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건희의 해외은닉계좌 면죄부 의혹,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이건희 해외은닉계좌 면죄부 의혹,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재산 국외도피 및 은닉은 여러 법률을 한꺼번에 위반하는 중대 범죄

이건희의 자진신고가 사실이라면 “자수”에 합당한 처벌 피할 수 없어

자진신고 및 ‘17.6 신규 신고분의 진실성에 대해 즉각 검찰수사 해야

금융위 법령해석심의위 개최 관련 전말에 대해서 국회는 철저 검증해야

 

최근(11/27), 국회 정무위원회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연수구갑)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국정감사 기간 중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송영길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구을)이 제기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하 “이건희”)의 해외은닉계좌 자진신고 의혹과 관련하여, 이 의혹이 사실일 경우 이건희의 삼성생명 대주주 적격성에 중대한 법률상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https://goo.gl/nUVamw). 그 이후 언론들(https://goo.gl/5tDjWQ)은 ▲이건희의 해외은닉계좌 자진신고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지난 5월에 법령해석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이건희의 삼성생명 대주주 적격성 상실 여부와 관련하여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 이전에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법 적용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점, ▲이건희의 해외 은닉계좌가 더 있을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에 대해 후속 보도하였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만일 이건희의 해외은닉계좌 자진신고가 사실이라면, 이건희는 자진신고에 부합하는 면책 혜택을 누리는 것과는 별개로, 자진신고가 예고하였듯이 형사처벌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수’에 준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만에 하나 이건희가 해외은닉계좌를 축소 신고했을 경우 이것은 국법을 농락한 중대한 사건이므로 시급히 검찰이 관련 내용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야 함을 강조한다. 아울러 지난 5월에 개최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된 법령해석심의위원회의 개최 과정과 그 결정 내용에 대해서도 국회가 철저히 검증하여 금융사지배구조법의 유효성이 부당하게 침해된 것은 아닌지 조사하고 확인할 것도 촉구한다.

 

이번에 논란이 된 해외은닉계좌 자진신고는 2014.12.23.에 신설된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이하 “국제조세조정법”) 제38조의 자진신고 특례조항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미신고 역외소득 재산 자진신고제도’를 통해 2015.10.1.부터 2016.3.31.까지 국외 은닉계좌를 과세당국에 신고하면, 납부불성실가산세를 제외한 가산세, 과태료, 명단공개 등을 면제해 주고, 형사범죄와 관련해서는 ‘자수’로 간주하여 관용을 베풀겠다는 정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 관용 부분은 당초 국제조세조정법의 개정논의 과정에서 잠시 검토되었으나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최종 입법단계에서는 삭제된 내용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2015.9.1. 최경환 당시 부총리가 이 자진신고제도를 발표할 때 각종 형사범죄에 대해 최대한 ‘형사상 관용’을 베푸는 것으로 변질되었다. 국회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고심 끝에 형사처벌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면책을 규정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그런 취지를 반영하여 입법하였는데, 일개 행정부처의 장이 임의로 형사상 관용을 공개적으로 천명해 버린 형국이다. 특히 우리는 최경환 부총리가 해외은닉계좌 자진신고 기간으로 발표했던 기간(2015.10.1. ~ 2016.3.31.)이 삼성이 최순실 모녀를 돕기 위해 해외에 자금세탁 계좌를 개설하고 국내 재산의 국외 도피를 도모하던 시절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혹시라도 이 조치가 이건희의 해외 은닉재산 뿐만 아니라 최순실씨가 연관된 국내외 재산의 처리와 관련되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건희의 자진신고 내역의 진실성과 완전성에 대한 의혹도 존재한다. 즉 이건희가 과연 해외에 유지하던 여러 차명계좌를 전부 신고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자진신고 기간 중에 신고된 총 금액이 2조 1,342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은 그런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 제1항에 따르면 신고의무가 발생하는 최소 금액은 계좌 잔액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이다. 따라서 최소 10억 원이 들어있는 123개 계좌가 신고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2조원 정도의 신고 총액은 절대로 큰 금액이 아니다. 이건희의 신고 누락 의혹은 바로 이런 산술적 계산에 근거하고 있다.

 

이건희가 해외은닉계좌 중 일부를 누락시키고 있는 경우 그 법률적 결과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우선 국제조세조정법 제34조 제1항의 신고의무는 ‘매년’ 발생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10억 원이 넘는 해외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과 내국법인은 그 다음연도 6월중에 관련 내역을 세무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이 때 과소 신고나 미신고가 있는 경우 그 금액이 50억 원을 초과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위반금액의 20%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런 죄는 ▲조세범처벌법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의 조세 포탈, ▲외국환거래법상의 신고의무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의 재산 국외도피 등과 거의 자동적으로 연관될 수밖에 없다. 또한, 정부는 전술한 자진신고 기간을 발표하면서 이 기간 이후에 드러나는 범죄에 대해서는 엄중 처벌할 것임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달리 관용을 호소하기도 쉽지 않다.

 

이건희의 문제는 단순히 형사상 처벌 가능성에 그치지 않는다. 박찬대 의원이 지적했듯이 삼성생명 및 삼성증권 등 삼성그룹의 핵심 금융회사에 대한 대주주로서의 적격성을 반드시 따져야하기 때문이다. 금융사지배구조법 제32조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금융관계법령을 위반하여 벌금형 이상의 형을 받으면 대주주 적격성을 상실하도록 되어 있다. 그에 더하여 만일 형량이 금고 1년 이상이 되면 보유 지분의 10% 이상의 지분에 대해 의결권까지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이고, 총수 일가는 자신들의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에 의지하여 삼성전자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생명 대주주로서의 적격성 박탈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가장 밑바닥을 뒤흔드는 사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가장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지난 5월에 개최된 것으로 보도된 금융사지배구조법 제정 당시의 부칙 제7조에 대한 해석을 검토한 금융위 법령해석심의위원회의 개최 과정이다. 이 부칙 제7조는 최대주주 자격 심사에 관한 적용례를 규정하면서 “제32조는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발생한 사유로 적격성 유지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적격성 유지요건을 갖추기 못하게 하는 사유’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것은 통상 적격성 상실 사유라고 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금융사지배구조법 제32조 제1항 및 대통령령 제27조 제4항의 각호에 규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대통령령 제27조 제4항 제2호 나목을 보면 “최근 5년간 금융관계법령,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또는 「조세범 처벌법」을 위반하여 벌금형 이상에 상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을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유는 “최근 5년 이내에 (관련 법률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고, 부칙 제7조는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이 법 시행일 이후에 오는 것부터 적용한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런데 금융위는 법령해석위원회를 개최하여 이를 “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이 법 시행일 이후에 오는 사례부터 적용한다고 그 의미를 변경하였다. ‘불충족 사유’를 ‘위반 행위’와 동일시하는 것은 마치 ‘위반 행위’를 하기만 하면 형의 확정과 관계없이 대주주 적격성을 박탈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될 소지마저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과연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 누가 참석해서 어떤 논리로 무슨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 국회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해외은닉계좌를 운영하는 것은 전 세계가 노력하고 있는 자금세탁 방지 및 투명한 국제 금융질서 구축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동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매년’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계좌를 정확히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위반에 대해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이건희가 이런 내용을 위배했다면 그 위반 행위는 과거의 어느 먼 시점에 종료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에도 계속하여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이 시급히 수사에 착수하여 자진신고 내용 및 2017년 6월의 해외계좌 신고 내역의 진실성과 완전성에 대해 철저히 따져 보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회는 전술한 금융위 법령해석심의위원회의 개최 과정과 결정 내용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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