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고인의 명예회복 출발점은 진상규명부터다

업무과중과 스트레스로 몰아가는 것은 진상을 호도하는 것

유철환 · 정승윤 직무에서 손 떼고 조사와 수사에 협조해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이 어제(19일) 정례 브리핑에서 부패방지국장 직무대리의 사망 사건에 대해 “신고사건 처리에 관련된 외압은 없었다”며 “자체 조사는 시급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고 유족들이 더 깊은 상처를 받지 않도록 부디 정쟁을 중지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부부 명품 수수 신고사건 등과 관련해 고인에 외압을 행사했거나 사건의 부당한 처리를 주도했다고 의심되는 최고책임자 중 한 사람인 유 위원장 본인이 외압은 없었다며 정당한 진상규명 요구를 ‘정쟁’이라고 폄훼한 것이다. 유 위원장의 발언에서는 고인의 억울한 죽음에 조금의 책임감도 느낄 수 없을 뿐 아니라, 이 사태를 축소 · 왜곡하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유철환 위원장과 정승윤 부위원장은 고인의 죽음과 관련한 권익위의 입장을 밝힐 때마다 유족에 대한 지원 운운하며 “순직 급여, 정부 포상, 특별 승진” 등을 잇따라 강조하고 있다. 권익위에 접수된 주요 사건들 앞에서 법과 양심에 따르려던 고인의 죽음이 순직으로 인정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유 위원장과 정 부위원장이 당연한 순직 처리 절차를 무슨 대단한 대책이라도 내놓은 양 반복해 강조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유 위원장은 진상조사가 착수되지도 않았음에도 외압은 없었다고 단정하고, 고인의 죽음의 원인을 업무과중과 스트레스로 축소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 사건의 파장을 축소하고 여론을 호도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고인의 명예를 지키고 유족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둘러싼 진상을 철저히 밝히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유철환 위원장과 정승윤 부위원장이 한 공직자의 억울한 죽음에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면, 우선 고인과 유족,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부터 하라. 진상규명을 외치는 정당한 요구를 정쟁으로 몰면서 고인을 입에 담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 유 위원장과 정 부위원장은 당장 직무에서 손을 떼고 국회의 진상조사와 수사기관의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그것이 반부패총괄기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권익위와 고인의 죽음의 책임자인 두 고위공직자가 보여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논평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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