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이해충돌 규제방안 마련 움직임은 긍정적
1. 고위 공직자의 주식보유 및 거래에 따른 이해충돌 문제와 관련해 정치권이 이를 규제할 제도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의 권영세 의원은 ‘백지위임신탁(Blind Trust)’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자윤리법개정안을 발의했고 민주당 역시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의 임기 중 주식거래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뒤늦게나마 정치권이 주식보유에 따른 이해충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규제하는 법률을 만들기 위해 나선 것은 매우 긍정적이고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현재 제출된 법안의 미흡한 부분에 대한 보완적 검토와 함께 차제에 그동안 제기되어 온 공직자윤리법의 미비점까지도 아우르는 전면적인 법개정에 나설 것을 당부한다.
2. 권 의원은 “재산공개대상자가 소속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인정되는 일정규모 이상의 영리사기업체의 주식에 대하여는 재산공개대상자에게 신탁을 명”하도록 했다. 주식 보유로 인한 이해충돌을 해소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매각 혹은 처분을 권고하는 것이다. 신탁은 매각을 보완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개정안에 근본적인 이해충돌 해소방안인 매각권고가 빠져있는 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주식보유가 제한되는 영리사기업체의 범위와 규모 역시 좀 더 엄격해야 한다. 권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공직자윤리법상의 취업제한대상 영리사기업체의 주식에 대해서만 이를 규제하게 되며, 결국 자본금 50억원 이하의 영리사기업체의 주식은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이들 기업체의 주식가치는 공직자의 정책결정 등에 훨씬 민감하기 때문이다.
3. 또한 주식거래내역의 심사와 업무연관성에 대한 판단과 신탁명령의 주체를 공직자윤리위원회로 규정하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구체적인 실사, 조사를 할 수 있는 인력 등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며 공정성과 객관성, 그리고 전문성에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의 주식거래내역 심사와 이해충돌 여부의 심사를 감당할 수 있도록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기능과 구조가 보완되지 않는 한 그 실효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4. 한편 지난 5월 23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민주당도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의 임기 중 주식거래를 금지하고 블라인드 트러스트를 도입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공직자윤리강령이 규제하고 있는 직무상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 외에도 고위공직자에 한해서는 임기 중 주식거래를 금지토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임기 중 주식거래를 금지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임기 후 매각할 수 있다면, 정책결정을 통해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해충돌 문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기 전에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라도 공직에 취임하게 되면 이해충돌 여부를 심사하여 매각하도록 하거나, 백지위임신탁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보다 강력한 실천의지와 규제를 위해 강령이 아닌 공직자윤리법에 이 명시해야 한다.
5. 고위공직자의 업무관련성 있는 주식 보유 문제는 이해충돌의 전형적인 예이다. 고위공직자의 주식 투자로 인한 이해충돌을 보다 효과적이고 철저하게 규제하기 위해서는 ▲공직자윤리법에 주식거래 내역에 대해 신고를 성실히 하도록 규정하고, 거래내역을 공개하여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인지 여부를 일반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공직과 이해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주식 등에 대해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이를 심사해 매각 및 처분 등을 요구하고 이를 어길 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야 하며 ▲공직자의 주식보유가 이해충돌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 백지위임신탁을 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만들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이처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치권의 입법 움직임을 계기로 이해충돌에 대한 심도깊은 논의를 바탕으로 공직자윤리법의 전면 개정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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