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0년 04월 2000-04-01   1189

고위공직자의 주식투자

직접투자는 안된다

공무원들은 좋은 시절이 다 간 것 아니냐고 한숨지을지 모르는 소리지만 직무와 관련해 고급 정보를 가장 먼저 접하기 마련인 고급 공무원들의 경우 증권거래법상의 내부자거래 범위를 확대하든지 공직자 윤리법의 강화를 통해 주식투자가 금지되어야 마땅하다. 경실련 발표에서 보면 공직자들의 주식투자 성공률이 일반투자자에 비해 6배로 높게 나타난다고 하는데 이것은 어떤 추가적인 정보를 갖기 전에는 확률론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떤 비밀스러운 거래의 개연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주식시장이란 정보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시장이며 정보가 곧 돈으로 연결되는 곳이다. 주식시장의 게임은 모든 정보를 시장 참여자들이 공평하게 공유한다는 전제 하에서 이뤄진다. 이 전제를, 시장을 보호하고 육성할 책임을 진 자가 먼저 깬다면 시장경제의 기반이 무너지게 된다. 물론 같은 정보라해도 수많은 정보를 누가 더 잘 해석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의 명암이 갈릴 수는 있다. 그러나 이때의 게임은 공정성의 면에서는 전혀 하자가 없다. 신빙성 있는 고급정보를 특정인이 미리 확보하는 경우는, 설령 그가 멍청하게 투자하여 실패하고 그 정보를 갖지 않은 사람이 성공했다 해도 여전히 불공정한 게임이다.

물론 공직자도 가정경제를 돌봐야 하고 재산의 보유와 투자에 대해 국민으로서 동일한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또한 내부자거래 규제에 관한 법 조항을 보다 엄밀히 규정하고 그 법의 집행에 실효성을 기한다면 되는 것이지, 문제가 있다고 반사적으로 행위를 규제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옳다고 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내부자거래에 대한 실제 감시 정도나 당국의 역량, 정부의 막강한 영향력, 공직자 부패가 여전히 만연하고 있는 현실 등을 고려해 볼 때 조건이 성숙할 때까지 법적 규제를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기어코 주식 투자를 해야겠다면 투자펀드나 수익증권 등에 간접투자를 하면 될 것이다.

공무원들은 왜 우리만 문제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실제 고급 정보를 먼저 접하는 경제관련 상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그리고 각 언론사들도 최근 주테크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칼자루를 쥔 집단은 문제시 하지 않고 정작 힘없는(?) 공무원만 족치려는 태도가 상당히 섭섭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회적 환경, 제도적 틀, 시장참여자들의 기본적 양식 등이 제대로 틀을 잡기도 전에 거대하게 부풀려진 주식시장이 그런대로 굴러가려면 어딘가에서는 시장의 룰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차제에 공직자뿐 아니라 국회의원, 언론사의 주식투자에 대해서도 금지나 그 허용의 정도를 명시한 법이 제정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시장제도가 완벽해도 주식시장은 종종 붕괴하는데, 아직 제반 경제제도의 개혁이 완수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직접 금융시장의 지나친 비대화, 코스닥시장의 과열, 몰려오는 외국투자자본 등등이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만에 하나 주식시장이 꺼지는 날에는 분노한 투자자들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고 찾을 것이고 공무원들은 주테크가 금지되는 한 그 책임에서 빠질 것이니 지금 당장의 돈벌이 행렬에서 빠진다 해도 그때 가서는 잘된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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