판단되는 사건만 놓고 볼 때 차별발생 영역별로 재화용역 32건(36%), 괴롭힘 19건(22%), 고용 13건(15%), 교육 10건(11%) 순으로 차별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재화용역 차별 사례의 경우, 정당한 편의시설에 관한 차별내용이 많았다. 특히 공공기관에서의 정당한 편의시설이 제공되지 않아 장애인이 겪는 차별이 많았다. 차별상담에서 함께 문제해결을 모색하고, 권리옹호를 위한 대응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알 수 있었던 뚜렷한 점은 공공기관측이 자발적으로 차별적 요소를 시정하려는 태도를 보이기 보다는 장애인 당사자 중심의 인권위 진정 접수 등 적극적 권리옹호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뒤늦게 공공기관측이 정당한 편의시설 제공’을 마련하면서 차별의 원인이 소멸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재화 용역 차별 사례를 보면
① 재활병원, 장애인화장실에 청소도구가 잔뜩 쌓여 있음. 인권위 진정하기로 함. 이후 재활병원에서 장애인화장실 청소도구를 옮기고 장애인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함.
② 동인천역 화장실이 장애인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좁음, 000센터 내 권익옹호팀이 대응하기로 함.
③ 내담자는 중증장애인으로 야구관람을 잠실야구장으로 갔음. 장애인석은 관람위치도 안 좋을 뿐만 아니라 안전장치도 없었음. 게다가 비장애인들이 앉을 의자도 없었음. 국가인권위 진정, 진정 중에 잠실야구장에 활동보조인석(8대)설치, 문제의 원인이 사라져 기각됨.
④ 나드리콜 신청과정에서 ‘언어장애’가 있는 내담자는 문자서비스 제공을 요구함. 그런데 이동지원센터는 계속 ‘전화통화’만을 고집함. 이후 내담자는 이동지원센터로부터 사과를 받음.
⑤ KT의 허술한 전화부스 관리: 내담자(뇌병변1급)가 전화를 걸기 위해 공중전화부스로 들어갔는데, 동전이 떨어짐. 동전을 줍기 위해 몸을 부스 유리에 기대려고 했는데, 부스는 유리가 없었음. 내담자는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하여 그대로 뒤로 넘어가 바닥에 부딪힘.
⑥ 내담자는 전동휠체어를 탐.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병동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자 병원에서는 “도로에서 타는 위험한 것”으로 못 타게 함. 인권위 진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병원측이 사과를 요청함.
⑦ 내담자는 지체 장애인,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는 학생. 기관현장방문을 하러 가는 날, 학교측에서 리프트 차량을 제공해 주지 않음. 내담자가 강력히 요구하자, “이번이 마지막이다. 다음부터는 알아서 해라”고 함. 내담자와 당사자들은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함.

 


괴롭힘 차별 사례의 경우 중에서 특히 가족간의 괴롭힘에 관한 상담의 경우, 장애인차별금지법 적용을 꺼내기가 무척 어렵다. 사실 가족간의 괴롭힘을 법적으로 차별이냐, 아니냐를 논하는 것은 가족간 갈등의 고리를 더 심화시키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이 괴롭혀요, 엄마가 때려요, 할머니가 미워해서 30년 동안 시설에서 살았어요, 아내와 나는 장애인인데 우리는 직업도 없는데 가족이 생계를 지원해 주지 않고 부모가 재산이 있어서 기초수급권자도 될 수 없어요’ 라는 상담을 대할 때면, 어떻게 이 상담을 풀어나가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진다. 가족간의 괴롭힘 다음으로는 이웃주민들의 괴롭힘, 학교 또래집단의 괴롭힘 등의 순으로 나타났는데, 주로 이웃 주민들의 괴롭힘은 민사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으며, 학교 또래집단의 괴롭힘의 경우는 발달장애 아동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괴롭힘 차별 사례를 보면
① 청각지체장애인에게 이웃주민이 ‘팔도 없는’ 장애비하발언을 함.
② 안마사 시각장애인에게 직업비하 발언을 일삼는 초등학교 선배 때문에 힘듬.
③ 정신장애인을 괴롭히는 교회 사람도 정신장애인, 교회측과 가해자 부모의 적극적인 사과로 일단락되었으나, 거리에서 마주칠 때마다 폭행을 하기 때문에 재발될 가능성이 있음.
④ 동네 이웃이 청각장애와 지체장애를 가진 장애인을 비하하며, 상습적으로 괴롭힘.
전국장애인체전에서 감독, 코치 ‘장애차별’ 비하 발언
⑤ 내담자 아동은 발달장애아동으로 일반학교에 다님. 축구부에 소속되어 있는데, 축구부원들에게 폭행당함. 그것을 목격한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 그런데 경찰은 피해아동에게 강압적이고 위압적인 조사를 벌임.
⑥ 엄마는 나만 미워하며, 나를 때려서 힘들다는 상담.
⑦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가 미워해서 시설에서 대학까지 다녔으나, 이제 시설을 나와야 하는데 갈 곳이 없다는 상담.
⑧ 아내와 내담자 모두 지체장애인, 직업이 없어서 가족으로부터 지원금이 필요하지만, 가족이 외면. 부모의 재산 때문에 기초수급권자가 될 수도 없음.

 

고용 차별 사례의 경우, 차별상담을 하면서 절실히 체감하는 점은 현실에서는 여전히 장애인은 채용과정에서부터 배제, 분리, 소외되는 차별이 도사리고 있으며, 10년 넘게 일용직 노동자에 머무는 경우와 임금착취 등 다양한 차별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심각한 차별사례로는 공장에서 감금되어 일을 하면서 정신장애와 지체장애를 가지게 되었지만, 더욱 안타까운 것은 내담자 스스로가 차별을 입증할 만한 증거 확보도 어려우니, 현재 기초수급권자로 살아가는 것에 만족하겠다며 상담종료를 원하였을 때이다.

 

고용차별 사례를 보면
① 청각장애인으로 생산직 일자리에서 10년 동안 일하고 있는데, 여전히 ‘일용노동직’에 머물고 있으며 법정시급보다 낮은 시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음. 내담자는 자신의 회사가 법정시급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문의해 옴. 
② 청각장애인 여성으로 외국에서 써빙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음. 그러나 문자중계서비스로 통화를 한 가게주인은 ‘의사소통의 문제’를 이유로 면접을 거절함. 내담자는 소송을 통해 취업을 할 수 있는지를 문의함.
③ 고아로 자라서 안경공장에서 5년가량 감금되어 일하면서, ‘강박장애, 우울증, 공황장애 등’ 질병을 가지게 됨. 회사를 그만 둔 것은 일하는 도중 손가락을 다친 후임. 그런데 회사를 그만 둔 후, 오른손가락에 마비가 와서 산재처리를 하려고 했으나, 공소시효 3년이 지났다는 말을 들음.
④ 출산 후 회사에 복직하려고 했는데, 회사에서 업무배치를 해주지 않음.
⑤ 청각장애인부부 같은 회사를 다녔는데, 신종플루검사에서 아들이 양성반응이 나오자, 부부에게 휴가를 줌. 남편에게는 임금지불과 함께 퇴사통보를, 아내에게는 밀린 임금지불도 하지 않고 퇴사통보를 함.
⑥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5시간 시급만 주면서 8시간 근무를 강요, 5시간만 일하고 가려고 하면 조퇴서를 쓰라고 함. 내담자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이 해고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함.

 


교육 차별 사례의 경우, 상담을 의뢰한 내담자 대부분이 장애아동 부모이며, ‘정당한 편의’와 관련한 상담이 많았다. 특히 발달장애아동이 학교에서 또래집단으로부터의 괴롭힘, 원반교사로부터의 분리, 배제, 체육활동에서의 분리, 배제에 의한 차별이 있었고, 학교 입학에서의 차별과 정당한 편의제공 관련한 차별 상담이 많이 들어왔다. 발달장애아동의 경우, 자신을 보호하거나 조력하는 힘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또래집단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여도, 경찰 수사과정에서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오히려 가해자로 억울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립형사립고 전형에서 장애아동의 입학을 허용한다고 하지만, 입학전형규정을 보면 ‘전체 석차의 50-60%이내’라는 조건이 있어 발달장애아동의 입학을 가로막는 장벽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담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학교나 교사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학교에서 일어나는 차별에 대해서는 장애부모는 학교와 교사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차별에 대응하고 시정하려는 마음보다 장애아동이 계속 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현실 앞에서 학교측의 소극적 사과에서 사건이 수습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교육차별 사례를 보면
① 저시력장애아동의 부모, 학교측이 전국 모의고사 시험에 ‘추가시간’을 제공하지 않자,  정당한 편의 제공을 요구. 
② ITQ시험에서, 주최측은 장애인 시험관련 정당한 편의제공과 관련하여 홈페이지에 그 어떤 정보도 제시하지 않은 점, 편의제공 요구를 거부하고 장애유형 및 중증도에 따른 편의제공이 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장애인차별이라고 생각함.
③ 뇌병변 장애인이 공인중개사 시험에서 추가시간과 대필을 요청함. 주최측은 처음에는 추가시간은 시각장애인에게만 제공된다고 함. 적극적인 권리옹호를 통해 추가시간을 받아냄. 
④ 원반 담임교사, 발달장애아동을 수업에서 분리, 배제, 소외시킴.
⑤ 축구부에서 발달장애아동을 괴롭힘.
⑥ 발달장애아동, 한자검정시험을 치는데, 추가시간을 요청하지 않음. 그래서 주최측은 별도 장소만 제공함. 나중에 추가시간 요청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문의하자, 주최측은 ‘요청하면 제공한다’는 답변을 함.
⑦ 내담자 아들은 발달장애아동임. YMCA 곰두리수영반에 등록하려 하자 비장애인 수영반은 들어갈 수 없었음. 장애아동 수영반의 경우에도 다른 장애유형을 가진 아동의 부모가 거부하여, 수영반 가입조차 안 됨.
⑧ 발달장애아동, 고등학교에 진학하려고 하는데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자립형사립고밖에 없음. 그런데 원서모집요강에 전체석차의 ‘50-60%이내’만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음. 학교에서도 조건충족이 되지 않는다며 원서를 써 주지 않음. 결국 먼 거리의 학교에 원서를 냄.

 


여전히 우리 사회에 도사리고 있는 차별적 요소들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재화용역 차별, 우리가 나서야 할 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한 지역사회 네트워크’ 사업으로 올해 서울 7개구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발달장애인, 청각장애인 당사자가 중심이 되어 모니터링을 하게 될 것이다. 2월 18일 힘찬 모니터링단 발대식 및 교육을 가졌는데, 이 날 모니터링 선언문은 모니터링에 참여하는 조사원 중에서 지체장애인 대표로는 허종씨, 시각장애인 대표로는 전인옥씨, 발달장애인 대표로는 황우진씨, 청각장애인 대표로는 황진씨가 참여하여 모니터링을 통해 정당한 편의시설이나 정당한 편의가 제공되지 않은 공공기관은 즉각 민원을 제기하고, 인권위 진정 및 소송 등을 통해 차별적 요소를 시정해 나가는 주체적 참여자로 참여할 것을 선언하였다.

장애차별을 시정하고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역시 장애인 당사자들이 뭉쳐서 7년 동안 투쟁해서 일궈낸 결과물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 당사자의 적극적인 권리옹호가 전면에 나설 때 큰 동력을 갖게 되고, 즉각적인 차별시정을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우리 장애인 당사자는 장애차별을 시정하는 정책을 정부에 권고하기 보다는 장애인 당사자의 주체적 참여를 통한 공공기관 모니터링을 토대로 정당한 편의시설 및 정당한 편의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고, 제도화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러한 우리 장애인 당사자의 역동적인 힘이 공공기관의 장애인식을 개선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며, 공공기관의 정당한 편의시설과 정당한 편의 제공 확보를 가져오는 가장 커다란 동력이 될 것이다.

 


괴롭힘 차별, 지원체계 확보는 정부의 몫

사실 장애인차별상담전화를 통해 차별 사례를 모우고, 차별 사례를 면면히 살펴보는 가장 큰 목적은 가장 시급히 차별을 시정하고, 권리를 옹호해 나가야 할 사안을 점검하기 위한 밑작업을 하기 위해서이다. 차별 유형에서도 괴롭힘의 경우, 가족간의 괴롭힘 상담에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어떤 지원체계를 연결, 제공해 줄 것이냐의 문제 때문이다. 가족상담, 주택문제, 직업, 의료지원체계, 경제적 지원 등 다양한 지원체계가 필요한데, 이러한 지원체계 확보 및 제공은 단연 정부의 몫이다. 가족상담의 경우, 사설 가족상담소의 경우, 장애인이 상담에 소요되는 비싼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상담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거나, 정부 산하에 가족상담센터를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부모로부터 경제적, 정서적 자립을 원하지만, 현실에서는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을 때 부모와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이런 경우, 다각적인 측면에서의 지원체계가 필요한데, 예를 들면 주택지원 및 직업, 경제적 지원 등 다양한 지원체계가 제공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 제도 하에서는 부모의 재산 여부에 따라 기초수급권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허다하며, 일을 하고 싶어도 장애정도, 장애유형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무능력자로 낙인 찍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차별적 요소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의 결혼유무, 직업유무, 장애정도 등을 고려하여 기초수급권을 부여하는 유연성 있고 현실성 있는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이웃간의 장애인을 비하하고,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차별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혼자 사는 시각장애인 할머니집에 상습적인 절도가 발생하는 경우, 청각지체장애인의 특성을 비하하는 경우, 안마사의 직업을 성추행으로 몰고 가는 경우 등 비일비재한 차별의 원인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인식교육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부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지역사회로 들어가서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인 인식교육 프로그램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장애인 인식교육 프로그램은 장애인권단체와 네트워크를 결성하여,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을 가지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지속적인 정책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고용 차별, 생존권 앞에서는 차별시정도 권리옹호도 하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차별 상담을 하면서 가장 안타깝고 답답할 때가 고용차별을 대할 때이다. 그 이유는 차별상담전화에 자신의 차별이야기를 건네는 내담자가 정작 차별시정을 위한 조치나 적극적 권리 옹호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내담자는 상담전화를 통해 차별을 이야기하면서, 적극적 권리 옹호는 왜 주저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절박한 생존권 때문이다.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노동시간 연장을 강요당하고 있으면서, 이것이 분명 차별임을 알지만 내담자는 자신이 강요당하는 노동시간을 봉사활동시간으로 대체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뭘까? 지금 일자리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절박한 생존권 앞에서 차별시정도, 적극적 권리옹호도 주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장애인이 직면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 어떤 상담의 경우, 분명 회사가 심리적으로 정신적인 압박을 가해서 퇴사를 강요한 심증은 있지만, 내담자 스스로가  퇴직서를 냈기 때문에 물증이 없어 회사를 상대로 진정을 하기도 어려운 경우도 있다. 어떤 내담자는 기초수급권을 박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이 한 얘기를 들어줘서 고맙다는 말로 전화를 끊는다. 이런 상담의 경우에도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어서 내담자와 함께 적극적 권리옹호를 내세우기 어려우며, 기초수급권 박탈을 두려워하는 절박한 생존권 앞에 아무런 할 말을 잃게 된다.

절박한 생존권 앞에서 움츠리게 되는 차별시정 및 권리옹호, 그 대안은 바로 정부의 현실성 있는 고용정책일 것이다. 정부는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당하지 않는, 장애정도 및 장애유형 때문에 자신이 고용시장에 진입조차 못하는 고용현실을, 차별적 요소를 시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선 고용차별에 대한 정부의 로드맵 중에서 가장 최우선적인 정책 마련은 장애인의 최저임금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10년 동안 법정시급도 받지 못하는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노동시간 연장을 강요당하는 장애인이 이 땅에서 사라질 수 있기 위해서는 ‘’장애인 최저임금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상담을 하다 보면 고용차별에서 가장 심각한 차별 양상 중 하나가 회사의 강압적인 해고에 의한 자발적 퇴사이다.  대부분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퇴사를 강요하는 회사가 많다. 어떤 내담자는 회사에서 업무 중,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된 후 회사가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퇴사를 종용한 경우가 있었다. ‘장애인의 업무능력’은 비장애인의 업무능력과 동일하게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에서는 ‘장애인의 업무능력’을 이유로 부당해고하는 것은 명백한 고용차별이라는 로드맵을 마련해야 하고, 이것을 위배한 회사에 대한 처벌규정도 갖춰야 할 것이다.

장애인의 경우, 자신의 취미나 적성, 능력에 맞는 직업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고 싶은데 “들리지 않는데 어떻게 손님과 대화하죠, 청각장애인이 왜 전화했죠?” 라며 청각장애인의 장애특성을 서슴없이 거론하며, 고용시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게 원천봉쇄하는 차별은 이 세상에서 조속히 사라져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 장애인이 할 수 있고,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고용 환경을 정책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구화나 필담을 통해 비장애인과 충분히 의사소통이 가능하므로 서비스 업종에서 일할 수 있는 고용 환경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는 장애인을 고용하는 시범사업장을 지정하고, 시범사업장에는 세금 면세 등 특혜를 주는 적극적인 고용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시범사업장을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교육 차별, 다양한 차별유형이 복잡하게 나타나는 교육차별

교육 차별 사례를 보면 다양한 차별 유형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학교 시험이나 자격증 시험, 한자 검정시험 등 다양한 시험에서의 정당한 편의가 주어지지 않아서 차별을 당하는 경우, 상담을 의뢰한 경우가 많았다. 현재 행자부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정당한 편의(추가시간, 대필, 확대경, 별도의 시험장소 등)와 관련하여 지침을 마련, 시행하고 있지만, 그 외 주관처에서 실시하는 시험의 경우에는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부는 장애정도, 장애유형을 고려한 정당한 편의 지침을 마련하여 각종 자격증 시험을 실시하는 주관 단체가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발달장애인의 경우, 문화 ․체육시설을 이용할 때 보조인력이 제공되지 않아서 프로그램을 이용하지 못하는 차별적 요소를 시정하기 위한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발달장애인의 경우, 통합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교사나 또래집단으로부터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장애인을 지역사회에, 비장애인과 함께 더불어 살기 위한 캐치프레이즈로 실시하고 있는 통합교육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발달장애아동과 장애아동 부모들이다. 발달장애아동은 자신이 겪은 차별을 논리적으로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측과 교사, 경찰 수사과정에서도 ‘아동의 피해 진술을 일관성 없다’며 무시당하고, 어떤 경우에는 가해자로 몰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차별 사례의 경우, 괴롭힘과 행정 사법절차에서의 서비스 문제, 학습권 침해 등 다양한 차별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학교나 교사, 학생들의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장애인 이해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이러한 차별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 조처로 인권교육 프로그램 확대 실시 및 정기적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정부는 행정 사법 절차에서의 서비스 문제, 즉 발달장애인의 경우 자신을 조력할 힘이 부족할 경우, 조력인을 요청하지 않아도 조력인을 의무적으로 대동할 수 있는 법안을 제도화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두드러진 차별상담 사례 중 자기결정권을 통한 권리옹호에 대한 욕구(성인인데도 언어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호자를 동반하라는 경찰, 핸드폰 가게 점원), 또한 보험차별에서는 내담자의 권리옹호가 강하더라도 상법제732조를 앞세운 보험사들의 보험가입 진입 거부, 행정 사법 절차에서의 행정기관의 공평한 수사 및 정당한 편의제공 등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차별적 요소는 장애인 당사자의 적극적 권리옹호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3월호(제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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