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06-15   873

[편집인의 글] 복지동향 제164호, 2012년 6월 발행

 

편집인의 글

남찬섭 |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올해 6월은 1987년 민주화 항쟁이 있은 지 25년이 되는 달이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강산이 두 번 바뀌고도 5년이 더 지난 세월이다. 실제로도 정권이 한 번 바뀌었다가 다시 바뀌었으니 무언가 두 번 정도 바뀐 것은 맞는 것 같다. 게다가 현 정부는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강산을 헤집어 바꾸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강산의 변화는 아닐 것이다. 강산은 두 번 바뀌어 다시 옛날 강산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 한국판 메카시즘이 몰아치고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시민들을 학살한 주범이 사관학교 졸업식에 버젓이 참석하여 사열을 받고 국가가 추징한 추징금을 재산이 29만원 밖에 없다며 한 푼도 내지 않으며 법과 질서를 우롱하고 있는데도 검찰과 사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이와 같은 일들이 망령처럼 되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민주화 항쟁 25년을 맞는 우리 사회는 사회복지에서도 정작 바꾸어야 할 강산을 제대로 바꾸지 못하고 있다. 한 사회가 성숙한 사회인가는 그 사회 주류의 삶이 어떠한가보다 이른 바 사회의 한계계층의 삶이 어떠한가에 따라 더 잘 판단될 수 있다. 이번 복지동향에서는 우리사회 한계계층의 하나인 노숙인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 심층주제에 실린 두 꼭지의 글은 노숙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배제적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흔히 노숙인이라 하면 역사 근처에 돌아다니거나 잠을 청하는 사람만을 떠올리지만 ‘집’에서 생활하지 못하는 사람을 보다 광범위하게 지칭하는 것이다. 노숙인은 ‘집’ 이외에서의 생활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통제범위를 넘어선 구조적 요인에 의해 그런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그런 강요당한 삶을 사는 ‘시민’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병폐’로 그들을 대하며 급기야 작년 여름에는 철도공사가 서울역에서 노숙인 퇴거시키는 조치를 강행하였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민주화된 사회에서 노숙인을 우리로 보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낯선 사람, 해로운 사람으로 보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 노숙인을 서울역에서 내쫓는다고 해서 노숙이라는 현상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그런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구조적 원인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철도공사가 노숙인 퇴거조치를 위해 특수경비용역을 고용하면서 지출한 돈이 4억 8천만원에 달한다고 하는데 이 돈을 노숙인의 복지를 위해 쓸 수는 없었을까? 

물론 정부도 민간단체에 의해 등떠며진 격이 없지 않지만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시행하고자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민간단체의 주장은 크게 축소‧반영되었다. 이에 관한 글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법 해석과 정부의 실천의지를 감시할 민간단체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함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노숙인들이 겪는 가장 중요한 문제로 정신건강문제를 들고 이에 개입하기 위한 세밀한 지침을 제시한 글도 돋보인다. 

또한 서울역사 등지에서나 통계에서나 여성노숙인은 잘 보기가 어렵다. 이는 여성노숙인이 실제로 적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갖는 비가시성 때문이다. 그리하여 여성노숙인들은 노숙인 정책에서도 배제되는 배제의 악순환을 겪는다. 이 문제를 지적한 한 글은 쉼터에 입소한 여성노숙인의 27%가 아동을 동반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하고 있다. 노숙인 문제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많은 여성노숙인이 아동을 동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을 수도 있지만 이 사실은 대단히 충격적이다. 아마 이번 호 복지동향을 읽는 독자들 중에도 이 사실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독자들이 많을 줄 안다. 

노숙의 원인을 설사 노숙인 스스로가 노숙을 선택한 것에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여성노숙인이 동반한 아동은 그런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아마도 정상적인 사회라면 이것이 반드시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각종 토론회에서도 원인과 대책이 논의되었을 것이다. 적어도 노숙아동에 대해서라도 말이다. 민주화 항쟁 25년을 맞는 우리사회는 아직도 이런 문제를 논의할 시간과 상식이 없는 것일까?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