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만큼이나 위험한 의료민영화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seockyun@gmail.com
2008년 5월 거리의 집회와 시위가 한창이다. 촛불문화제가 진행될수록 사람들의 요구는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만이 아니라 생활상의 여러 문제들로 그 이슈가 넓어지고 있다. 의료민영화도 그 중 하나이다. 그리고 광우병 쇠고기 수입의 문제와 의료민영화 문제는 여러 면에서 똑같다. 즉 기업들의 이윤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포기하는 정책이라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3월 10일 「2008 경제운용계획」(7% 성장능력을 갖춘 경제-2008 실천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서 기획재정부는 영리병원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추진해 건강보험공단의 질병 정보를 민영보험회사에게 넘기는 방안과 영리병원의 허용방침을 밝히고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올해 9월까지 세부계획을 만들고 올해 안에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된 이른바 ‘의료산업화 정책’, 즉 의료민영화정책의 추진 일정이 드디어 구체화된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발표한 의료 민영화방안은 2007년 2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낸 「의료산업 고도화의 과제」라는 보고서를 그대로 베낀 것처럼 그 내용과 추진과제가 글자 한 자 틀리지 않는다. 의료민영화정책이 삼성생명과 삼성의료원으로 대변되는 국내 보험회사들과 대형병원들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의료민영화 시나리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제시하는 의료민영화프로젝트의 과제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건강보험당연지정제 폐지’(요양기관계약제로의 전환),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영리병원 허용’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정책은 이명박 정부 인수위시절부터의 정책으로 그대로 채택되었다. (아래 그림 참조) 이 세 가지 정책은 한국 의료의 공공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를 무너뜨리는 정책으로 병원자본과 보험자본의 오랜 소망이기도 하다.
정부는 당연지정제 폐지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당연지정제는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유지는 민영보험 활성화나 영리병원 허용을 추진한다면 사실상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이 세 가지는 서로 맞물려 있어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의 방향이 바뀌지 않는 한 의료비 폭등과 건강보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의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방향은 다음 두 가지를 통해 이루어질 듯하다. 하나는 개인 질병 정보를 민영보험회사에게 넘겨주는 것, 또 한 가지는 보험회사가 병원에 환자를 알선해주도록 허용하고 병원과 치료비를 계약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개인 질병 정보를 민영보험사에 넘겨주기
이미 삼성생명을 비롯한 민영보험회사들은 연 10조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건강보험 1년 재정 중 본인부담금 규모가 24조 원 규모인 것과 비교해보면 엄청난 시장이다.
지금까지 민영보험회사들의 시장은 암이면 얼마, 골절이면 얼마하는 식의 정액형 민영보험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진단명’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정액형 민영의료보험은 전체 가구의 70%, 민영생명보험은 90%가 넘게 가입해 포화 상태다. 정액형 질병관련 보험은 이미 “성장이 둔화되고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 보험사들의 자체평가다. 팔만큼 팔았다는 이야기다. 그러자 삼성생명 같은 보험회사들은 정액형을 넘어 ‘치료비’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실손형 보험’ 상품 시장 개척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얼마 전 삼성생명, 대한생명 등의 대형보험사들이 드디어 실손형 민영의료보험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의료민영화 프로젝트가 작동에 들어간 것이다. 개인 질병 정보를 민영보험사에게 넘겨주겠다는 등의 이명박 정부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치료비에 따라 보험금 지급이 달라지는 실손형 보험으로 더 많은 이윤을 챙기려면, 보험가입 거부나 보험금 지급 거부 등을 위해 개인 질병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치료비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보험 가입시 개인 질병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과거 병력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높게 책정할 수 있고, 치료비를 많이 쓸 것 같은 가입자의 경우에는 보험 가입을 거부할 수도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관리하고 있는 전국민의 개인 질병 정보는 개인 병력만이 아니라 어느 병원을 자주 이용하며, 의료비를 얼마나 내며, 한 사람의 가족력과 하다못해 사돈의 팔촌까지 병력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국민 개개인의 질병 정보가 삼성생명 같은 보험회사에 넘어가면 보험사들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맞춤형 보험 상품을 설계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국민들은 꼬박꼬박 보험료를 내고도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보험사와 병원의 환자 알선 행위 허용
한 술 더 떠 이명박 정부는 보험회사들이 병원에 환자를 알선하는 환자유치행위를 하도록 허용해주고 보험회사들이 병원과 직접 치료비 계약을 맺도록 허용하겠다고 한다. 이 또한 삼성생명의 요구다.
지금 환자 소개는 환자 치료를 위해 필요에 따라 병원끼리만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런데 삼성생명이 환자를 병원에 소개할 수 있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삼성생명은 삼성생명 가입자에게 삼성병원이나 삼성네트워크 병원을 소개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병원에 환자를 보내는 대신 얼마를 주겠다는 계약을 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이 병원과 계약을 맺어, 이 치료는 얼마라고 결정하면 병원은 삼성생명이 결정한 범위에서만 치료를 해야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필요에 따라 진료를 하고 그 치료비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금을 지불할 삼성생명이 치료를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미국식 의료시스템의 핵심이다. 지금 건강보험이 치료비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이다. 실손형보험은 나머지 40%를 민영의료보험이 내겠다는 것이고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건강보험의 재정을 줄이고 신의료기술 등은 민영보험영역으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의지대로만 간다면 조만간 민영의료보험이 국영건강보험보다 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게 된다. 전체 의료비 가운데 건강보험보다 민영보험의 비중이 커지면 결국 국영건강보험이 아니라 돈줄을 쥔 대형보험사, 즉 삼성생명이 치료 내용을 결정하게 된다. 결국 보험회사가 병원을 좌지우지하고 보험금 지급 거절이나 치료 제한 등을 좌지우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이명박이 내놓은 새로운 의료민영화 시나리오다.
결국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삼성생명이 원하는 방식으로 한국 의료를 재편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료보험 민영화 프로젝트다. 그리고 그 최종목표는 삼성생명이 ‘민영건강보험의 현 단계와 발전과제’에서 6단계라고 밝힌 바 있는 “민영의료보험의 건강보험 대체”다.(이 보고서는 4단계를 실손형 보험, 5단계를 병원과의 연계형 보험이라고 말한다.) 즉 현재는 건강보험 붕괴로 가는 직전 단계로, 영화 <식코>가 더는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의 현실이 된다. 민영보험이 병원의 치료내용을 결정하다가 지배력이 강해진 보험회사가 결국 병원을 흡수합병한 것이(식코에서 말하는 HMO가 바로 병원-보험 기업복합체다) 미국식 의료제도이다.
영리병원 허용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해온 영리병원 허용 또한 이명박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의 중요한 내용이다. 먼저 영리병원이란 무엇일까? 영리병원이란 말 그대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을 허용하는 것이다. 환자를 잘 치료해 낫게 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대상으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병원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영리병원 허용은 이것을 법적으로 허가해주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모든 병의원은 ‘비영리의료기관’으로 규정돼 있다. 공공병원이 전체 의료기관의 10%도 안 되는 한국 의료를 그나마 공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 비영리의료기관과 건강보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병원에서 번 돈은 병원에만 재투자할 수 있게 돼 있고, 병원이 망하면 다른 용도로 사용이 불가능하고 국가에 귀속시켜야 한다.
병원이 돈을 버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진료나 검사를 통해 버는 것, 또 다른 하나는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이다. 병원이 주식회사가 된다면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과잉 진료는 늘어날 것이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병원 노동자들의 인력 감축이 더 빈번해질 것이다.
병원이 영리병원화되면 서비스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지 모르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진료 서비스 질이 가장 높은 병원 1~20위는 모두 공공병원이나 비영리병원이 차지했다.
영리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의 질이 더 높기는커녕 부가적 서비스, 즉 돈이 되는 병실이나 겉치장에만 신경 쓸 뿐 정작 중요한 의료 인력 고용이 줄어 사망률이 더 높아진다. 이는 지금까지 영리병원을 허용한 나라들의 공통된 경험이다.
의료비도 문제다. 영리의료기관을 허용하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의료비 상승이다. 똑같은 의료서비스라 해도 영리의료기관에서는 더 많은 진료비를 내야 한다. 높은 의료비는 병원 수익창출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국민건강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영리병원 허용 모델은 세 가지다. 첫째 의료기관 채권발행법으로 의료기관이 채권을 발행하도록 하여 준영리병원으로 만드는 방법이고(의료기관채권발행법), 두 번째 병원에 인력을 파견하고 진단기기 및 의료자재를 공급하는 병원경영회사를 허용하여 네트워크 방식의 영리병원형 네트워크를 만드는 방법(의료법전부개정안)이며, 셋째 직접적으로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방법 세 가지다(2008 경제운용계획). 이 세 가지는 동시에 추진 중이며 채권발행법과 의료법개정안은 6월 국회에서 상정될 예정이다.
이명박 모델은 미국식 의료제도
이명박은 후보 시절부터 “한국의 민영의료보험을 미국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이야기해왔다. 미국식 의료가 한국 의료의 미래라는 것이다. 과연 미국의 의료는 어떨까?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시나리오의 종착지이자 모델인 미국의 의료 현실은 어떨까?
우선 미국은 전국민건강보험이 없다. 전국민의 70%가 찬성해도 AIG 같은 민영보험사들이 격렬히 반대하는 바람에 전국민건강보험 도입이 매번 좌절돼 왔다. 그래서 국민들은 의료보장의 대부분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영보험에 의존하고 있다.
전체 의료비 지출은 GDP의 16%를 넘어서고 있지만 GDP의 10% 미만을 쓰고 있는 유럽 나라들보다 의료 만족도는 형편없이 낮다. 국민 1인당 의료비는 연간 6천3백 달러 수준인데, 5천만 명 이상이 아무런 의료보장 없이 막막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이클 레빗 미국 복지부장관 스스로 의료비 급증 때문에 미국 의료제도가 파탄에 이르고 있다는 공식 입장까지 밝힌 바 있다.
또 미국의 메레디스 재단이 10세에서 64세에 이르는 여성 3천 명을 조사한 결과, 치솟는 의료비용이 가족을 힘들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꼽았다. 응답자의 69%는 의료비 때문에 빚에 시달리고 있었다. 영화 <식코>는 이런 미국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영화다.
이명박 정부의 시나리오대로 미국 의료제도와 같은 의료보험 민영화가 추진된다면 의료비 폭등과 건강보험 붕괴를 초래해 많은 사람들이 아파도 병원을 가지 못하고 참아야 하는 야만의 사회가 될 것이다.
미국식 의료민영화는 보험사가 병원과 환자알선 유치 계약을 시작하는 것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나중에는 결국 민간보험회사가 병원을 직접 샀다. 이것이 HMO, 즉 보험-병원 복합기업이다. 그리고 영리병원이 허용돼 상당수의 병원들이 영리병원화됐고 결국 보험사들이 비영리병원들도 좌지우지하게 됐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계획은 의료를 상품으로 만들어 평범한 다수의 삶을 생지옥으로 만드는 결정판이다. 평범한 다수의 여론이 건강보험당연지정제 폐지를 후퇴시켰다. 그리고 이제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막아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겠다는 국민들의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도 촛불집회의 주요 요구의 하나이다. 우리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의료민영화 반대운동의 확대와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이 글은 변혜진,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정책, 다함께 2008.5, 우석균, 의료민영화 한국의 미래, 말 2008.4 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을 참조한 글입니다. 필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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