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6년 05월 2006-05-01   529

일상에 녹아든 시민운동- 고영 회원

인터뷰 내내 고영(31) 회원에 대한 인상은 무척이나 깔끔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시민단체 상근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정장 차림 때문이기도 했지만, 첫째, 둘째를 붙여가며 조목조목 얘기하는 컨설턴트다운 말투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정치, 특히 ‘권력’의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한 성향은 대학에 들어가면서 자연스레 학생 운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큰 구호 속에서 체제를 바꾸는 것,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의 행동 규범, 가치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더 나은 대안을 만들 수 있다면, 그러한 접근도 또 하나의 운동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는 2001년 한국 리더십 학교 참가를 계기로 대학문화NGO를 만들었다.

“대학문화NGO에서 쓰레기 줍기 운동과 무감독 시험 운동을 했어요. 기존의 학생운동과는 워낙 다른 방식의 운동이었기에 학교와도 협조 관계였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그는 총학생회 선거에도 출마했지만, 선거 과정에서 NGO의 필요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느꼈다고 한다.

“왜 사회에 NGO가 필요한지 모르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저는 학생운동보다는 학생시민운동에 관심이 많습니다.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시민운동이요. 그런데 지금 대학사회와 시민사회는 단절되어 있어요.”

20대가 정치 생산자로 나섰으면

고영 회원과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2003년 12월 정치개혁대학생연대가 꾸려졌다.

“20대가 정치의 무관심에서 벗어나 정치의 생산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20대가 정치 이슈를 공론화시켜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현재의 정치구조에서 확고한 목소리와 가치관을 제시하며, 어린 세대에게 정치의식을 함양하는 것이 운동의 목표였습니다.” 성공 여부에 대한 초기의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2004년 운동권과 비운동권을 망라한 194개 단체가 모여 총선대학생연대를 구성하고 정치개혁대학생연대가 사무국을 맡아 일을 했다. 대학원 등록금을 털어 사무실을 마련했다는 말에 그의 남다른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2004년 활동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의사소통이었습니다. 유권자의 생각을 전달하고 싶어도 국회의원을 만날 기회 자체가 없었어요. 그때 20대 국회의원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저는 다양한 목소리 가운데 가치를 발견해서 이를 정책화시키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20대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내줄 사람이 국회 안에는 없어요. 우리가 정치의 생산자가 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목소리를 내줄 대변자가 필요합니다.”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도 그는 유권자 운동을 한다. 지난 4월 8일 출범한 5·31지방선거전국대학생연대의 집행위원을 맡은 것이다.

“‘우리 동네 우리가 바꾼다’는 구호 아래 2004년의 경험을 토대로 5가지 활동을 준비 중입니다. 피선거권 연령 인하 문제의 공론화와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 설치 확대를 위한 활동을 2004년에 이어 할 것이고, 정당 바로 알기 자료집과 각 당의 20대를 위한 정책을 정리해 내서 정책선거가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또 20대 출마자 간담회를 열어 검증 기회로 삼을 생각이고요.”

대학생들에게 지역 사회에 대한 애착심이 없다며 정치와 문화의 중앙 집중화를 걱정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활동들이 그의 생업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걱정이 들었다.

자기 주변을 바꿔 나가는 것도 운동

“이번 지방 선거 때문에 휴가를 얻을 생각도 했어요. 긍정적인 것은 회사 동료들이 나름대로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이런 활동을 이해해 준다는 것이죠. 대학 1, 2학년 때는 학생운동을 많이들 합니다. 당장이라도 세상을 바꿀 것처럼 커다란 구호를 외치지만,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면 다 한 때의 추억이 되죠. 저는 사회에 들어가는 것이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을 정당화시켜 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만이 운동은 아닙니다. 알게 모르게 자기 주변을 변화시키는 것 또한 운동입니다. 자신의 삶 전체를 통해 운동이 확산되어야 하죠.”

참여연대의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활동이 2004년 총선에 비해 미진한 것 같다며 아쉬워하는 그는 앞으로 참여연대가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것을 넘어, 한걸음 앞서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책 방향의 제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사람들이 대학사회에 와서 후배들과 대화를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가치 속에서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줄어들고, 무조건적인 수용만이 확대되고 있어요. 선후배 사이의 대화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를 만나는 동안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우리가 행동을 한다면, 어떤 거대한 유토피아적 미래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어느 책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끊임없는 도전으로 실천하는 삶을 가꾸어나가고 있는 고영 회원, 그와 같은 20대가 많아져야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을 것이다.

김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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