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의 청소년 노동권 보장운동
조한혜정 교수(연세대 사회학과)는 지난해 『학교를 찾는 아이, 아이를 찾는 사회』(또하나의 문화)를 통해 청소년의 사회권을 주장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바 있다. 또한 그는 청소년은 학생이라는 기존의 청소년에 대한 개념을 깨고 새로운 시각에서 청소년의 개념정리를 내렸다. 학생과 근로청소년, 학생과 불량청소년, 학생과 청소년, 학생과 소비자라는 이분법을 넘어서자고 제안한 것.
핸드폰 값을 벌기 위해 원조교제를 하는 청소년을 비판하기만 한다거나 부모에게 용돈을 타 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는 한계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청소년. 일반적으로 1318이라고 칭하는 이들이 사회의 거대한 소비계층으로 인식되는 것과 반대로 청소년의 돈을 벌 수 있는 권리에 대한 보장은 아직 미비하다. 이제 청소년들은 ‘스스로 돈 벌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한다. 그 출발은 ‘아르바이트할 수 있는 권리’지만 사실은 청소년이 이 사회의 보호대상이 아닌 주체로 자리매김 하고 함께 사회와 역사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알바축제를 여는 이유
참여연대 사회인권팀과 참여연대 회원모임 행동하는 젊음 ‘와’는 지난 7월 청소년 아르바이트 문제 개선을 위한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은 2000년 이후 청소년 아르바이트 관련 기관 6곳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응답자의 40% 이상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청소년은 아르바이트 경험유무와 상관없이 자신들의 의무(동의서 제출, 유흥업소 취업불가)는 알고 있으나 근로계약서, 부당요구의 내용, 부당요구에 대한 대처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지하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청소년 노동권 교육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와’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권병덕 씨(22세)는 “청소년이든 아동이든 삶에 대해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한국사회에서 나이나 성에 대한 문제제기 차원을 넘어서 청소년 노동권에 대해 적극적인 사회운동을 펼칠 때가 왔다”며 이 운동에 동참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권씨는 “이번 사업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해본 청소년들과 인터뷰를 하고 설문조사를 하면서 우리 세대가 매우 훈육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청소년 시기의 학생들이 청소년기를 지난 사람들보다 문제의식이 없다. 그냥 참는다. 자신의 일에 대해 무감각한 것이 아쉬웠다. 이는 청소년기부터 시민의식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노동부는 지난 7월 15일 여름방학 기간 동안 중·고등학생 아르바이트 고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법위반 사업주에 대해서 엄정조치를 취하기로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노동부가 매년 연소근로자 고용사업장 근로기준법 이행실태 집중점검 기간을 설정하고 이행하여 왔음에도 실제 저임금, 임금체불, 근로계약 위반 등 연소근로자 고용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이 줄어들지 않아 왔다.
특히 참여연대에 따르면 2000년에도 노동부는 연소근로자 고용 사업장 420개소를 점검, 110개소(172건)의 법위반 사항을 적발(2001년에는 331개소 점검, 110개소 176건 적발)하였으나 단 3개소(4건)만 사법 처리했다. 이와 같은 솜방망이식 특별단속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또한 한국청소년개발원 2000년도 자료에 의하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청소년이 93.2%나 된다고 하였으나, 노동부의 2000년 2001년 연소근로자 고용사업장 근로기준법 이행실태 점검내용 중 근로계약 불체결 사업장은 단 한 건도 적발된 바 없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전성민 청소년 팀장은 청소년 문제에 대하여 좀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청소년 고용문제는 인권이냐 빈곤이냐에 따라 접근하는 게 다르다. 고용에 따른 불평등은 청소년에게도 노인에게도 마찬가지다. 연령차별의 문제이기도 하다. 먼저 청소년은 9∼24세다. 아직도 청소년을 ‘13-18’로만 보고 있다. 그들은 공부만 해야 하고 경제활동을 못하게 한다. 애들이 뭘 알아서 일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건 18세 선거권 보장운동에 대한 성인들의 인식과도 같다. 애들이 뭘 알아서 투표해?라는 얘기다. 시민은 모두 불완전한 존재다. 청소년을 교육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게 문제다. 접근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 청소년에게 결사의 자유까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의 노동을 ‘경제교육’ 정도로 인식하고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성민 팀장은 “프랑스의 경우 1980년대 말 많은 청소년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노동현장으로 나간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청소년들이 단순한 기술로만 먹고살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 1990년대 초반 많은 혼란을 겪었던 시절이 있었다. 학교는 다시 청소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부작용에도 대비해야 한다. 또한 대학을 나와야만 대접받을 수 있는 사회분위기는 청소년의 노동을 억압할 수밖에 없다. 독일처럼 기술자가 자존심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청소년 노동권 보장이 가치가 있다. 교육과 국가발전계획 등이 통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와도 뗄 수 없는 문제다”고 말했다.
공고실습생은 고용문제 해결의 수단
실제 청소년 노동현장과 가장 연계가 높은 곳은 공업고등학교다. 공업고등학교는 실습 및 직업교육의 일환으로 많은 청소년들이 일반 업체에서 근무하지만 이에 대한 관심은 부족하다.
서울에 있는 공업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A씨는 “공업고등학교는 3학년 2학기에 현장실습을 나간다. 업체들이 학교에 현장실습생을 신청하면 부모동의서와 학교 측의 사전탐방을 통해 실습할 회사가 결정된다. 보험처리 유무를 점검하고 근무환경을 점검한다. 외형적으로는 매우 좋은 제도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은 공고실습생들을 장기고용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와 마찬가지다. 학교 측에서는 추후지도를 해야 하지만 이에도 한계가 있다. 교사 1인당 35∼40명의 학생을 추후지도 해야 한다. 특정한 업체 몇 군데에 실습을 보내면 특혜 의혹이 일고 여러 군데 보내면 추후지도가 불가능하다. 월급도 천차만별이다. 실습을 나갈 때 학교 측에서 먼저 보험에 든다. 그래서 학생일 때는 산재 등에 대비할 수 있으나 졸업 후 그 업체에 취직이 되었을 경우 업주에 따라 4대 보험을 보장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직업교육의 일환으로 실습을 하고 있는 공업고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관계당국의 감시가 필요함을 요구했다.
이처럼 청소년의 노동에는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숨어 있었다. 청소년과 성인, 교육계와 노동계, 시민사회가 모두 모여 함께 의논하지 않는 이상 이 모든 것은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한편 참여연대 사회인권팀은 참여연대 회원모임 행동하는 젊음 ‘와’와 함께 ▷자문위원 간담회 ▷아르바이트하다 못 받은 돈 돌려받기 캠페인 ▷연령에 의한 임금차별 사례모음 국가인권위 제소 ▷좋은 사업주 서명받기 운동 ▷언론기획 ▷알바페스티벌 개최 ▷청소년노동보호법 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차후 청소년아르바이트 사업을 통해 확장된 청소년복지나 다양한 비정규직 문제 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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