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6년 05월 2006-05-01   674

배심재판 ‘법정의 꽃’이 되었으면

모의배심재판 참관후기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다. 약속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였다. 오전 9시 10분에 약속장소인 중앙지방법원 동관에 도착하니 사법감시센터의 박근용 팀장과 이지은 간사, 그리고 자원 활동을 하는 이해숙 씨가 먼저 와 있었다. 반가웠다. 참여연대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보니 더 반가웠다.

일행은 곧 모의배심재판이 열릴 법정466호로 올라갔다. 모의재판에 들어가기 전에 모의배심재판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었고 배심재판의 핵심인 배심원을 선출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모의재판은 오후 1시 30분에 9명의 배심원과 문화예술인배심원 9명이 입장하고 사법 관련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시작되었다.

영화에서나 보았던 배심재판을 직접 보니 생소하였다. 유럽 쪽에서는 배심제 또는 참심제 형태로 시민의 사법참여를 제도화한 나라들이 많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사법 민주화를 위해 시민참여제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라고 한다. 이 모의재판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는 과정의 하나인 것이다.

배심제도란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재판의 심리에 배석하는 것이다. 시민이 직접 재판에 참여하여 법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법률적으로 비전문가라는 점에서 오류에 빠질 경향이 있다든가 권력과 돈의 힘 앞에 자유로울 수 있을지 우려된다.

미국은 배심제를 채택한 대표적인 나라이다. 오래 전에 ‘타임 투 킬’ 이라는 미국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재판장면이 나온다. 술에 취한 두 명의 백인 남자가 12살의 흑인 소녀를 성폭행한다. 분노한 아버지는 법정으로 들어서는 범인들을 총으로 쏘고 살인죄로 법정에 서게 된다. 살인범이 된 아버지는 흑인이었고, 배심원들은 백인이었다. 백인우월주의의 나라에서 배심원들은 과연 얼마나 공정할 수 있었을까? 영화에서는 결코 공정하지 않았지만 “배심원들 각자에게 일어난 일이었다면……?” 하는 변호사의 감정적 호소로 결국은 어렵게 무죄를 얻어내는 그런 영화였다. 2002년에 일어났던 미군에 의한 한국 여학생들의 참사 사건에서 피해자는 한국인인데 배심원 전원이 미국인이었던 것과 무엇이 다를까? 공정한 배심제를 위해서는 배심원들을 공정하게 선정하고 배심원들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한국도 점차적으로 배심제도를 도입할 것이라 한다. 1단계로 국민의 형사재판참여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2007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2단계의 완성된 참여제도는 2012년에 시행될 예정이라 한다. 국민참여재판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와 지원이 필요할 것이고, 각계의 철저한 준비와 협조가 있어야 할 것이며, 합리적인 토론문화와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적극적 참여가 있어야 할 것이다. 배심제가 훌륭하게 정착되어 제대로 이용된다면 ‘법정의 꽃’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참여연대가 10년 전부터 해왔던 사법 민주화 운동이 배심제도라는 이름으로 실현될 희망이 보여 다행스럽다.

윤연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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