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참여연대가 주최한 ‘이명박정부 고위공직자 인사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서현진 교수(성신여대 사회교육학 박사)가 발표한 토론문입니다.
강원택 교수님께서 발제하신 고위공직자 인선에 관한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해 별다른 이견은 없습니다. 다만 발제문의 초점이 문제점에 맞추어져 있는데 개선방향은 함께 논의해 볼 문제로 남겨두신 듯합니다. 따라서 발제문에 대한 질문이나 비판보다는 함께 고민해 봐야할 몇 가지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 토론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1. 보편적 기준과 원칙을 바탕으로 한 제도적 장치 마련 필요
이명박 정부가 20년간 수립된 관행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하였는데 이에 대해 공감한다. 그러나 이는 이명박 정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런 관행을 무시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우리 검증시스템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다. 따라서 사회적 관행을 따르도록 종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다 철저히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서복경 박사님께서 발제해 주신 해외사례에 근거하면, 한국은 유럽형 검증시스템 보다는 미국형 정밀 인사검증 제도적 처방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유럽식 책임 정당정치가 정착되지 않았고 내각구성에 있어서도 유럽처럼 오랜 기간 정당 활동을 통해 훈련받은 인사보다는 미국처럼 정치인이 아닌 외부인사가 영입되는 예가 많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의 원형인 미국에서는 내각이 대학교수, 자동차회사 대표, 기업인, 법조인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나 비정치적 인사들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Robert McNamara 국방장관은 포드자동차 대표(Kennedy 와 Johnson)였고 Henry Kissinger 국무장관은 대학교수(Nixon과 Ford)였다. 이런 신인 장관들은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정치적 경험 부족으로 인해 관료 뿐 만 아니라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과의 마찰 가능성도 높아 안정적 정국운영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미국은 청문회 전 여러 단계를 거쳐 이들의 모든 면에 대한 검증을 시도하며 이를 위한 전문 담당 인력과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은 고위공직자 후보에게 수십 개 항목에 답하는 자가진단표(?)를 나누어 주는데 후보자 본인이 이 과정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이런 다단계 검증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1차적으로 후보자에 대한 사전조사를 위해 의회 내 검증위원회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검증분야에 대한 세부항목과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한데 예를 들면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도덕성 문제는 표절, 이중국적, 병역면제, 투기, 불법투자, 탈세, 성적 스캔들 등에 대해 사전 검증하도록 해야 한다. 의심스러운 부분에 대해 후보에게 자료를 요청하고 이 자료에 대해 경찰청, 국세청, 검찰청 등 여러 관련기관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들은 도움을 받아 사실을 확인한다.
2. 여론 검증은 필요하지만 정확한 정보 제공이 수반되어야 할 것
두 분 모두 여론 검증의 필요성을 강조하셨는데 이에 대해 공감한다. 그러나 여론 검증에는 반드시 올바른 여론형성에 필요한 정보가 사전에 제공되어야 한다고 본다. 2차적으로 언론 검증을 거치는데 특히 인터넷 검증사이트에 객관적인 자료를 공개한다.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흑색선전이나 비방, 폭로 또는 어떤 해석이나 가치가 개입된 내용들은 올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를 통해 얻는 정보는 여러 각도에서 관찰이 가능하거나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기 어려운 것도 많다. 따라서 이런 정보가 제공된 다음 후보자의 능력, 인간됨, 정직함 등과 정책적 입장에 대한 여론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3. 이명박 정부의 도덕적 리더십에 대한 여론 검증의 한계
여론 검증이 중요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경우 도덕적 리더십에 대한 여론 검증은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미 예견된 일은 아니었을까? 경선초반부터 당선까지 이명박 후보의 자질 검증은 능력이나 정책 보다는 도덕성에 맞추어져 있었고 여러 가지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었지만 유권자들은 이명박 후보를 선택하였다. 따라서 이 정권의 정통성을 논함에 있어서 도덕성은 중요하지 않은 요인으로 간주된다. 즉 국민은 도덕적 문제가 있는 대통령에게 자격을 부여하였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해 철저히 검증할 명분을 스스로 잃게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4. 개인적 경험이나 전문성, 정치적 가치관, 정책적 비전 등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함
대한민국 1%로 채워진 내각이 대중을 대변하는 일은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이유는 그들이 상류층이어서 라기 보다는 그들의 경험과 가치관 등이 대중적이지 않다는 점에 기인한다. 그러므로 이들이 상위 1%라는 점 보다 이들의 정치적 경험과 가치관 그리고 비전 등에 더 초점을 맞추어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고위공직자를 위한 정치적 충원은 어느 나라든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주로 중상층, 고학력, 남자, 지배적 종교, 인종 또는 명문가 출신 등 엘리트 계층의 인사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오늘날 능력위주로 고위직 인사가 충원된다고 하더라도 학벌, 인맥, 경제력 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특정그룹에서 엘리트가 충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케네디 가문, 인디라 간디 가문, 처칠 가문 등 명문가가 여전히 존재하며 프랑스 리용의 시장직은 50년간 한 가문에서 맡았다고 한다. 소수자 출신의 고위 공직자는 주로 할당제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 충원되는 것이 현실이다.
즉 엘리트 계층에서 고위공직자를 인선하는 것은 보편적이고 현실적인 현상이며 엘리트 계층 출신 공직자가 언제나 엘리트층만 대변하는 정책을 실행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 부부의 예를 들면 Hillary Clinton은 예일대를 졸업하고 로즈법률회사 취직 후 최고가 되면서 부와 명성 그리고 인맥을 얻었지만 이를 바탕으로 빈민을 대상으로 한 무료법률 전문 상담소, 무료변호사 조직위원회, 아동 보호 기금 등 시민봉사 단체 활동에 앞장섰다. Bill Clinton은 백인이고 조지타운, 옥스퍼드, 예일대를 거쳐 최고의 엘리트가 되었지만 그의 공공정책 최대 수혜 집단은 흑인과 저소득층 국민이었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 대통령이 된 그를 흑인과 저소득층 국민들은 “the man from hope”이라 불렀다.
마찬가지로 어떤 인물들로 내각이 구성되는가가 중요한 이유는 그들의 가치관이 그대로 여러 가지 정책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조지 W. 부시의 내각 핵심인물은 네오콘 세력이었는데 이들은 뉴욕 중심의 동부와 이스라엘이라는 지연, 아이비리그 출신의 엘리트라는 학연, 유대인이면서 부부, 부자, 장인과 사위 등으로 연결되는 혈연 등의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그리고 이들이 주장한 정책은 소득재분배나 세금이 아닌 경제성장을 통한 빈곤문제 해결, 교육 및 근로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약화시키는 지나친 복지정책의 반대, 미국적 가치관과 종교적 전통 유지에 있어서 국가의 역할 강조, 선제공격도 불사하는 강경한 외교정책 등이었다. 따라서 누가 충원 되는가 뿐만 아니라 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하였고 현재 어떤 가치관과 정책 비전을 갖고 있는가에 중점을 두어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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