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감시센터 인사 2008-03-06   2938

유럽과 미국의 고위공직자 검증방법

이 글은 참여연대가 주최한 ‘이명박정부 고위공직자 인사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서복경 정치학 박사가 발제한 내용입니다.



○ 미국이 헌법과 제도에 따른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체제를 특징으로 한다면, 유럽 국가들은 정당이 핵심 검증 시스템으로 기능하는 것이 특징임.



1. 유럽 사례


○ (준)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 프랑스든 의회제인 영국이나 독일이든, 미국과 비견될만한 정밀한 인사검증 제도를 별도로 두고 있지는 않음. 유럽 국가들에서도 고위공직자를 둘러싼 스캔들이 드물지 않게 발생하지만, 인사검증 제도 마련 및 보완 등 제도적 처방이 문제 해결방안으로 대두되지는 않는 분위기임.   


○ 그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는 행정부 고위공직자 충원의 주된 풀이 정당 활동을 통해 훈련된 정치인들이며, 이미 오랜 정당 및 정치활동 과정에서 여러 가지 경로로 검증을 마친 정치인들이기 때문임.
  – 장관직에 지명되는 정치인들은 대부분 각 정당의 주요 당직을 역임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정당의 당직은 의회의원직만큼이나 공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어 당직 선거 등에서 반복적인 검증시스템이 작동하게 됨.
  – 그 결과 장관직에 이르게 되었을 때에는 정당 안팎의 충분한 검증을 거친 뒤이므로, 지명시점에서 별도의 특별한 검증절차를 필요로 하지는 않게 되는 것임. 
○ 의회제를 택하고 있는 영국에서는 총리가 지명하는 장관들이 대부분 상하 양원 의원들임.
  – 현 Gordon Brown 총리 내각 장관 22명 중 21명이 하원의원이며 1명이 상원의원임. 선출직 의회의원이므로 별도의 검증절차가 필요하지는 않음.


○ 같은 의회제이긴 하지만 독일의 경우 입각하는 장관 중 현직의원 비율이 높지는 않음. 하지만 모두 선출직 직위를 거쳤거나 공개적인 검증절차를 이미 거친 인물들임.
  – 현 Angela Merkel 총리 주도 대연정 내각의 장관 15명 중 현직의원은 3명임.
  – 장관의 전직 경력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연방 각 주 행정부 경력으로, 관련분야 주 정부 부처 장관 출신이 5명, 주지사 출신이 3명임.
  – 나머지 4명은 전 슈뢰더 정부에서 장관을 역임했던 인물들임. 


○ 대연정으로 구성된 메르켈 총리 내각 장관 중 8명은 SPD 출신이며, 총리까지 포함한 8명이 CDU/CSU 출신임. 16명의 총리 및 장관들은 대부분 오랜 정당 활동 경력을 가지고 있음.
  – 주지사 출신인 연방 재무부 장관 Peer Steinbrück는 현재 SPD 부대표를 역임하고 있고, 현직의원이기도 한 경제기술부 장관 Michael Glos는 1975년부터 지금까지 CSU 지구당 위원장을 역임해 왔으며, 주정부 장관 출신인 교육연구부 장관 Annette Schavan는 2004년 CDU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등 내각 장관들은 각 정당의 핵심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음.


○ 일찍부터 정당에 가입하여 정당 활동으로 훈련받은 후 주 행정부나 주 의회로 진출, 이를 발판으로 연방 행정부 고위공직자나 의회의원이 되는 경로가 일반화되어 있는 것이 독일 사례의 특징임. 


○ 한편 준대통령제를 취하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에도 전·현직 의원이거나 각 정당의 주요당직을 맡았던 인물이 다수를 차지함.
  – 사르코지 정부 프랑수아 피용 총리 2차 내각 장관 15명 중 하원의원 출신이 5명, 유럽 의회 의원 출신이 2명임.
  – 내무부 장관 Michèle Alliot-Marie는 현 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 UMP’에 통합될 때까지 ’공화국연합 RPR’의 대표를 역임한 인물이며, 전 라파랭 총리 내각 장관이었던 농무부 장관 Michel Barnier는 현 ‘유럽인민당 EPP’ 대표이고, 하원의원인 국방부 장관 Hervé Morin은 ‘신중도당 NC’의 대표임.


○ 프랑스의 현 내각은 현재 독일처럼 당 대 당으로 대연정을 구성한 것이 아님에도 사회당 출신 인사들이 일부 포진해 있는 등 다수당 출신만으로 내각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내각 장관들은 각 정당의 주요 당직을 맡았거나 하원의원을 역임함으로써 이미 대중적인 검증을 거친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유사함. 


○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사례는 정당이 정치인 충원의 핵심기제가 되는 정치 환경에서는 별도의 정교한 인사검증 제도가 없이도 정당 활동 자체가 고위공직자의 인사 검증 시스템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줌.
  – 정당을 통한 검증은 행정부 고위공직자 임명 시점에서 1회성으로 이루어지는 인사검증과 비교할 때 더 오랜 시일에 걸쳐 여러 활동에 적합한 검증을 할 수 있다는 점, 동시에 정당과 안정적인 결합을 유지한 장관이기 때문에 정책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음.


2.. 미국의 사례


○ 미국은 강한 3권 분립을 헌법 정신으로 채택했고 현직의원에서 장관을 충원하는 전통이 없음. 내각은 대통령의 소속정당 출신 핵심인물들이 다수 포진한 정당정부 성격보다 후보자 개인의 내각 성격이 강함.
  – 행정부 고위공직자 풀은 대통령의 개인적 연고에 구성되기 때문에, 장관 지명 전 공직경험을 통해 검증받지 않은 인사들이 상대적으로 다수 포진하게 됨.
  – 이런 이유로 미국의 백악관 및 상원의 인사검증 절차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고 세밀한 수준으로 발전되어 왔음. 장관 지명이 첫 고위공직 진출인 후보자를 걸러내기 위한 장치라고 볼 수 있겠음. 


○ 부시 행정부의 현 내각 장관 15명 가운데 장관 지명 시점 선출직 공직을 역임했거나 고위공직 경험을 가져 대중적 검증을 거쳤다고 볼 수 있는 인물은 5명 정도임.
  – 주지사 출신 장관이 4명, 주 장관 출신 장관이 1명 있음.
  – 라이스 국무장관은 전직 대학교수였고 CEO출신 장관이 4명이며, 직업공무원 출신이 2명, 법조계 출신이 2명 등임.


○ 미 행정부 직위 공직 후보자인 경우 먼저 ‘개인신상명세서(Personal Data Statement)’와 함께 백악관에서 간단한 신상자료에 대한 확인 작업에 들어가게 됨.
  – 주 확인정보는 소득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이해갈등 가능성, 과거에 속해 있었거나 현재 소속되어 있는 모든 형태의 집단을 포함한 개인사와 경력사의 모든 측면, 해당자가 행한 공식연설과 발간한 책․논문․기사, 해당사자가 소송당사자였던 법률소송이나 행정소송, 해당직위에 임명되었을 경우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정보 등이 이에 해당함.


○ 기본 신상정보에 대한 확인이 끝나면 해당자는
  – 국가기밀정보를 다룰 수 있는 직위에 적합한지 여부를 가리는데 필요한 서류(SF86),
  – 고위공직자들의 등급에 따른 재산공개서류(SF278)를 제출하고
  – 백악관은 신상정보와 동 서류의 내용의 진실성여부와 보다 세밀한 신상정보 조사를 위해 지명 30일전까지 FBI에 조사를 의뢰하게 됨. 


○ FBI는 해당자의 제출서류를 토대로 하지만 보다 광범위하게 해당자의 모든 개인적․공적 사항을 조사하게 됨. 그 내용에는 해당자의 근무경력, 개인사적 경력, 여행경력, 병력, 재정현황, 법률적 쟁송 및 법적 관계, 군대와 교육경력 등이 포함됨.
○ FBI 신원조사 보고서에서 이상이 없을 경우 대통령은 해당자를 직접 면접한 후 공식절차상으로는 상원에 지명 인준안을 제출하게 되며, 이에 따라 상원 소관위원회는 인준청문회 절차를 밟게 됨.


○ 이 시기를 전후로 대통령은 지명 후보자가 속한 이익집단을 통해 후보자에 대한 스크린 작업을 하기도 하고 언론에 미리 흘려 반응을 살피기도 하며, 특히 상원의 소관 위원회 위원장 및 소수당 간사의 의중을 살피게 됨. 이 과정에서 심각하게 부정적인 반응이 감지될 경우 후보지명을 포기하고 다른 후보자를 알아보게 됨.


○ 이익집단, 언론 및 의회에 촉각을 세우고 반응을 살피는 일은 지명 인준안을 제출한 후에도 계속되는데, 여론의 부정적 반응이 강할 경우 상원의 소관 위원회는 인준안건 상정일을 늦추거나 청문회 일자를 끌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고 이 과정에서 백악관이 자체 지명을 철회하는 일도 드물지 않게 일어남. 


○ 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상원의 인준청문회 과정에서 부결된 내각 장관지명자의 숫자는 20명이 채 안될 정도로 적음.
  – 3권 분립 하에서 대통령의 독립적인 조각권을 의회가 존중한다는 의미로 다른 공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원만한 처리를 해 준 결과이기도 하지만, 인준안 부결이나 지연의 결과를 미리 예견한 백악관의 신중한 행보도 중요한 이유임.
 
○ 상원의 고위공직자 인준권의 경우, 미 연방헌법제정자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있었던 민감한 사안이었음.
  – 찬성입장에서는 대통령의 공직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력집중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상원의 인준권으로 이를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던 반면
  – 반대입장에서는 직선으로 선출된 행정부 수반으로서 대통령의 행정부 고위공직자 임명권을 제약하는 것과, 상원이 대통령 탄핵심판권․외교정책 비준권에 더하여 고위공직자 임명권까지 갖는 것은 3권 분립 원칙과 대국민 책임성의 원리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음. 


○ 논쟁은 상원에 포괄적인 인준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결론이 남으로써 미국의 독특한 제도가 성립되었지만
  – 헌법문안이 명시하고 있는 공직의 순서(대사 및 기타 외교사절, 영사, 연방대법원 대법관 및 이 헌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고 법률에 의하여 정할 기타의 모든 합중국관직)대로 상원의 인준권 행사비중이 부여됨으로써 헌법재정 당시의 고민을 반영해 왔음.
  – 특히 대통령의 독립적인 행정부 구성권의 존중이라는 측면에서 행정부 고위공직자 인준 건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것이 전통임. 물론 집권당과 원내 제1당이 갈릴 경우 정치쟁점화되는 일이 드물지는 않음.


○ 상원은 인준안이 제출되면 본회의 보고 후 소관상임위원회에 배정하게 되며, 상임위원회는 통상 인준청문회 준비를 위한 2주 정도의 예비조사 기간을 가지고 그 후 상원규칙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실시하게 됨.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백악관이 상원의 신호를 무시했을 경우 청문회는 심각한 정치 갈등의 장으로 변화하기도 함.
  – 후보자 지명 검토 시점부터 상원의 소관위원회 각 정당 리더쉽 수준에서는 찬, 반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하는데 명확한 반대를 천명했음에도 백악관이 지명안을 관철시키고자 할 경우 힘겨루기가 시작되는 것임.


○ 지금까지 행정부 고위직 임명에서 논란이 발생한 유형은 몇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음.
  – 첫째, 뇌물, 사생활 등 윤리적으로 부적합한 유형임. 1974년 포드 대통령이 임명한 연방 에너지 청장 앤드류 깁슨은 뇌물수수 혐의가 인준청문회 과정에서 밝혀져 임명안이 철회된 바 있었고, 1989년 부시 대통령이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던 존 타워 전 상원 국방위원장은 사생활의 문제로 철회되었음.
  – 둘째, 인신공격성 발언이나 감정적 대립으로 인한 논란 유형이 있음. 클린턴 대통령이 멕시코 대사로 매사추세츠주 주지사 윌리엄 웰드를 지명했을 때 인준청문회 과정에서 윤리나 능력의 부적합성보다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둘러싼 감정대립이 격화되어 웰드가 스스로 포기한 사례 등이 이에 해당함.
  – 셋째, 야당이 인준 건을 매개로 행정부와 정치적 거래를 목적으로 하는 유형이 있음. 레이건 대통령이 법무장관에 에드윈 미즈를 임명하려고 했을 때 민주당은 그 인준을 「농가지원법」통과 약속을 받아내는 지렛대로 활용한 바 있었고 이런 사례는 인준청문회 제도의 타당성 논란으로 이어졌음. 


○ 때때로 상원의 인준청문회가 실질적인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제도로 기능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인준을 위한 형식적 절차만이 남았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일상화되어 있기도 함.
  – 정당 간 정치쟁점으로 부상한 사안이 아닌 한 백악관과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와 의원실 등에 대한 자발적 제보를 토대로 예비조사를 시행하며 별도의 조사 작업을 시행하는 사례가 많지 않으며, 필요에 따라 언론 플레이를 하기는 하지만 청문회 자체가 격렬하지 않은 사례도 많음.


○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상원의 인준권은 실제 의결절차에서 부결을 행사해서 의미를 갖는다기보다, 최종 인준권을 상원이 가진다는 상징성으로 인해 백악관의 자기절제와 예방적 신중함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데에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할 수 있겠음.
  – 미국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제도도 백악관이나 FBI, 상원의 예비조사 등 공식검증 절차의 완벽함에서 의미를 갖는다기보다, 사전에 정보를 공개하고 여론과 의회의 반응을 살피는 비공식적인 과정이 대통령의 지명안 제출 결정과정, 상원의 인준청문회의 예비조사 기간, 실제 청문회 등의 각 단계에서 작동하고 이렇게 수렴된 평가가 공식절차에서 반영된다는 것에서 배울 점이 있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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