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국무총리 행정조정실과 한국행정학회가 어제(4월 12일)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특별세미나 “공직부패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통해 정부 부패방지종합대책의 대강이 밝혀졌다. 특별세미나에서 발표된 연구용역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부패방지종합대책은 공직자윤리강령과 부패방지정책위원회를 골격으로 추진될 것이 유력하다고 할 수 있다.
2. 발표에 따르자면, 공직자윤리강령은 현행 공직자 윤리규정의 추상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부정부패의 세밀한 영역까지 거미줄처럼 통제할 수 있도록 제정될 예정이다. 한편,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될 부패방지정책위원회는 반부패 정책의 조사, 개발, 교육, 홍보기능 등을 총괄하며, 감사원, 검-경 사정기구 등과의 실무협의회를 활성화함으로써 부패통제기관의 다원적 협력체계를 구축, 정부사정기능을 일원화하게 된다.
3. 세세한 공직자윤리규정, 반부패정책의 종합적 관리, 사정기구간 다원적 협력체계 등 정부추진 반부패종합대책이 지향하는 기본내용은 그간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운동진영과 학계에서 일관되게 주장해온 것으로서, 과거에 비해 크게 진일보한 방안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 하는 반부패종합대책은 몇가지 점에서 지난 수년간 국민 앞에 약속해 왔던 사항을 도외시 한 채 추진되고 있다.
4. 우선 세미나 발표자료는 ‘부패방지기본법’ 제정 방향에 대해 언급하면서 “부패방지기본법은 글자 그대로 기본법적 성격을 지니도록 주요 항목의 기본내용만 담는 방향으로 압축하여 정리하고, 그 구체적인 실행기준들에 관련한 사항들은 대통령령(공직자 행동강령)으로 별도 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공직자윤리법을 세밀화시켜 부패방지법속에 대체입법화하자는 참여연대 부패방지법안과 국민회의 안의 기본정신을 도외시하고 이를 대통령령 수준으로 격하시켰음을 의미한다. 부패방지법이 골격입법형식으로 추상화되는 것은 오랜 관료주의의 폐해이지 따라 배워야 할 금과옥조가 아니다. 세세한 공직자윤리규정을 국회에서 법규로 정하지 않고 위임입법(행정입법)인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은 이 규정들의 제개정 과정에서 국민과 국회를 배제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5. 또한 독립적인 사정기구에 대한 대책 없이, 대검 중수부와 다를 바 없는 검찰총장 산하 공직비리수사처에 공직자 비위수사기능을 맡기는 방안을 채택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고위공직자비리에 대한 특별수사(특별검사)기능을 갖춘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신설은 시민단체가 추진해온 부패방지법안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독립적인 사정기구 에 대한 전제가 충족되지 않은 부패방지정책위원회는 사상누각이라 할 수 있다.
6. 현재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반부패종합대책 혼란스럽기 그지 없다. 국무총리실은 부패방지법보다는 상대적으로 공직자윤리강령을 상대적으로 강조하는 듯한 행보를 취하고 있고, 법무부는 반부패대책에서 특별검사제적 요소를 배제하고 부패사정기능을 검찰내부에 두려는데만 집착하고 있으며, 감사원은 반부패대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으며 별도의 부패방지대책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해 오고 있다. 애초 부패방지법안을 발의했던 여당은 이 논의에서 사실상 주도권을 잃고 정부눈치만을 살피고 있다. 이렇듯 정부와 여당 내부의 목소리가 분산되고, 부처의 이기주의가 논의를 가로막는 등의 상황을 놓고 볼 때, 현재의 상황은 정부의 현란한 대책안 발표에도 불구하고 거국적인 부패방지종합대책마련에 있어 매우 중대한 위기상황이라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정부여당의 이런 일관성 없는 움직임들을 보면서 정부가 과연 부패방지법 제정 의지가 있는가?, 혹시 부패방지법을 알맹이 없는 추상적 법률로 만들기 위한 물타기의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7. 부패방지종합대책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그동안 정부여당이 국민 앞에 해온 강력한 부패방지법의 제정이라 할 수 있다.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서는 반부패종합대책의 기본토대가 부실해질 수 밖에 없다. 그 점에서 총리실과 정부여당은 일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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