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한덕수 권한대행, 상법 개정안 즉시 공포하라

주주 충실의무, 모든 경영 활동과 의사결정에 적용되는 것 아니야
국제 기준에 부합, 위헌 소지·해외자본 공격 가능성도 기우에 불과
재계의 근거 없는 괴담에 흔들리지 말고 추가 입법까지 논의해야

‘주주 충실의무’를 핵심으로 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어 지난 21일 정부로 이송되었다. 정부의 법안 공포 및 거부권 행사 처리 시한이 4월 5일까지인 상황에서 이제 공은 한덕수 권한대행에게 넘어갔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대주주의 전횡과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로부터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나아가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한 권한대행은 근거 없는 괴담을 퍼뜨리며 거부권 운운하는 재계의 요구에 흔들리지 말고 즉시 상법 개정안을 공포하라.

재계는 연일 이번 상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을 왜곡하고 호도하는 것일 뿐이다. 재계는 첫째로, 충실의무를 주주로까지 확대하면 회사나 이사를 상대로 한 소송이 늘어 기업의 경영을 위축시키고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주 충실의무는 기업의 모든 일상적 경영 활동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인수합병, 연구개발 등을 위한 의사결정이 이사회나 주주총회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결정된다면 일부 주주가 반대하더라도 주주 충실의무 위반을 위반한 것이 아니며, 소송 대상도 되지 않는다. 주주 충실의무는 그러한 의사결정을 할 때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다른 소액주주의 피해를 야기해선 안 된다는 취지이다.

둘째, 이번 상법 개정안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사실과 멀다. 오히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주주 권익을 보호하고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왔다. 또한, 주주 충실의무는 앞서 말했듯이 기업의 모든 경영 활동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며, 현행 상법에 대한 법원의 해석과 판례만으로는 주주 권익이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주주총회에서 선출된 이사는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당연한 판례가 쌓이면 주주 충실의무의 구체적인 내용도 형성될 것이다. 자본시장법만 개정하는 것은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반주주에게 피해 입히는 행위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기 때문에 대안이 될 수 없다. 주주 충실의무는 일반주주들이 지배주주로부터 차별받지 않도록 공정한 시장을 만들고 경제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주춧돌이 될 것이다.

셋째, 국내기업들이 외국투기자본에게 공격받게 된다는 주장도 괴담에 불과하다. 재계가 이번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외국계 펀드가 이사 선임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런 사례라도 제시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런 사례를 찾기 힘들다. 설령 이사 선임에 의견을 낸다고 해도 그것은 주주로서 당연한 권리이다. 2대주주가 최대주주와 적대적이면서도 비슷한 지분을 가진 회사라면 외국계 펀드와 연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런 회사이면서 동시에 외국계 펀드가 노릴 만한 회사인 경우가 과연 한국에 얼마나 있겠는가.

소송 남발 때문에 상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재계의 주장에 ‘계속 소송 당할 만한 일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일반주주들이 분노하는 것이 한국 시장의 현실임을 재계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 시장이 주주 보호 시스템의 국제적인 기준을 맞추지 않는다면,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계속 외면받고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애초에 충실의무 확대와 상법 개정은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이었다. 국민의힘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멈추고, 주주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막는 재계의 확성기를 자처하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 주주 충실의무는 투명한 시장경제를 위한 첫걸음일 뿐이다. 만약 이번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정부와 여당은 주주와 시민의 분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상법 개정안을 신속히 공포하고, 국회는 공정한 시장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추가 입법 논의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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