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무력화가 ‘약간의’ 위험감수라 여기는 한심한 금융위원회에 대한 논평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언론에 출연해 재벌, 대기업의 은행소유를 허용하는 금산분리 완화정책을 주장한 것에 대한 참여연대 반박논평입니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너무 떨어져 추가적인 자본확충이 필요한데, 공적자금 투입을 안 하려면 산업자본이 투자에 참여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경우, 대주주가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의 수익성 여부에 대한 은행의 판단은 뒷전이 될 것이고, 쌈짓돈인양 은행돈을 갖다 쓰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 경우 은행 부실을 막을 수 없게 되고, 예금자 보호 등을 위해 정부는 은행 부실을 메워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즉, 어차피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되는, 마찬가지 결과가 올 것이므로, 은행의 자기자본 부족이 이유라면 차라리 국민을 설득해서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낫다는 취지의 논평입니다_편집자.>
저축은행 부실화의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오늘(12/30)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약간의 위험을 택하더라도…(금산분리 완화에 대비해)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발언했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위원장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는 불과 얼마전 대주주에 대한 불법대출로 부실화된 전북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는 감독당국에게, 저축은행에는 그러한 안전장치가 없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사전적 규제나 사후적 감독장치가 부족해서 올해만도 3개나 되는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고, 4개 저축은행이 인수합병되었는가. 금융기관에 대한 사전적 규제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사후적 감독 및 처벌 또한 무력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은 감독행정의 일선에 있는 이 부위원장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소규모 저축은행의 부실을 메우기 위해서만 11조원 이상이 투입된 상황에서 금산분리 무력화로 인해 대규모 시중은행이 부실해질 경우, 얼마나 많은 혈세가 낭비될지 “약간의 위험을 택”한 댓가를 안이하게 인식하는 감독당국에 대해 참으로 우려스럽다.
이 부위원장은 오늘 방송에서 경제살리기를 위해 은행의 대형화가 시급하고, 은행에 대주주가 없어 신규자본출자가 쉽지 않고, 따라서 공적자금 투입 논쟁이 계속 되고 있기 때문에 산업자본이 여유자금을 투자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제조업 등 산업자본의 건전성을 감시하고 금융자본을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은행의 역할인데, 역할수행이 어려울 정도로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됐다고 해서 감시 대상자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은행의 사회경제적 역할을 보다 널리 알리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 부족한 자본을 공적자금으로 확충하는 것이 바른 수순일 것이다. 감시 대상자인 산업자본에 의해 유린된 이후에 그 부실을 메우기 위해 공적자금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선제적 지원을 통해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는 데 국민적 공감이 훨씬 더 크다.
또한 금산분리 원칙은 실물경제 위축 및 금융 불안이 진행 중인 현 시점에서 오히려 더욱더 확고히 지켜야 할 원칙이다. 금융기관을 통한 기업구조조정이 요구되는 현 상황에서 금산분리 원칙을 유지하는 것은 기업구조조정이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필수적 전제조건이다. 특정 산업자본의 지배를 받은 금융기관이 어찌 관련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한편 이 부위원장은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게 되었을 경우,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자기자본의 25% 이하 또는 투자한 자기자본 비율대로만 대출할 수 있도록 대주주의 대출한도를 제한하고, 지분율 이상 경영 지배를 막기 위해 이사선임 수를 제한하며, 은행을 소유한 대기업에 부실징후가 발견될 시 감독당국의 자료요청권을 행사하는 것 등을 규제방안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이같은 규제방안은 ‘상호저축은행법’에도 이미 적시돼 있는 것들로, ▲개별차주에 대하여 자기자본의 100분의 20 이내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한도를 초과할 수 없으며(제12조 개별차주 등에 대한 신용공여의 한도) ▲대주주가 발행한 주식을 1만분의 10과 10억원중 적은 금액 이상 취득하지 못하며(제12조의2 대주주가 발행한 주식의 취득요건 등) ▲대주주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금지(제12조의 3) ▲대주주 등에 대한 신용공여를 거의 전면적으로 금지(제37조 대주주등에 대한 신용공여의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다수의 저축은행이 대주주에 대한 불법 또는 편법대출로 부실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의 대주주에 의한 사금고화를 막기가 어렵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를 눈앞에 두고도 재벌, 대기업에 은행소유를 허용하는 정책을 고수하는 정책당국의 진의가 참으로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참여연대는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는 것은 비단 원론적인 의미에서 금융기관의 건전한 경영을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처럼 재벌들의 영향력이 강한 경제 환경에서는 경제력 집중을 통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재벌, 대기업이 은행까지 소유하게 되었을 때, 시장에서의 견제, 감시 기능이 유명무실해질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국가경제가 일부 재벌, 대기업에 좌우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금융당국 등 정부와 한나라당은 경제살리기라는 미명하에 한국사회를 ‘재벌, 대기업 공화국’으로 전락시키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창용논평_20081230.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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