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세탁방지법 등 표결 앞두고 국회의장에게 보내는 편지
자금세탁방지법이 정치자금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계좌추적권이 삭제되는 등 개악된 상태에서 오는 28일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이에 부패 방지입법 시민연대는 25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돈세탁방지법, 부패방지법 등은 이번 6월 임시국회에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민연대는 또한 “돈세탁의 규제대상 범죄에 정치자금법 위반죄가 포함되고 금융정보분석원에 계좌추적권이 인정되는 자금세탁방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연대는 아울러 “의원들은 기명투표를 통해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고 개개인의 정치적 소신을 자신을 선택해준 국민들 앞에 당당히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연대는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참여하는 `본회의 방청인단’을 구성, 28일 본회의 표결시 의원들의 표결결과를 하나하나 기록하고 이를 인터넷을 통해 시민들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시민연대에서 이만섭 국회의장에게 자금세탁방지법안의 본회의 표결시 기명투표를 제의할 것을 촉구하는 편지를 싣는다.
국민의 대표로서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회 의장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여·야는 어제 9인 회의를 열어 정치자금을 자금세탁의 처벌범죄에서 배제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오늘 본회의에서 표결처리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이제 지난 4년을 끌어왔던 자금세탁방지법안의 본회의 처리 순간이 몇 시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존경하는 의장님, 온 국민을 고통의 시름 속으로 밀어 넣었던 IMF 경제 환란의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 나온 지 이제 경우 1년 남짓 되어 갑니다. IMF 경제 환란 위기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불법정치자금을 매개로 재벌과 결탁한 정치권이 비합리적인 정책결정을 내리고 이로 인한 시장구조의 왜곡이 곧 경제위기로 이어진 것이 아닙니까? 이러한 경험으로부터 우리는 투명한 정치자금의 흐름을 포착하는 것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어 경제위기를 예견하고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애초 부패척결과 정경유착 근절이라는 국민적 기대를 안고 출발한 자금세탁방지법안은 이제 구색 맞추기 법안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경제 구조를 왜곡하는 검은 돈의 거래가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영역이 정치자금과 관련된 거래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이 법이 ‘애초 마약이나 불법무기로부터 발생한 범죄수익의 자금세탁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법일 뿐 정치자금은 포함되지 않는다’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결국 정치자금을 포함하기로 한 이전의 합의를 뒤집어 정치자금을 배제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는 IMF 경제위기의 주범인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를 정치권 스스로가 청산할 의지가 없으며 정치권이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라는 세간의 여론을 반영하는 서글픈 한국정치의 한 단면입니다.
존경하는 의장님, 현행 국회법(112조)에 따르면 법안의 표결방식은 전자투표에 의한 기록표결이 원칙입니다. 이는 국가의 장래를 결정짓거나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한 의제에 대해 개개 의원들이 국민의 대표로서 어떠한 판단을 내렸는지를 공개하도록 하여 의원들의 책임성을 높이고 국민들이 간접적으로 의정 활동을 감시·평가하도록 고안된 제도입니다. 그런데 현재 전자투표에 의한 표결장치는 장비의 교체작업으로 인해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경우 국회법은 다시 기립표결의 방식을 택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부당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금세탁방지법과 부패방지법과 이에 대한 개별 의원들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여부는 이미 전국민적 관심사가 되어 있습니다. 개개 의원들이 부정부패의 척결을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에 부합하는 표결을 하였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그 결과에 대해 국민들이 엄정한 책임 추궁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표결결과는 공개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국회의장님께 국회법 제 112조에 따라 법안의 공개·호명표결을 제의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존경하는 의장님, 국회가 정치권의 당리당략과 정치권 이기주의를 감싸는 방탄막이가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국회는 국회의원의 편에 있을 때가 아니라 국민들의 편에 서 있을 때만이 존재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간곡하게 법 112조 2항에 따라 국회의장님께 법안의 공개표결을 위한 제안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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