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5년 06월 2005-06-01   1156

남북화해협력 발전을 위한 남한사회의 과제

6·15공동선언으로 남북관계는 대결 관계에서 화해협력 관계로 바뀌었으며,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수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대부분의 국민은 북을 적이 아니라 공존하고 협력해야 할 상대로 바라보게 되었으며, 사람과 물자의 교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6·15는 남북관계를 크게 바꾸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남쪽사회에도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가족상봉 관광 등 일상적으로 오가는 사람들

6·15로 찾아온 뚜렷한 변화는 남북교류협력의 일상화·구조화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작년 7월 이후 잠시 중단됐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6·15이후 지금까지 모두 10차례의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을 통해 약 2,000가족, 9,977명이 만났으며, 생사 확인도 2만3,946가족에 이른다. 또 민간 차원의 이산가족교류를 통해 생사확인 209건, 서신교환 776건, 상봉 188건이 성사됐다. 민간단체의 교류와 협력도 줄기차게 이어졌다. 6·15 이후 북을 방문한 사람들의 숫자는 금강산 관광객을 제외하고 5월 현재 5만 여 명이다. 지난 89년부터 97년까지 방북자 2,000여 명의 20배가 넘는다. 북한 동포의 남한 방문 역시 크게 늘어났다.

금강산 관광도 2003년 9월 육로관광이 시작되면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1998년 11월 관광이 시작된 이후 올 3월까지 91만3,991명이 금강산을 다녀왔다. 남북관계가 일시적으로 냉각된 상태에서도 사회·문화 분야의 접촉과 방북은 꾸준히 진행됐으며, 민간의 남북 교류 협력은 정착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게다가 최근 6·15공동선언 실현을 위한 남북 해외 공동준비위원회가 결성돼 민간의 남북 교류는 더 큰 힘을 받게 됐다.

지난 1년 동안 단절된 당국 간 대화도 이번에 개성에서 열린 차관급 회담으로 재개되고 있으며 정례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꾸준히 계속되는 경제협력과 대북지원

남북경제협력사업도 꾸준히 진행되어 2004년도 교역액은 남북 6억9,704만 달러에 이른다. 6·15 이후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민간 경협보다 당국간의 경제협력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남북 경협사업은 개성공단 건설,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이다.

개성공단은 남과 북이 함께 민족통합경제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시범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다. 철도와 도로 연결은 남북교류의 대동맥을 잇는 일 일뿐만 아니라 시베리아 철도와 연결되어 유라시아 물류수송로를 새롭게 형성하는 국제전략사업이다. 개성공단은 현재 15개 시범단지가 입주해 대부분 공장건립이 끝나고 그 중 몇 개 기업은 이미 생산에 들어갔다.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남북 인원은 2,300여 명(남 400여 명, 북 1,900여 명)에 이른다. 1단계 100만 평 부지공사는 61% 진행됐다. 제 9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에서 합의한 철도연결을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경의선~동해선 도로 연결 공사는 모두 끝나 원활한 왕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물적 교류의 또 다른 축은 대북지원 사업이다. 이는 정부 차원의 지원사업과 함께 민간 대북지원단체들이 가장 활발하게 벌이는 사업이다. 대북지원사업의 위력은 작년 용천 대폭발 사고 때 많은 민간단체들이 신속히 지원활동을 조직한 데서 잘 드러났다. 대북지원사업은 긴급구호에서 북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개발지원으로 발전하고 있다.

화해협력의 걸림돌, 남남갈등

지난 5년 동안 남북 교류협력사업은 양적인 확대와 함께 질적인 도약을 이루어 이제 정치적 요인에 의해 좌우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지난 10여 개월 간 당국간 관계의 단절에도 불구하고 경협과 민간 교류협력은 꾸준히 발전해왔던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이처럼 남북관계가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남한사회의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6·15 이후 남한 사회에는 화해협력적 대북관이 뿌리를 내렸으며, 이것이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의 디딤돌 노릇을 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하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돌이켜보면 고비가 여럿 있었다.

남남갈등은 6·15 이후 남북 화해협력이 급속히 확산되는 흐름을 되돌리려는 일부 세력에 의해 발생한 사회갈등을 말한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분단체제의 결과, 국가보안법에 젖은 잣대로 북을 바라보는 입장이 화해협력의 새로운 흐름에 제동을 걸고 있다. 남한 사회에서 냉전수구세력은 이른바 개혁, 민주에 저항하는 강한 연대를 이루고 있고 전체 여론형성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이 세력이 남남갈등을 증폭시킬 때마다 남북관계는 거센 도전에 직면하곤 했다. ‘상호주의’, ‘퍼주기론’ 등의 논리와 색깔 공세를 동원해가며 방해를 일삼았다.

이 남남갈등이 한때는 심각할 정도로 표출됐지만 화해협력을 지향하는 국민의 여망을 결코 꺾지는 못했다. 예를 들어 대북송금특검, 수만 명이 동원된‘반김 반핵’집회, 인공기 불태우기 등 이들이 주도한 반북소동은 처음에는 자못 그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지만, 날이 갈수록 위축되는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2001년 평양 8·15민족통일대회에서 벌어진 만경대 사건이나 잊을 만 하면 터져나온 국가보안법 구속사태에도 불구하고 화해협력의 발목을 잡지는 못했다.

작년 4·15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남북화해협력세력에 표를 던져줌으로서 남남갈등은 남북화해협력 세력의 승리로 끝났고 남북관계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했다. 6·15공동선언 5주년 기념 평양 민족통일대축전에 가는 정부와 민간 대표단에 끼려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남북화해협력이 시대의 대세로 얼마만큼 확고하게 자리잡았는지 명확해진다.

그렇지만 냉전세력의 방해가 완전히 극복된 것으로 보기에는 이르다. 예를 들어 작년 7월의 조문불허사건과 대규모 ‘기획탈북’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에다 북미 대결 악화까지 겹쳐 10여 개월 동안 남북관계는 정체를 면치 못했다.

기획탈북, 무엇이 문제인가

어느 사회에나 그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이탈은 있기 마련이다. 특히 동구사회주의의 몰락과 거듭된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중국을 떠돌아야 했다. 식량을 구하거나 돈을 벌어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그 중에는 북한사회의 부적응자 또는 범법자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기획탈북 사건은 식량문제로 인한 북한주민 이탈을 마치‘북한 체제를 거부하는 거대한 세력의 정치적 망명’으로 호도함으로써 화해협력을 방해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이러한 움직임을 제도적으로 지원함으로서 북을 더욱 고립시키려는 집요한 반북정책의 산물이다.

인권이란 무조건 옹호되어야 하며, 북한 인권문제 해결에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그러나 진정한 인권옹호론자라면 인권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반대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 남한사회는 탈북자들을 제대로 수용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분단 이데올로기로부터 아직 자유롭지 않고 우리 사회 안의 인권 문제도 심각하다. 그 결과 탈북자들은 더욱 더 열악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이런 사실을 외면한 채, 남한으로의 기획탈북을 무조건 옹호한다면 그것이 진정으로 북한 주민을 위하는 길일까?

기획탈북의 더 심각한 문제는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라는 점이다. 기획탈북에 동조한 결과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남북당국자회담의 결렬이었다. 기획탈북은 따뜻한 화해협력 흐름에 찬물을 들이붓는 행위인 것이다.

탈북사태를 막는 근본적인 방법은 북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이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북미관계를 정상화해야겠지만 아직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남북관계 정상화와 남북경협 강화도 방안일 수 있겠다.

교류협력을 가로막는 국내외 환경 바꿔나가야

남북경협과 민간교류는 꾸준히 진행됐지만 당국간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더 높은 단계로 발전시켜 나갈 수는 없었다. 당국간 회담의 재개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남북 당국 관계는 한때 더 빗나가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은 남남갈등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더 요구된다는 점을 반증한다.

이와 함께 남북교류협력의 강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과 조건을 확립하는 일이다. 먼저 국가보안법을 비롯해 남북화해협력을 가로막는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남북당국대화를 정례·구조화하는 일이다. 남북관계발전을 가로막는 국제적 조건과 환경도 고쳐나가야 한다. 개성공단이 예상보다 더디게 추진되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요인은 미국의 비협조와 군사적으로 전용이 가능한 전략물자의 북한 수출을 금지하는 바세나르 협약이다.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고심의 산물이다. 동북아 균형자론이 갖는 문제점도 많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오늘날은 더 이상 미국의 힘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던 시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동북아 국가들의 연대와 협력구조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다자주의 외교를 펴나감으로써 우리의 미래를 열고 우리의 이익을 실현해야 한다.

향후 남북 교류협력의 전망은 밝다. 당국간 대화재개는 단순한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남북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가려는 공동의지의 결실이다. 이 의지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남북 당국자들의 자주적인 태도가 절실하다.

김이경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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