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8년 07월 2008-06-02   1226

특집_복지국가는 먼 나라 이야기: 이명박 정부의 능동적 복지의 위험

복지국가는 먼 나라 이야기

대통령 취임사에서 복지선진화 원년을 선포한 이명박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은 점점 복지혜택을 받아야 하는 국민들을 소외시키는 과거 시대로 후퇴하고 있다.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 사회복지의 궁극적인 목적인데, 이 정부는 시장기능에 복지 개념을 도입한 이른바 ‘능동적 복지’로 국민들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도 대표적 실패로 평가하는 미국의 민영의료보험 정책을 답습하겠다며 의료를 시장화, 개방화에 앞장세우는 정책, 공공성의 의미가 사라져가는 각종 사회서비스 정책 등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의 위험성을 문제제기 해보았다. 편집자주

이명박 정부의 능동적 복지의 위험

사회복지의 양극화

김종해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haedsw@catholic.ac.kr

능동적 복지란

이명박 정부는 복지분야의 국정지표를 ‘능동적 지표’로 내세우고 있다. 과거 정부들의 ‘생산적 복지’, ‘참여 복지’에 이어 ‘능동적 복지’라는 표어가 나타난 것이다.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곤혹스러운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이러한 용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능동적 복지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사에 비해 내용은 애매하고 추상적이며, 목표 또는 정책과제와 정책수단이 모순되거나 부실하다. 능동적 복지라는 용어의 어원과 그 개념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제시되어 있지 않고, 한편으로는 ‘평생복지 안정망 확충’, ‘국민의 건강과 안전 보장’이라는 긍정적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복지서비스 시장 창출’의 ‘경제성장과 함께 하는 보건·복지’라는 다소 모순된 표현도 같이 사용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국정지표와 정책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밝히는 정책 내용들이 이러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인지도 의문이다. 또한 기획재정부의 2009년 예산편성지침에는 복지예산의 축소 내지 동결 기조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은 공기업의 민영화 등과 어울려 시장화정책 경향이 나타난다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다.

시장화란

복지정책의 시장화는 민영화(직접적 시장화), 시장에서 공급되는 급여와 서비스의 강화(간접적 시장화), 시장친화적 수단의 활용(경쟁과 선택의 원리 도입)의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1).

직접적 시장화인 민영화는 사회복지서비스의 생산과 재원의 조달을 민간부분으로 이동하는 것으로서 다음 그림의 ④에서 ①, ②, ③의 영역으로 이동하거나 또는 ②→①의 이동이나 ③→①의 이동도 민영화가 강화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간접적 시장화인 시장공급의 강화는 공공부분과 영역이 중복되고 있으면서, 이미 시장에서 공급되고 있는 급여와 서비스를 확대, 강화함으로써 공적 사회복지를 축소하기 위한 전략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인연금의 확대나 실손형 의료보험의 강화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시장친화적 수단의 활용은 사회복지부분에 경쟁과 선택이라는 시장적 수단을 도입하는 것을 말한다. 시장친화적 수단의 활용은 민영화와 동시에 추진되기도 하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새로 시행되기 시작한 전자바우처 사업이 대표적 예이다.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 방향

지금까지 발표된 자료들에 나타나 있는 현 정부의 복지정책의 방향을 보면 능동적 복지라는 수식에도 불구하고 공적 부분의 사회복지는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는 사회복지의 시장화가 강화될 것이며, 성장지향 정책으로 사회복지서비스 부분의 예산은 축소 내지 정체될 것이다.

사회복지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노후소득보장은 크게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으로 이루어졌다. 이 중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논의는 한편으로는 적립금을 안정적으로 지속시키기 위한 재정의 안정성이라는 문제와 다른 한편으로는 노후의 적절한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보장의 적절성이라는 차원에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요는 가입자들이 어느 정도의 보험료를 부담하고 어느 수준의 노령연금을 받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지금까지의 논의과정과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를 고려한다면 부담은 높이고 급여는 줄이는 방향으로 연금개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럴 경우 노후 소득 보장이 문제가 되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은 가입자가 극히 일부에 머무르고 있는 등 아직까지는 노후소득보장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설령 개인연금의 가입자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현재 소득이 높은 사람은 연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조건으로, 소득이 낮은 사람은 연금을 적게 받을 수밖에 없는 조건으로 가입하게 될 것이므로 노후의 생활수준이 개인연금을 어떻게 가입했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가 생길 것이다.

한편으로는 국민연금의 보험료를 납부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노령연금은 확대될 것이다. 현재 70세 이상 노인의 60%에 대해서만 지급하는 것을 65세 이상 노인의 70%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그러나 연금의 월지급액은 국민연금 가입자 전체 월평균소득액의 5%(‘08년 8.4만원) 수준에 불과해 노후 소득 보장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노인들의 생활수준은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노인, 국민연금만을 가입한 노인, 개인연금을 충분하지 못하게 가입한 노인, 충분한 개인연금을 가입한 노인의 4계층으로 나누어질 것이며, 이는 현재 우리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소득의 양극화문제가 완화되는 것이 아니라 노후에도 지속, 악화되는 문제를 가져올 것이다.

소득보장이외에 시민들의 삶의 질과 관련된 사회복지영역은 사회복지서비스이다. 그동안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지원은 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적용을 받는 저소득층에 대해서만 이루어졌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한편으로는 전자바우처 방식2)에 의해 지원대상을 일부 확대하면서 ‘수요자 중심’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수요자 중심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명확하지 않다.

바우처를 지급받으면 그 바우처에 표시된 물품 또는 서비스를 표시된 금액만큼 사용할 수 있다. 전자바우처가 수요자 중심이라는 표현과 관계되는 것은 바우처를 지급받은 사람이 서비스를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바우처 방식은 앞에서 이야기한 시장친화적 수단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바우처를 중심으로 한 지원의 확대는 한편으로는 그동안 지원받지 못하던 사람들까지 지원의 대상으로 확대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선택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바우처는 본질적으로 사회복지에서 정부의 역할을 제한하기 위해 출발했으며, 바우처의 전제 조건인 경쟁과 선택이 사회복지서비스의 특성상 별로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장기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양과 수준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추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결국 바우처 방식의 지원 역시 본인의 비용 부담 능력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의 양과 수준이 달라지는 계층화의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예상되는 위험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이 가지는 특징들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시장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사회복지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으로만 한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화에 의한 사회복지 확대라는 이중적 정책이 강화될 것이다. 그 결과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국가가 서비스(비용) 제공, 중간층에 대해서는 시장친화적 수단의 도입(민간영역에서 바우처를 통한 구매력의 제공과 선택), 상류층에 대해서는 민간영역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하는 사회복지의 3개의 계층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불행히도 기획재정부의 2009년 예산편성지침을 보면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을 높인다. 이 지침에 보면 ‘지난 5년간 정부전체 총지출은 연평균 7.0% 증가한 것에 비해 사회복지·보건 분야 총지출은 연평균 11.3% 증가’한 것을 지적하면서 사회복지예산의 축소 내지 동결 기조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사회복지예산의 조정과 복지의 시장화 정책이 결합됨으로써 사회복지의 계층화 내지 양극화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08년 1분기 기준으로 소득5분위 배율3)이 8.41로 관련 통계를 낸 이래 최대 폭으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상태라는 것으로서, 아래 그림은 양극화 문제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점차 심각해지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양극화를 해결하려면 조세와 사회복지정책을 통해 그 격차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사회복지정책의 시장화 경향이 강화된다면 양극화가 완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극화가 강화 내지 유지될 것이다. 대처4) 정부시기 동안 영국국민이 ‘편안한 영국인’과 ‘비참한 영국인’으로 분리되었다5)는 사실이 이러한 위험을 잘 예고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조세제도와 사회복지제도에 의한 소득재분배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 회원국 평균보다는 낮지만 조세와 사회보장 기여금, 공적이전소득 등을 통한 소득재분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소득불평등도가 이들 국가의 평균치보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6). 즉 고소득층의 조세부담률이 낮고, 사회보장제도가 미흡해 소득재분배 과정을 거쳐도 소득불평등도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처럼 소득재분배 효과가 미미한 상태에서 복지정책의 시장화가 추진된다면 양극화 문제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든 시민들에게 품위 있는 삶을 보장하려면 시장 방식이 아니라 공공성이 담보된 사회복지, 사회서비스를 확충하여야 한다. 시장화에 의존한 사회복지의 확충은 모든 사람의 품위 있는 삶이 아니라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만의 품위 있는 삶을 보장해줄 뿐이다.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이 가지는 위험성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1) 김연명(2008), 사회보험의 시장화,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사회복지학회 2008년 춘계학술대회 제1기획주제
2) 바우처란 사회복지서비스를 이용할 때 현금이나 현물대신에 주는 증서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바우처를 신용카드나 바우처 전용 카드로 지급하기 때문에 전자바우처라고 부른다.
3) 소득5분위 배율이란 소득 상위 20% 가구의 평균소득이 하위 20%의 몇 배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4) 대처는 학교급식예산을 줄여서 우유도둑이라고도 불린다.
5) Taylor-Gooby(1991), Social Change, Social Welfare and Social Science, 김영순(1996), op. cit., p.275에서 재인용. 대처정부는 공영주택의 매각과 같은 복지정책의 시장화와 하층계급에 대한 복지삭감과 통제 정책을 강하게 실시하였다. 그 결과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높은 소득과 관대한 복지를 누릴 수 있는 ‘편안한 영국인’과, 실업 및 낮은 임금에 시달리면서 시장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구매하지 못하고 치욕감을 주는 열등한 정부의 복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비참한 영국인’의 1국가 2국민의 사회를 만들어냈을 뿐이다.
6) 경향신문 2007년 1월 9일자 ‘소득 재분배 제대로 안 된다’ 기사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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