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6-10   1608

[심층분석1] 사회보험료 징수통합의 함의와 전망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백인립 연세대 사회복지연구소



1. 사회보험료 징수업무가 건강보험공단으로 이관되기까지의 과정과 의미

사회보험 관리․운영에 있어서 적용, 징수, 급여업무 중 5대 사회보험의 모든 징수업무가 2011년부터 건강보험공단으로 이관된다. ‘사회보험료 징수업무 건강보험공단으로 이관’(이하 징수업무 건보이관)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한국 사회보험 통합논의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97년에 4대 사회보험 운영기구들의 완전통합 안이 제기된 바 있다. 그 이후 국민의 정부 때는 노동부와 보건사회부간의 부처간 통합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을 전제하여 보건사회부 내에 존재하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운영기구를 통합하고, 노동부 산하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의 통합을 의미하는 이른바 2:2 통합안이 제기되었었다. 2006년 말에는 참여정부에 의해 적용‧징수업무 국세청 이관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었다. 하지만 이 안은 제17대 국회의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된다. 그리고 2007년 1월에 한나라당에 의해 징수업무를 건강보험 공단으로 이관하는 안이 국회에 제출되었고, 이 안은 2009년 2월에 국회를 통과하여 2011년부터 본격 시행되게 되었다.

기존 통합안들과 한나라당 안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기존 통합안들의 주요목적은 제도확대와 적용확대 그리고 형평성 제고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특히 국세청 이관안은 보다 면밀한 소득파악, 다시 말해 소득파악 제고를 통한 적용확대와 사각지대 해소를 그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이 징수업무 건보이관안을 제출한 것은 참여정부가 제출한 국세청 이관안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의 성격이 강했다. 즉 징수업무 건보이관안은 소득파악 제고를 통한 사회보험의 형평성 제고 논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것이며 나아가 이런 입장은 사회보험 관리운영의 효율화 및 작은 정부론, 그리고 관련 이해당사자의 반발을 활용하여 정당화되었다.


징수업무 건보이관 이후 예상되는 한국 사회보험의 발전경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징수업무의 이관은 적용업무의 이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보험 관리 운영의 업무 중 적용업무와 징수업무는 함께 운영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건강보험‧산재보험‧고용보험‧요양보험이라는 5대 사회보험의 적용‧징수업무를 건보공단이 담당하게 되고, 2대 사회보험(건강보험, 요양보험)의 급여업무 또한 건보공단이 맡게 됨으로써, 나머지 3대 사회보험의 급여업무만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이 담당하는 체제가 될 것이다.


이처럼 건보공단의 역할과 위상이 대단히 커지는 현 상황이 장기적으로 어떤 효과를 지니게 될 것인가를 평가해보기 위해 먼저 선진복지국가들의 경험을 살펴보고자 한다. 스웨덴, 영국, 독일 세 나라를 택하여 이들 나라에서 사회보험제도의 적용‧징수‧급여업무가 어떻게 분담되어왔는지를 살펴보고, 현재의 한국 개혁과 비교해봄으로서 좀 더 나은 한국 사회보험운영기구의 발전방향에 대해 모색해 보고자 한다.



2. 스웨덴,영국, 독일의 사회보험 통합과정



스웨덴, 영국, 독일 모두는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에 이르는 시기 동안 연금보험, 건강보험, 산재보험, 실업보험이라는 4대 사회보험의 기틀을 놓았다. 그리고 이 제도들의 대부분은 국가에 의해 법적으로 통제되는 제도들이었지만, 그 제도의 운영은 그 동안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건설되었던 기존의 민간공제조합 또는 비영리 보험기구들이 맡고 있었다. 이 기구 대부분은 자치행정 조직들이었고, 기구운영에 있어서 자율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제도틀 내에서 국가의 역할은 사회보험제도 관리․운영과 관련된 법을 만들고, 각 제도 관련 정부 부서들을 마련하여 운영기구들을 감독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3개국 모두에서 사회보험의 초창기 모습은 이러했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운영기관들을 국가기구로 만들고 더불어 국가체계 안에서도 통합된 관리기구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게 된다. 이는 각 제도별로 운영기관들이 분산되어 각각 적용, 징수, 급여업무를 담당하는 것보다는 단일의 통합된 운영기관이 이러한 업무를 책임지는 것이 관리, 운영 측면에서 더욱 효율적이고 효과적이기 때문이었다.



1) 스웨덴 사례



먼저 스웨덴의 통합과정을 살펴보면 각각의 사회보험제도 별로 운영기관이 분산되어 있던 것을 1960년대 초반부터 통합하기 시작한다. 노동조합이 운영하던 비영리기구들을 국가기구로 전환하였을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부서들도 통합하여 아래와 같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현재 스웨덴 사회보험제도의 총괄책임은 사회부에 놓여 있다. 단 적용․징수업무를 국세청이 담당함으로써 사회보장제도의 원활한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사회부 산하에는 ‘보험금고’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사회보험청 또는 사회보험공단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이러한 ‘보험금고’ 밑에는 각 지역에 지역사무소들이 있고, 이러한 ‘보험금고’ 산하 기구들이 급여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국세청이 적용․징수업무를 담당하기 시작한 때는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사회보험료 분담에 있어서 피용인 부담은 폐지된 반면, 고용인과 자영인의 부담은 현격히 증가하였다. 더 나아가 모든 사회보험제도의 보험료에서 이제까지 존재하던 보험료산정 상‧하한선을 폐지시켰다. 즉 개혁 이후부터 고용인은 자신이 고용한 피고용인의 임금총액을 기반으로 그리고 자영자는 자신의 사업소득총액을 기반으로 사회보험 보험료를 지불하게 된 것이었다. 이러한 사회보험료 개혁과 함께 이제까지 사회보험청이 담당하던 보험료 적용‧징수 업무를 국세청으로 이관시킴으로서 고용자와 자영자의 사회보험료를 조세와 함께 일괄징수토록 하였다.



2) 영국 사례



영국 또한 각 사회보험 제도별로 달리 존재하던 운영기관들을 1946년에 통합하였다. 이 당시 통합운영기관은 ‘보건‧사회보장부’로서 사회보험급여와 관련하여 적용․징수업무와 급여업무 모두를 관장하였다. 1988년에는 그동안 너무 방대해진 ‘보건‧사회보장부’의 업무를 분할시키고자 ‘보건부’와 ‘사회보장부’를 분리한다. 그리고 1990년대에는 사회보험운영조직에 더욱 많은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업무효율성과 효과성을 기하기 위한 목적에서 ‘사회보장부’ 산하에 공단(agency)을 신설하였다. 적용‧징수업무를 담당하는 징수공단 그리고 사회보장급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급여공단’ 등을 신설하여 ‘사회보장부’ 업무의 대부분을 이들 공단으로 이전시킨다. 그런데, 사회보장부 산하 징수공단이 사회보험의 적용 및 징수의 최종 책임기관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징수업무가 이원화되어 있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4개의 보험료 등급 중 국세청이 원천징수 방식을 통해 1등급의 소득비례 보험료와 4등급의 소득비례 보험료를 소득세와 함께 징수하고 있었다. 결국 실제 징수역할에 있어서 징수공단은 2등급과 3등급의 정액보험료를 징수하고 있었을 뿐이다. 법적으로 징수업무의 소관부서는 징수공단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보험료의 94%를 국세청이 걷고, 나머지 6%를 징수공단이 징수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해소하고자 1999년 징수공단이 국세청 내로 이전됨으로써 사회보험료 적용 및 징수 업무 모두가 국세청으로 이관된다. 기업과 개인들이 한 기관을 통해 조세와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들의 불편을 줄여주는 것이 개혁의 우선적 목표였고, 조세 관련 규정과 사회보험료 관련 규정을 단계적으로 더욱 통합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2001년에는 고용부와 사회보장부가 통합되어 노동‧연금부가 되고, 2002년에는 기존의 급여공단이 폐지되고, 노동‧연금부 산하에 ‘고용센터’와 ‘연금서비스’가 신설되어 전자는 생산가능연령대의 급여업무를 전담하고, 후자는 노인들의 급여업무를 책임지게 되었다.


3) 독일사례



비스마르크에 의해 주도되어 도입된 독일의 사회보험 또한 사회보험 가입자인 노동자와 그들의 고용인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자율행정체계인 조합들에 의해 운영되었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이처럼 분산된 운영체계를 국가기구로 전환, 통합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는데, 이때가 바로 1933년 집권한 ‘나치당’의 히틀러 때이다. 바이마르 공화국을 폐지하고 총통이 되어 전체주의적 통치시스템을 건설한 히틀러는 사회보험 조합들의 핵심요소인 자치행정을 폐지시키고, 정부에서 파견한 사람들이 사회보험조합을 운영하게 만들었다. 즉 이 시기에 사회보험조합들이 국가기구로 강제 전환되었던 것이다. 더불어 연금보험, 실업보험, 질병보험의 보험료 징수 관련 업무가 질병보험으로 통합된 것도 이 독재정치의 시기이다. 이러한 징수통합의 의도는 한창 침략전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독일에서 기타 다른 행정업무들이 조금이나마 전쟁수행에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2차 대전 이후 독일연방공화국(서독)이 설립되고, 건국 이후 사회보험제도와 관련하여 제일 먼저 취한 조치가 사회보험조합들의 자치행정을 복원한 것이었다. 즉 독일에서 사회보험 조합들의 자치행정 복원은 민주주의 원칙의 회복과 직결되는 매우 예민한 사항이었던 것이다.


오늘날의 독일 사회보험제도는 위에서 살펴본 스웨덴이나 영국과 달리 아래 <그림 3>에서 보는 것처럼 여전히 수많은 조합들에 의해 나뉘어져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연금보험, 의료보험, 수발보험 그리고 실업보험의 적용․징수업무는 오늘날에도 질병금고가 담당하고 있다.





3. 선진국 사례에 기반한 징수업무 건보이관의 함의와 전망



그렇다면 현재 시행될 예정인 징수업무 건보이관은 지금까지 살펴본 세 나라의 사례에 비추어볼 때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인가? 겉으로 보기에 징수업무 건보이관 결정은 지금까지 살펴본 세 나라 중에서는 독일과 가장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상기할 점은 독일과 한국의 그 제도적 맥락이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각각의 보험제도의 운영기관은 오늘날도 여전히 매우 분산된 조합들로 구성되어 있다. 연금보험은 27개의 조합, 산재보험은 58개의 조합 그리고 질병보험은 202개의 조합이 독자적으로 각각의 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4대 사회보험의 포괄대상은 노동자 중심적이기는 하지만 역사적 발전경로 상에서 기타 다른 사회적 그룹들을 서로 다르게 포괄하여 옴으로써 의무가입대상이 일치하지 않는다. 각 보험제도마다 보험료 산정 상한선이 다르고, 질병보험의 경우에 일정소득 이상인 자는 질병보험으로부터 탈퇴할 수 있다. 보험료율과 관련해서도 의료보험의 경우 2008년까지 조합마다 보험료가 달랐다. 한마디로 말해 독일의 사회보험제도는 중앙정부에서 적용‧징수‧급여업무를 통제하기가 매우 어려운 체계로 형성되어 온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차선책으로 찾은 것이 질병보험으로의 징수통합 방안이라 볼 수 있다. 200여개의 질병보험조합이 적용‧징수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는 각각의 질병보험조합들이 그들이 소재한 지역에서 자신들 조합주변의 주민을 대상으로 연금보험과 고용보험에 대한 적용 및 징수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즉 한국처럼 중앙화된 단일의 건보공단과 같은 조직이 있어서 일괄적으로 적용‧징수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200여개에 달하는 각 조합이 해당 지역별로 다른 사회보험의 적용‧징수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과 독일은 그 역사적, 제도적 맥락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현재 ‘징수업무 건보이관’이라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한국의 정치상황을 고려해 볼 때 ‘징수업무 건보이관’이라는 결정은 현재로서는 역행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현재의 개정 법률에서는 징수만이 건보공단으로 이전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징수업무만이 이전될 수는 없다. 선진국의 사례에서도 보았던 것처럼 적용과 징수는 따로 떨어질 수 없는 병렬적인 업무사항인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징수가 건보공단으로 가면 적용업무도 함께 이전될 것이다. 이처럼 적용업무까지 건보공단으로 이관된다면 그것은 독일과 더욱 가까운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한국에서는 급여업무를 담당하는 3개의 공단이 존재하게 되고, 그 3개 중에서 건보공단이 영국의 징수공단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영국 사례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 영국은 징수공단을 따로 운영하고 있었지만, 과세기준과 보험료 부과기준이 점차 유사해 지면서 결국 적용‧징수업무를 1999년에 국세청으로 이관시켰다. 한국은 현재 사업장 관리번호도 일원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4대 사회보험의 보험료 부과대상소득을 과세근로소득으로 통일시켰다. 이처럼 점차 과세기준과 보험료 부과기준이 유사해진다면 결국 한국도 적용‧징수업무를 국세청이 담당하게 되지 않을까? 한국의 발전경로에서 볼 때 현재의 ‘징수업무 건보이관’은 스웨덴이나 영국처럼 어차피 국세청으로 가게될 길을 우회하는, 결국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는 몰역사적, 행정편의적 선택이 아닐까?


적용‧징수업무의 국세청 이관은 한국적 상황에서 한국 사회보험의 고질적 문제였던, 적용확대와 형평성 제고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소득파악 주무처인 국세청이 적용‧징수업무를 담당하게 되면, 징수공단이 국세청과는 별개로 이 업무를 담당하는 것보다는 사회보험의 적용대상의 실질적 확대나 소득파악 증진 그리고 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자영자 소득파악도 영국과 스웨덴의 경우처럼 국세청이 보다 면밀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국세청이 적용‧징수업무를 담당하게 되면 사회보험 관리기구들은 결국 급여업무만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관리기구들의 통합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는 크게 두 가지로 예상된다. 하나는 복지부와 노동부가 통합하여 통합부처 아래 하나의 사회보험청 또는 사회보험공단이 존재하는 것이고, 그 공단이 5개 사회보험의 급여업무를 총괄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복지부와 노동부의 통합이 불가능한 상황을 전제하는 것으로서, 복지부 산하의 두 사회보험공단(국민연금공단과 건보공단)이 통합되고 노동부 산하의 1개 사회보험공단(근로복지공단)은 그대로 남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노동시장유연화에는 노동부 소관 기관이 전문적으로 대응하고, 가족구조‧기능변화에는 복지부 소관 기관이 전문적으로 대응하게 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6월호(제1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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