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하도급 갑질 증거인멸 무죄 판결, 납득할 수 없다

증거 숨겼지만 증거인멸 고의 없다는 판결, 납득하기 어려워

법 집행의 엄중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항소해야

불법행위 조사를 방해하면 형사처벌되도록 하도급법 개정 필요

서울중앙지방법원(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이 오늘(6/20) 지난 2018년 하도급갑질 사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조사를 앞두고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가담한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조선3사하도급갑질피해하청업체 대책위원회 등 갑질 피해자와 시민사회단체의 고발(자료링크)이 있은 후 3년만에 내려진 판결은 이렇듯 갑질 행위자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판결로 점철되었다. 국민의 법감정에 반하고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이러한 불공정한 결정이 내려졌다는 사실이 유감이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로 인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상 증거인멸에 대해서만큼은 형사적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는 그릇된 판례를 남긴 셈이다. 공정위 조사방해를 위해 이렇게 조직적인 불법행위를 저지르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그 누가 법을 엄격히 지키려 하겠는가. 이번 결정으로 인해 대형 조선사들이 현장에서 더욱 갑질에 매진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번 판결은 그간 피고인 현대중공업 임직원측이 주장한 논리만을 그대로 수용한 것으로 당시 일사분란하게 증거인멸에 나섰던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이 단지 공정위 조사(행정집행)을 방해한 것이지 향후에 있을 검찰수사(사법절차)까지 예상해 증거를 없앤 것이 아니므로 형법상 증거인멸이 아니라는 논리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이번 재판 내내 증거인멸 행위 자체 여부는 이 재판이 다루는 사항이 아니며, 하도급법상 조사방해에 해당하는 사항은 ‘과태료’ 처분에 국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거를 인멸한 행위는 사실이나 증거인멸죄는 인정할 수 없다는 이 주장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 당시 공정위 조사로 적발된 현대중공업의 ‘서면발급 의무 위반’, ‘부당한 하도급 대금결정 행위’ 등은 형사처벌 사항으로 실제로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을 검찰 고발했다. 형사 처벌될 수 있는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증거를 파기한 행위를 형법상 증거인멸로 보지 않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공정위가 소위 ‘경제검찰’의 지위를 가지는 공적 기관이며, 전속고발권까지 갖춘 기관임을 감안한다면, 공정위의 조사가 가진 엄중함과 준사법적 성격을 재판부가 충분히 고려했어야 마땅했다. 재판부는 말로는 ‘공정위 조사가 검찰수사보다 훨씬 중요하므로 이를 방해받은 사실은 크게 비난 받아야 할 일’이라고 언급했지만, 정작 결론은 하도급 불공정 거래를 영속시키고, 불법 갑질에 대한 조사마저도 무력화시키는 방향으로 도출하고야 말았다.

이번 재판부에서 판단한 바와 달리 공정위 조사 사건 중 검찰고발 조치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지 않으며, 2018년 경 진행된 대형 조선3사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결과도 세 회사의 하도급 갑질 사건들을 모두 검찰고발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현대중공업의 증거인멸 행위를 미필적 고의로도 볼 수 없다는 재판부 결정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바, 검찰에 항소할 것을 요구한다. 국회 입법 역시 중요하다. 하도급법의 상위법이라고 할 수 있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는 법률 위반행위에 대한 공정위 조사를 방해할 경우 ‘2년이하의 징역이나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된데 반해, 하도급법은 사업자에게는 1억원 이하, 임직원에게는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따름이다. 언제든 형사적 처벌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증거를 인멸할 동기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치권은 말로는 중소제조업의 권익과 성장을 지지한다고 하면서 하도급법 개정은 기술탈취방지를 위한 몇가지 규정 도입과 납품단가연동제 규정 신설에 그쳤다. 물론 이들 역시 매우 중요하지만, 개선해야 할 제도적 사항이 너무나도 많고, 당국의 감독역량·권한 강화 역시 이에 해당한다. 당장 하도급법상 조사방해 행위에 대한 제재를 공정거래법 수준으로 상향시키기를 요구한다. 언제까지 하도급 갑질 피해를 입은 중소업체들만이 나락으로 떨어져야 하는가. 사람이 떠나고 있는 지금 조선산업 현장을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는 바로잡아 마땅한 일이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조선3사 하도급갑질 피해하청업체 대책위

공동논평[원문보기/다운로드]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