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장의 핸드폰 교체 배경, 증거인멸 의심
수사 외압의 실체 뿐만 아니라 세관 경찰수사 진행도 점검돼야
경찰청 대상 국회의 국정감사가 내일(10/11) 진행된다. 백해룡 경정의 폭로로 제기된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8월 국회 청문회까지 개최되었지만, 백 경정과 증인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의혹의 당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부인하면서 진상 규명이 소강 상태로 접어든 상태이다. 그러나 의혹 당사자들이 부인한다고 이미 진행된 수사 외압과 관련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만큼 내일 경찰청과 15일 서울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규모 마약 밀반입 과정에서 세관 직원들이 연루되었고, 세관 직원에 대한 경찰 수사와 브리핑을 막기 위해 관세청, 경찰청, 심지어 대통령실까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중대한 범죄행위이며 국기문란이다. 지난 8월 청문회 경과를 돌이켜보면, 김찬수 전 영등포경찰서장은 ‘용산’을 언급한 바 없다고 했고, 최형욱 서울경찰청 폭력계장, 강상문 서울경찰청 형사과장, 김봉식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등은 사건 이첩 지시가 아니라 이첩 검토를 지시했다며 수사외압을 부인했다. 또한 고광효 관세청장은 인천세관 직원과 감사담당관을 보내 브리핑 내용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은 기관 간의 업무협조 요청으로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증인들의 수사 외압 의혹 부인에도 예정되었던 브리핑이 연기되고, 그 과정에서 3차례에 걸쳐 보도자료가 수정되며 세관 관련 내용이 삭제되었다. 또한 2023년 10월 10일 브리핑 이후, 그 전까지 잘 나오던 영장이 발부되지 않아 수사가 난관에 부딪히고, 백 경정은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되어 수사팀이 해체된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김찬수 당시 영등포 경찰서장을 비롯해 조병노 전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 등 경찰수뇌부와 관세청이 전방위적으로 개입하거나 압력을 행사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 모든 과정이 조직 보위를 위한 관세청장의 과잉 대응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엔 석연치 않고, 납득도 어렵다. 관세청장이 입김을 넣는다고 경찰 조직 전체가 움직일 리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고광효 관세청장이 외압 의혹 주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이 통신사들이 양부남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15일과 올해 7월 17일, 7월 21일에 휴대폰을 교체했는데, 지난해 10월 15일은 국정감사 때 세관 직원들이 마약 밀반입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을 당시였다. 올해 7월 17일은 공수처가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조병노 경무관 수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온 당일이다. 세 번째 휴대폰을 교체한 7월 21일 다음날에는 관세청의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가 있었고, 23일에는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됐다. 너무 잦고 공교로운 휴대폰 교체는 증거인멸을 위한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그런 만큼 이번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관세청장 윗선 등 수사 외압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규명되어야 한다.
또한 세관 직원에 대한 경찰 수사와 브리핑을 막기위해 외압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규모 마약 밀반입 과정에 세관 직원이 연루되었다는 혐의에 대한 수사 자체도 점검해야 한다. 마약 밀반입 과정에 세관 직원이 협조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범죄행위이자, 마약 단속에 있어 국가 시스템의 붕괴라고 할 수 있다. 마약 운반책 진술의 신빙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으나, 사건 수사팀은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현재까지 세관 직원 7명을 입건했다. 개인적인 일탈이나 비위로 보기에는 너무 많은 수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10일 영등포경찰서의 브리핑 이후 연달아 영장이 기각되고, 핵심 증거인 CCTV에 대한 영장이 발부되지 않아 수사가 답보상태에 있는 만큼 국감에서는 세관 직원들에 대한 수사사항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또한 백 경정의 주장에 따르면 영등포경찰서에서 적발하기 이전인 2023년 2월 27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신준호 부장검사 등은 김해공항에서 말레이시아 공범 3명을 체포하고, 이중 1명으로부터 2023년 1월 27일 말레시아 조직원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사실을 자백받았음에도 수사하지 않았다고 한다. 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2023년 1월 23일부터 2월 5일까지 총 6번에 걸쳐 20여 명의 말레이시아 조직원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마약을 밀반입하였는데, 국가안보와 관련해 최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국정원, 기무사, 관세청 직원까지 파견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세관 마약 수사외압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을 제출했다. 수사 요구에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국민적 의혹이 있다면 청문회, 국정감사, 특검 등을 통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국회의 당연한 역할이다. 이번 국정감사는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규명의 전환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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