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위②] ‘출구전략’ 입 닫은 한국은행

[편집자주] 10월 5일부터 24일까지 국회의 국정감사가 진행됩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달 국정감사기간을 맞아 ‘정부에게 꼭 따져물어야 할 43가지 과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물론 이들 43가지 과제 이외에도 그동안 참여연대를 비롯한 개혁적 시민사회운동이 관심을 기울이고 개선할 것을 촉구한 많은 개혁과제들이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이들 과제들이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다루어진 경우 그 내용을 소개하는 [2009 국정감사에서 다룬 문제]를 시작합니다. 의원들의 합리적인 문제지적, 피감기관의 대답,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의원들과 피감기관의 대응 등을 소개합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이하 기재위, 위원장: 서병수 한나라당 의원) 어제(15일)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하였다. 날선 공방까진 아니었지만 한국은행의 애매한 법적 지위와 출구전략에 대한 한국은행의 불분명한 입장, 기준금리와 시중금리 괴리로 인한 서민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한 한국은행의 책임 등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문이 줄이었다.


영리기업도 국가기관도 아닌 애매한 한국은행의 법적 지위와
한국은행법 개정 논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 FRB)은 미국의 거시 유동성을 통제할 중앙은행의 역할과 필요성이 제기 되면서 1913년에 설립된 미국의 중앙은행이다. 한국에서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곳은 한국은행이다. 하지만 그 역할의 차이와 책임범위는 크다. 미국의 연준은 미국 국내 및 국외에 통용되는 달러의 통화량과 미국 국, 공채의 금리 및 이에 따른 물가 조절 등의 기능을 책임지고 있다. 세계 화폐의 기준이 되고 근간이 되는 기축통화인 ‘달러’의 통화량과 환율, 그리고 미국 국채 및 공채의 금리 등이 세계 경제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중요성과 역할은 매우 크다고 하겠다.


한국은행의 역할은 한국은행법에 명확히 명시되어 있다. 한은법 1조에 그 목적이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한 물가안정’이라고 한정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등 물가 안정 뿐 아니라 금융안정 등 한국경기의 전망예측까지 법적으로 명기된 책임 이상의 소임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현재 추진 중인 한국은행법 개정안은 한은에 금융기관에 대한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등 한국은행에 더 많은 권한을 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오전질의를 통해 한국은행의 법적 지위가 “영리 사기업도 아니고, 국가에 소속된 기관도 아”닐 정도로 애매하다면서 한국은행의 현재 법적 지위를 따져 물었다. 같은 당 진수희 의원은 한국은행법 개정보다는 “지난 9월 15일 체결한 MOU(양해각서)로 해보다가 안 되면 법(을) 개정 하자”는 의견을 개진했다.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도 “저로서도 설득할 만한 논리는 갖고 있지 않다”며 현재 한국은행의 법적 지위와 현재 한국은행의 역할에 대한 괴리를 인정했다.


출구전략 “있다 vs 없다”


출구전략에 대한 여야의원들의 질의도 줄을 이었다. 민주당 강봉균 의원은 금융재정정책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면서 “출구전략 빨리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민주당 강성종 의원은 “저금리 2%가 8개월째 동결 중이다. 거기에 따른 인플레이션이나 자산의 버블 우려”된다며 “거시경제 측면 확인했을 때 부채 과도 증가를 억제하고, 경제 불안 억제 효과 있기 때문에 금리 인상, 출구전략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한다고 적극적인 출구전략 대응을 주문했다. 같은 당 강운태 의원은 “유동성 흡수 분야는 미세하게나마 이미 한국은행(이) 출구전략(을) 썼다고 밖에 볼 수 없다”하고 지적했고, 이에 대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동의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나성린 의원은 “미국과 일본처럼 저금리 정책을 너무 오래 쓰다보면 급격한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고 지적하며 출구전략 준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반면 이성태 총장은 “출구전략 의미가 분명치 않고 (논의) 실익은 없다.”고 발언하며 “당분간 금융완화를 유지한다”면서 출구전략의 시점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 또한 “한시적이고 일부 미시적인 출구전략 조치들은 (이미) 다 하고 있다.”며 시점 논의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제) 안정돼 보이나 근본적인 원인이 치유되지 않았기 때문에 충분히 충격이 올 수 있고, 금융 공정성 강화에 힘써야 할 때”라고 지적하며 그 개선책으로 “금융안정보고서 쓰는 취지가 (유동성 위기 원인 분석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강만수 경제특보가 얼마 전 “출구전략을 쓰던 안 쓰던 더블딥이 올 수 밖에 없다”고 한 발언한 데 반해 윤증현 장관은 같은 날 오히려 “내년엔 (경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 정부의 일관된 정책을 주문하며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실제 성장과 잠재성장”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도 11월 이후 이성태 총재가 달라졌다며 이총장의 일관적이지 않은 시장 시그널을 지적하기도 했다.


날아다니는 시중금리,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국은행의 현실


이 날 국감에서는 기준금리가 2% 초저금리인데도 불구하고 시중금리는 너무 높다며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8월 대출금리가 5.61%에 달해 기준금리에 비해 무려 2.82배나 된다“고 지적하며 “한국은행이 시중금리 책임지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 또한 “(2007년과 비교했을 때) 금리 격차가 올해 들어서는 3%포인트를 넘어섰다”며 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방법을 한은이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양석 의원도 “기준금리 인하가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지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시중금리는) 자금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기준금리와 일률적이지 않다.”면서 “그 통제가 바람직하냐는 생각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사실 한국은행에게 시장의 적정금리까지 책임지라는 의원들의 발언은 한국은행의 법적권한을 생각한다면 다소 무리한 주장일 수 있다. 미시적으로 쓸 수 있는 한국은행의 소소한 대응도 수요공급 수준에 맞춰 금리를 조정하고 현금을 시장에 유통하는 것 외에는 유동성을 잡기에 다소 부족해 보이는 역할들뿐이다. 이 총재도 “한은이 가진 수단은 기준금리를 정하고 그에 맞게 채권을 매매하는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 유동성 팽창속도를 조절하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준금리가 현재의 시중금리를 따라오지 못하는 것인지, 시중금리가 기준금리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판단은 일단 둘째 치고라도 현재 기준금리와 시중금리의 괴리가 큰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이에 대해 한국은행이 취할 수 있는 방법도 마땅치 않은 상황인 듯싶다. 장밋빛은 아니더라도 한국경제 전망이 무궁화나 백합정도는 된다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예상과는 다소 차이가 나는 시장의 현실인 듯싶다.


말말말
민주당 김효석 의원


여러분은 화도 안나나?


(유동성 관리 한국은행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지적하며)



민주당 강봉균 의원


“겁먹지 말고 제대로 대답해봐라.”


(거듭된 의원들의 출구전략 질문에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대답을 회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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