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정책 평가토론회② – 정부, 언론, 노동측 참가자 토론
(편집자주)참여연대는 29일, 오후 2시부터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김대중 정부 4년의 조세정책 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참여연대의 각 사업부서가 연속기획토론으로 진행하고 있는 김대중 정부 4년의 평가작업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토론회는 그 네 번째 토론회다.
사이버참여연대에서는 김대중 정부 4년을 평가하는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장의 발제에 이어 권기룡 서기관(국세청 소득세과), 오건호 정책부장(민주노총), 주영섭 과장(재정경제부 법인세제과), 최경환 논설위원(한국경제신문)이 참가한 토론 내용을 싣는다.
김대중 정부 조세개혁, 능동적이었지만 피동적 한계
예정되었던 2시보다 약 10분 정도 늦게 시작된 토론회는 3시간을 꽉 채운 오후 5시를 넘어서야 겨우 끝이 났다. 쉬는 시간없이 3시간 연속으로 이어진 토론 탓인지 다들 약간은 지친표정이었지만 지난 4년을 평가하고 앞으로 몇 년을 논의하기엔 오히려 시간이 모자란 듯한 인상이었다. 참여연대 최영태 조세개혁팀장의 발제가 끝난 후, 토론자들은 돌아가면서 지난 4년의 조세정책에 대한 평가를 시작했다.
최근 법인세 인하, 폐지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참석한 주영섭 재정경제부 법인세제과장은 예상과 달리 법인세 문제에 대한 언급보다는 「국민의 정부」의 조세개혁성과 전반에 대해 ‘일반론적’인 얘기를 풀어놓았다.
재경부 주영섭 과장 “지난 4년, 가장 보람있는 기간” 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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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영섭 재정경제부 법인세제과장 |
“20여년의 세무관련 공직생활 가운데 지난 4년 간이 가장 보람 있는 기간이었다”라는 말로 시작된 주영섭 과장의 지난 4년 평가는 결국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세제·세정 분야에서 대체로 많이 실현되었다.”는 긍정적 자평이었다.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재정수요와 공평과세에 대한 열망이 높아졌고, 조세정책 역시 이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공평과세를 위해 우선 근로소득자의 높은 세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조치를 지속적으로 실시했고, 자영자들에 대한 정확한 소득파악을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 특히 그 가운데서도 신용카드 사용의 활성화 정책은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하였다. 신용카드 복권제도의 도입,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소득공제제도 실시, 신용카드 의무가맹점 확대 등의 제반 조치들로 인해 신용카드 사용액이 99년도 43조원 규모에 비해, 2000년도에는 80조원, 2001년도에는 9월말 기준으로 이미 115조원에 달해 자영업자 소득파악을 위한 기반이 상당히 확충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공공기관의 과세자료가 국세청에 통보되고 국세청이 이를 전산 관리하게 된 것도 커다란 제도적 진전이라고 자평하였다. 이밖에도 금융소득종합과세의 재실시, 부가가치세 과세특례제도의 폐지, 증여세 유형별 포괄주의 도입, 상속증여세 세율인상 및 소멸시효 폐지 등의 주요 세법개정내용들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재정경제부는 지난 4년간 최대한 적극적으로 조세개혁을 위한 노력을 전개해 왔고, 이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토론 중간중간 쉽게 공감할 수 없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예를 들어 1997년 3당 합당의 결과 유보하기로 된 금융실명제에 대한 설명에서 주영섭 과장은, 당시 은행이율이 엄청나게 치솟으며 고소득자들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되자 이를 제어하기 위해 금융실명제 실시 당시 10%였던 금융소득의 세율을 20%, 22%로 높였다고 했다. 하지만 이 결과 실질적으로 세부담이 증가한 것은 고소득계층이라기보다는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흥업소에 대한 특소세 인하 조치 역시 유흥업소에 대한 세무행정의 어려움, 고율의 세금으로 인한 유흥업주들의 탈세유혹 등을 이유로 취해진 ‘현실적인 조치’였다고 했는데 탈세를 근절하기 위한 정부당국의 의지를 찾아볼 수 없는 취약한 논리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세청 권기룡 서기관 “국민연금 확대실시로 자영자 소득파악 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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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기룡 국세청 소득세과 서기관 |
다음 토론자로 나온 국세청의 권기룡 소득세과 서기관 역시 국세청의 자기개혁 성과를 열심히 홍보했다. 99년도 9월 1일부터 국세청은 조직을 대규모로 축소하고 기존의 세목별 관리, 지역담당제를 폐지한 후 납세자와 세무공무원이 직접 접촉할 수 없도록 기능별 조직전환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납세서비스와 세무조사의 강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였으며 납세자보호담당관제도, 납세자 콜센터 개통, 전자신고제도 확대 및 세금납부제도 개선도 병행되었다고 자평하였다.
권기룡 서기관 역시 세원관리와 관련해선 1999년도의 국민연금 확대실시를 중요한 계기로 설명하였다. 국민연금 확대실시를 계기로 자영업자와 근로소득자간의 세부담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고 이로 인해 범사회적인 과세자료 인프라의 구축이 요구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세청은 ‘사람’을 이용한 기존 방식이 아닌 IT 기술을 이용한 세원관리에 박차를 가하였고, 여러차례 지적된 바 있는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를 중심으로 과표를 자연스레 인상하고, 전문직종 가운데 의사들의 경우에는 의료보험, 자동차보험 등 기타 여러 자료들을 소득신고 내용과 crosscheck 함으로써 상당 부분 과표 현실화를 이루어냈다고 하였다.
이밖에도 변리사나 공인회계사와 같이 사업자들을 상대로하는 전문직종 역시 사업자들과의 상호대조를 통해 과표노출을 많이 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용산전자상가 등의 집단상가, 변호사, 성형외과나 한의사 등의 전문직종들은 과세자료 인프라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것이 솔직한 상황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국세청은 1998년부터 음성불로소득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특히 2001년부터는 4만여명에 대한 중점세원관리를 실시함으로써 세무조사와 같은 사후적 방식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사전에 이들에게 자율적 시정을 요구하여 소득세 신고 금액이 지난해 24조에서 32조원으로 약 8조원 가량 증가하였다고 하였다.
한편, 권기룡 서기관은 전문직종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와 관련해서 최영태 회계사의 발제 가운데서 시행령 상에 개인을 상대로 해서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남겨 둔 것이 입법취지에 어긋난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 일반 개인들의 불편과 그들이 세금계산서를 정부에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하였다. 또한, 세무조사 결과의 투명한 공개 요구에 대해서도 기업의 영업상의 비밀 누설은 할 수 없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납세자와 세정당국간의 신뢰에 커다란 균열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범죄사실에 대한 고발의 경우에만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정부측에서 나온 두 토론자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지난 4년간의 조세정책(세제와 세정)이 나름대로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자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실제로 김대중 정부 이전에 비해, 그리고 다른 분야들에 비해 조세분야에서 일정한 성과가 있었음을 발제자 또한 인정한 바 있지만 정부측의 태도는 다소 안이한 자기평가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는 다른 토론자들의 토론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최경환 논설위원, 복지확대, 변칙증여문제에 보수적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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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경환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
한국경제신문의 최경환 논설위원은 김대중 정부의 조세정책이 어느정도 진전이 있었고, 특히 세정분야에서는 분명 가시적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였다. 하지만, 세제분야에 있어서는 계층간/직종간/소득간 세부담의 형평에 커다란 문제가 있으며 칸막이식으로 운영되는 목적세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음으로써 재정의 낭비와 비효율의 문제를 재생산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또한, 간이과세제도에 대해 재경부 주영섭 과장은 영세사업자 보호를 위해 어느정도 필요한 제도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최경환 논설위원은 그러한 ‘특례’, ‘구멍’이 있는 한 탈세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리고, 신용카드 사용확대를 정부가 적극적으로 권장하면서도 막상 세금납부 등 공공기관은 여전히 신용카드 사용이 충분치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최경환 논설위원의 토론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면 역시 친자본적 입장을 띠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년간의 복지확대는 정부 재정기반을 취약하게 만든 측면이 있으며, 이와 관련해서 자영자 소득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임기내에 모든 것을 끝내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과욕이 국민연금 전국민 확대실시 등을 서두르게 해서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하게 자영자 소득파악을 위한 노력을 벌일 필요가 있는데 빨리 되지 않는다고 자영자소득파악위원회에서 튀어나오는 그런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하였다.
한편, 재벌의 변칙증여상속 문제에 대해서도 보수적 입장을 개진하였다. 증여가 이루어진 시점에서는 ‘적법’했는데 나중에 이를 이상하다고 하면서 윤리적 비판을 넘어선 법률적·사회적 비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을 폈다. 이는 아마 삼성 이재용씨의 변칙증여에 대한 국세청 과세를 촉구한 참여연대 운동을 지적한 듯 한데, 최경환 논설위원의 주장은 다소 사실을 왜곡하는 측면이 있다. 왜냐하면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과정에서의 증여세 탈세문제는 행위가 이루어진 시점의 법률로써 문제가 된 것이지 나중에 만들어진 법률로 소급적용한 것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최경환 논설위원은 증여세 유형별 포괄주의에 대해서도 위헌소지가 있음을 언급하였고, 언론사 세무조사 문제에 대해서도 탈세가 있었으면 그때그때 과세했어야지 한꺼번에 몰아서 조사, 추징, 고발한 것은 분명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발제자가 한국 사회의 세제가 기업/자본가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발제한 것에 대해 ‘세제’측면에선 결코 그렇지 않으며 다만 ‘세정’에선 로비 등의 이유로 고소득층이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였다. 감세 문제와 관련해서도 특소세, 교통세, 법인세 등의 인하조치는 필요한 것이며 개방화시대에 걸맞은 전향적인 자세가 더욱 요구된다고 주문하였다.
그러나, 최 논설위원 역시 다소 무리한 논리를 펴곤 했는데 예를 들어 특소세 인하의 타당성을 주장하면서 그 이유로 소형 승용차나 에어컨이 왜 ‘특별한 소비품목’이냐고 하였다. 하지만, 이번 특소세 인하조치에서 대상이 된 품목은 대부분이 여전히 고급사치품들이었다. 고급요트, 골프용품, 고급시계, 고급카메라, 평면TV, 녹용 등에 대한 특소세가 인하된 것에 대한 설명은 빼고 소형 승용차나 에어컨만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된다.
납세자연합 유경문 사무총장, 국민적으로 감세욕구 크나 감세에는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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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경문 한국납세자연합회 사무총장 |
한국납세자연합회의 유경문 사무총장 역시 지난 4년의 조세정책을 비판적으로 평가하였다. 우선 조세의 국고수입적 목적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세수증대 효과에 반하는 엄청난 공적자금의 투입으로 인해 그 목적이 제대로 달성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공적자금이란 결국 국민의 조세부담으로 갚아야 하는 것이므로 정부가 국고수입 관리에 실패했다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조세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감안할 때도 최근 계층간 소득격차가 확대되는 현실은 조세정책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한국납세자연합회가 2001년 8월에 4,762명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의식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응답자의 74.8%가 현재 내고 있는 세금이 부담스럽다고 답해 현재의 조세제도와 행정에서 문제가 많은 것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는 국민정서적으로 일정한 감세욕구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인데 유경문 총장의 의견으로는 그러한 감세욕구에도 불구하고 최근 논의되고 있는 대규모 감세조치는, 공적 자금문제를 포함한 우리의 재정여건을 감안했을 때 훨씬 신중해야한다고 하였다. 감세 및 소득재분배와 관련해서 올해 정부가 종합소득세를 일률적으로 10%씩 세율인하한 것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도 하였다. 세율의 일률적 인하는 결과적으로 고소득층일수록 경감액이 클 수 밖에 없는 역진적 구조를 낳게 되므로 소득구간별로 차등을 두어 세부담을 경감시켜주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재정수입의 측면에서나 세부담 형평의 측면에서나 잘못된 정책이었다는 주장이다.
한편, 최근 법인세 감세논란과 관련해서는 원칙적으로 법인세의 감세를 찬성하면서 그 방법으로 3년 정도 기간 동안 매년 1% 정도씩 세율을 인하하여 미래에 대한 예측가능성도 높이고 경기활성화와 그에 따른 세수증대효과를 기대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법인세율 28%가 표면적으로는 선진국들에 비해 높지 않지만 각종 준조세 등을 고려한다면 분명 기업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법인세 감세 주장의 이유이다. 하지만, 유경문 총장 역시 감세문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조세부담의 형평성 문제로써 앞서 인용했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5.3%가 우리나라의 조세부담이 불공평하다고 응답한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나아가 재정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본다면 납세자가 정부로부터 얻는 공공서비스는 여전히 부족하고 예산의 편성과 집행과정에 충분히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재정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비판하였다.
민주노총 오건호 부장, 정부 조세정책 방향자체에 커다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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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건호 민주노총 부장 |
그러나, 오늘 토론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주장은 역시 민주노총 오건호 부장의 토론이었다. 오건호 부장은 개별적 정책들의 성과 여부와 관계없이 지난 4년간의 조세개혁은 굉장히 부진했으며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었다고 비판하였다. 소득파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여전히 후진적이며 개혁은 용두사미에 그치고 있는 위험성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의 특소세 인하 및 법인세 감세 논란을 볼 때 정부 조세정책의 방향 자체에 커다란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고 국민들의 개혁열망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이는 ‘관점’의 문제인데 조세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나치게 제도적, 기술적 논의로만 초점이 국한되고 조세 자체의 정치적 성격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에 비해, 다른 분야에 비해 조세정책에 일진전이 있었다는 식의 평가보다는 수없이 많은 전문가들이 제도개선을 위한 여러 가지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왜 제대로 된 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하는가를 다시 한번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것은 조세정책의 방향과 결정 과정자체가 정치세력의 역관계가 반영된 것이며 단순한 논리다툼만이 아니므로 보다 ‘운동적’ 측면에서 조세의 문제를 살필 필요가 있다는 것이 오건호 부장의 기본적 입장이었다.
오건호 부장은 몇 일전 언론보도를 통해 OECD 기준 조세부담율이 발표되자 많은 언론들이 조세부담율의 상승곡선에만 주목하고, 재경부 역시 곧바로 해명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의 조세부담율이 OECD국가들 가운데서 뒤에서 4위이니 “아무런 걱정할 것 없다”라고 말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조세란 조세규모와 조세구조의 양측면에서 동시에 살펴야 하는데 한국의 조세구조는 지나치게 간접세 위주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는 사실이 주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모든 것들에 대해서는 OECD기준을 따라가려 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면서 “왜 꼭 조세에서는 한국적 특수성을 운운”하느냐며 오히려 직접세 비율을 훨씬 높여야 하며 최소한 OECD 기준만큼이라도 직접세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개혁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였다. 따라서, 지나치게 이완되어 있는 누진율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법인세 역시 결코 낮춰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준조세 부담을 많이 이야기 하지만 사회보장기여금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한국은 여전히 지나치게 낮은 국가에 속한다는 것이다. 또한, 상속세나 소득세 역시 더욱 강화되어야 하는 직접세 항목이라고 하였다.
오건호 부장은 일반적인 상식과는 다소 다른 입장을 전개하였다. 즉, 민주노총은 근로소득세의 각종 경감조치를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체 세수 가운데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매우 낮으며 오히려 근로소득세를 다소 인상하여서라도 다른 직접세, 즉 상속세나 법인세 등이 제대로 걷혀 결과적으로 세부담의 형평과 소득재분배 효과가 반영되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이러한 오건호 부장의 주장에 대해 최경환 논설위원은 의외라고 하면서도 간접세 위주의 현재 한국의 조세구조에 문제가 많다는데 동의를 표시하였다. 하지만, 자영업자 소득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상 결국 그것은 ‘근로소득자들의 불평등한 부담증가’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역시 소득파악을 위한 노력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주영섭 과장 역시 근로자 세부담 문제에 대한 객관적 시각이 필요함을 인정하면서도 시민단체나 언론, 정치권의 평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정부로서는 현재보다 근로자들의 세부담을 높이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고 하였다.
정부가 자영자 소득파악율 통계수치조차 제시 못하는 현실
각자 한번씩의 토론이 있은 후 서로간의 오해나 질문에 대답하는 간단한 재토론이 진행되었다. 재토론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부분은 오건호 부장이 정부측에 “그렇다면 자영자소득파악이 현재 어느 정도 수준으로 되어 있는 것인지 한번 말해달라”는 질문에 대한 정부측 답변이었다. 주영섭 재경부 법인세 과장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신용카드 사용확대 등으로 분명히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라고 답변하였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3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에서 가장 핵심적인 고민과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가 ‘자영자 소득파악율의 제고’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어느정도 소득파악이 되고 있는가에 대한 최소한의 통계수치조차 제시할 수 없는 것이 우리 정부의 현실인 것이다. 점점 좋아질 것이다라는 정부의 막연한 기대감 정도로는 건강보험의 파탄문제를 포함한 사회보장문제, 공평한 세부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또, 정부 스스로가 우리나라의 조세구조가 소득재분배 효과가 낮다고 말하면서 조세저항을 이유로 직접세 구조 강화를 추진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조세를 통한 1차적 소득재분배, 사회보장을 통한 2차적 소득재분배 모두에서 무기력한 우리 정부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이날 토론회를 통해 확인된 것은 지난 4년간 조세정책의 각론적 평가에선 다소간의 점수를 얻었을 수 있을지 몰라도 총론적으론 여전히 허점투성이이며, 미래에 대한 비전도 최소한 정부차원에서 분명히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2001년이 끝나 가는 지금 시점까지도 우리는 ‘소득파악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라는 사실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된 논쟁도 못하고 있는 수준인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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