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너무 많이 쌓여서 문제라는 사내유보금을 어떻게 해야할까

사내유보금 과세, 찬성하지만 근본 원인 진단과 처방 빠진 것은 한계

가계 가처분소득 늘리는 방향으로 과세구조 설계하는지 계속 주목해야 

 오늘(7/24) 기획재정부가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 경제정책에는 가계소득 확충을 위한 직접적 지원 방안으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언급해서 뜨거운 이슈가 됐던 사내유보금 과세정책(기업소득 환류세제)이 포함되어 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소장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사내유보금 과세 역시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가계는 계속해서 가난해지면서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근본 원인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없는 대증요법식 접근의 한계도 지적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가 기왕에 사내유보금 과세를 꺼낸 만큼 그 정책 설계는 임금인상, 중소기업으로의 이윤 배분 등 가계소득 증대 효과가 큰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근 5년간 재벌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올해 1/4분기 말 기준으로 10대 그룹(81개 상장사)의 사내유보금은 515조 9000억 원으로 2009년의 271조 원에 비해 90% 이상 증가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감세정책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소위 낙수효과를 명분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과세표준 금액도 변경하는 방식으로 세 차례에 걸쳐 감세정책을 단행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투자와 고용의 증대는 없었다. 오히려 03~08년 평균 0.90이었던 10대 그룹의 투자성향지수는 09~12년에 0.86으로, 고용유발계수는 2007년 1.17에서 2012년엔 0.78로 줄었다. 결과적으로 재벌대기업의 세 부담만 줄여준 것이다.

 여기에 재벌·대기업에 집중된 비과세·감면 혜택의 영향도 크다. 2011년 국세청의 법인세 공제감면 현황 기준으로 전체 법인세 47조2502억 원 가운데 감면 세액은 9조3315억 원으로 이 가운데 매출액 상위 1%에 해당하는 법인이 7조3440억 원의 비과세·감면 혜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감면혜택의 78.7%를 상위 1%의 재벌대기업이 가져간 셈이다. 이처럼 명목법인세율 인하와 함께 막대한 비과세·감면 혜택으로 2013년 기준 상위 10대 재벌대기업 실효세율은 평균 15.2%로 최저한세율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감세정책 여파로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되는 법인세수는 무려 35조 원에 달한다.  다른 여러 가지 정책 특혜도 재벌·대기업에 집중됐다. 대표적으로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 제고를 명분으로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고환율 정책이 있다. 


 이처럼 사내유보금의 폭발적 증가는 법인에 대한 감세정책, 재벌·대기업 편향의 비과세·감면제도와 환율정책 등에 기인하고 있다. 따라서 비생산적 자산으로 축적될 뿐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려온 사내유보금에 대한 근본적 처방은 법인세 인상 및 비과세·감면제도 정비 등을 통한 기업의 실효세율 인상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비정규직의 꾸준한 증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확대를 노동시장 유연화를 명분으로 사실상 조장하고 유도한 정부의 잘못된 접근을 바로잡아 자본소득 대비 노동소득을 늘리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하도급업체들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 횡포를 시정하는 등의 적극적인 경제민주화 정책도 가계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득주도 성장을 꾀하는 근본적인 해법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사내유보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근본 원인에 대한 이 같은 성찰이 담기지 않은 것은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사령탑으로 하는 새 경제팀의 한계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지금 근본적 처방만을 주문하기에는 한국 경제의 동맥경화 현상이 심각하고 그 현상의 중심에 사내유보금이 있으므로,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방향의 사내유보금 과세 역시 필요한 과제라는 데 동의한다. 

 

 사내유보금의 증가는 가계의 빈곤화 추세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실질임금 인상률은 -2.3%를 기록했다. 국민소득 중에서 임금으로 배분되는 몫의 비율을 나타내는 노동소득분배율은 1997년 75.8%에서 2011년 68.2%로 7.6% 포인트 하락했다. 

 고용인구의 87%를 수용하는 중소기업은 각종 경영지표에서 대기업과의 격차가 커지고 있으며, 중소기업 근로자의 상대적 임금 격차도 커지고 있다. 이런 결과로 2014년 약 1000조 원 내외로 추정되는 사내유보금이 가계부채 규모와 맞먹는다. 각종 지표를 종합해보면, 생산된 부가 재벌·대기업의 사내유보금 형태로 축적되고 가계는 계속 가난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데 가장 효과적인 인센티브 구조로 설계되어야 마땅하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는 투자, 임금증가, 배당에 사용되는 사내유보금에는 과세하지 않겠다는 총론적 발표만 있을 뿐 구체적인 비과세 인센티브 구조는 드러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앞으로 발표될 정부의 사내유보금 과세 설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다만 오늘 정부 발표에서는 재벌·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으로 이윤 배분을 유도하는 장치는 거론되지 않은 점은 문제로 지적하고자 한다.

 

 사내유보금이 급증하고 새 경제팀이 과세 카드를 꺼내들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된 것은 그간 재벌·대기업 중심의 국가 자원의 재분배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반증이다. 단순히 사내유보금이 증가한 현상에 집중하고 그 크기를 줄이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서는 곤란하다. 면밀한 원인 분석과 이에 기초한 법인세제 정상화와 과도한 세금할인혜택의 폐지, 거시경제 정책기조의 변경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사내유보금 과세 카드를 기왕에 꺼낸 만큼, 과세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으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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