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24년 09월 2024-09-02   6011

[30주년 특별좌담회] 참여연대, ARE YOU READY?

패널

김건우 참여연대 정책팀장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민선영 참여연대 배움행동팀장

인터뷰

장슬기 미디어오늘 기자

사진

차종관 작가

정리

이미현 참여연대 정책기획국장

차종관

참여연대는 지난해부터 30주년을 준비해 왔다. 2023년 29차 총회에서 30주년위원회 구성을 결정하고 상근자와 임원, 회원이 함께 참여연대의 활동을 돌아보고, 조직 내부를 들여다봤다. 그리고 앞으로의 10년, 20년에 맞는 새로운 활동비전이 무엇인지 열띤 토론을 이어왔다.

10년 전 20주년을 맞아 정했던 8대 중장기 의제를 돌아보고 지금껏 왕성하게 펼친 활동도 점검했다. 성과도 있었지만 이행하지 못한 과제도 있었다. 사회변화와 시대정신에 맞게 조정하고 보다 통합적으로 활동할 필요성도 확인했다. 기후, 인구, 디지털 등 복합위기를 조망하는 종합적인 시각과 그에 따른 활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됐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앞으로 집중할 5대 의제를 뽑았다. ▲권력기관 권한 남용 감시와 주권자가 참여하는 정치 ▲불평등 완화와 돌봄 복지 ▲평화실현과 다양성 보장 ▲기후위기 대응·정의로운 전환 ▲디지털자본주의·빅테크 감시 이렇게 다섯 가지이다.

30주년 전체 논의에 참가했고 주요 역할을 맡고 있는 상근활동가 3인을 만났다. 참여연대의 변화와 나아갈 길을 토론하는 중에 있다고 한다. 이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참여연대 30주년위원회 논의 과정을 소개한다면?

김건우 참여연대가 처한 환경의 변화를 보고 한국 사회에 대한 진단을 하는 과정을 거쳤다. 우리가 활동을 잘 하고 있는지도 점검했다. 내부 거버넌스가 잘 작동하는지 보고 회원제도와 재정, 상근자 상황까지 다 살펴봤다. 진단·점검·설계라는 3단계 틀을 갖고 의제와 활동방식, 연대 전략, 재정을 다 검토했다. 이 과정을 거쳐 향후 집중해야 할 5대 의제를 정리했다. 물론 딱 5대 의제만 한정해서 활동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각 의제별로 발본적 질문들을 제기하며 전략워크숍을 해오고 있다.

김건우 정책팀장

다양한 논의가 나와서 방향 정하기 어려웠겠다.

김은정 백화점식 활동을 조정하자는 요구가 굉장히 오랫동안 있었다. 이번 기회에 그동안 활동한 모든 의제를 다 펼쳐놓고 시대적 요구, 전문성, 내부 역량 등 기준을 두고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했다. 많이 추려진 것은 아니지만 전체를 점검한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가 있다. 5대 의제는 앞으로 우리가 활동의 구심점으로 삼겠다고 정리한 결과이다. 하나의 중요 의제에 여러 활동기구가 함께 할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뽑아낸 결과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기후위기와 같은 신규 의제는 조직개편과 어떻게 연결되나?

김건우 기후위기는 사회경제 전반의 변화를 초래하는 크로스컷 이슈다. 그래서 각 부서가 기후위기 과제를 다루는 것으로 할지 새롭게 활동기구를 하나 더 만들어서 대응할지 고민이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개별 활동기구를 추가로 만드는 것을 지향하고 있지는 않다. 초기 인큐베이팅 작업은 정책기획국이 주도하고, 이후 사업 집행은 전략사업단 형식으로 만들어서 영역별 전문가, 상근자들이 와서 같이 대응 활동을 할 것 같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환경단체와 다른 점이 있다면?

김건우 ‘참여연대다운’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건 어쨌든 국가 정책의 적절성과 이행 감시, 국회 역할과 입법 과정들을 보는 거다. 산자위, 환노위 등 상임위 모니터링을 하면서 정부의 책임을 살펴보거나, 2030 NDC1 이행을 위해 국회 역할을 촉구할 수도 있겠다. 에너지 전환 가운데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한전이나 공공기관이 더 역할을 하도록 촉구할 수도 있다. 물론 밀양 송전탑 문제는 한전이 초래한 비극인데, 그렇다고 한전을 다 쪼개버리거나 해체할 수는 없다. 한전을 시민의 통제하에서 공적 역할을 더 잘 수행토록 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잡고 있다. 우리 스스로 풀어내기 힘든 의제인 것은 사실이다. 연대활동에도 적극 결합함으로써 힘을 보태야한다.

내부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진단도 있었을 것 같다.

민선영 참여연대 내부 거버넌스로 인해 어려움을 느꼈다거나 혹은 바꿔야 할 부분이 극명하게 눈에 보였던 경우는 사실 없었다. 내부 회의 자료나 정보에 거의 다 접근 가능하다. 매주 금요일 전체 간사 조회나 팀장회의에서 활동이나 안건에 대해서 공유하고 서로 의견을 나눈다. 상임집행위원회 논의까지 팀 회의를 통해 공유받는다. 조직의 의사결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오랫동안 지켜왔던 절차이다. 왜 이런 결정이 나오게 되는지, 그 맥락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과정들이 있다.

30년 된 조직인만큼 세대 갈등도 있을텐데 젊은 활동가로서 어떻게 보나.

민선영 성과를 내기 위해 선배 세대들은 논평 잘 쓰고 기자회견 잘 하고 정책 감시하고 국회에 입법 활동 잘 하는 것을 중요시 여겨왔던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은 고민이다. 여전히 대정부, 대국회 활동도 중요하지만 요즘은 대시민 활동도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다. 시민소통에서 더 필요한 재능들이 분명히 있다. 누구는 조직을 잘 하고, 누구는 카피를 잘 쓰는 것처럼 활동가마다 재능을 가진 분야가 다르다. 그런 다양한 재능을 잘 축적하는지, 조직이 잘 지켜보고 있고 이를 중요한 역량으로 인정하는지는 의문이다. 세대 차이를 언급하자면 이 부분을 꼽고 싶다.

민선영 배움행동팀장

구체적으로 빅테크 기업 감시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

김은정 참여연대는 권력감시 단체이다. 빅테크 기업 감시라는 것도 일종의 경제권력을 감시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동안 참여연대는 민생희망본부가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적 행위나 불공정 행태를 포착해 문제를 제기해 왔고, 공익법센터가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 문제에 대해 추적하고 인공지능 규제 장치 마련에 힘을 쏟아왔다. 다만 가짜 뉴스 생성이나 차별 혐오 강화 같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아직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의 경제 권력과 다르게 빅테크 기업들은 현재 규율하는 법령이 없는 사실상 진공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시민사회나 국회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즉각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게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제대로 규율하는 법과 제도 그리고 감시 체계를 마련하는 게 우선 필요하다.

빅테크 기업이라고 하면 국내기업을 주로 이야기 한다.

김은정 플랫폼의 독점과 불공정 문제를 제기하면 나오는 불평은 ‘국내 플랫폼 기업만 문제 삼는다’, ‘혁신이 저해된다’, ‘우리 플랫폼 시장이 해외 기업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플랫폼 기업의 독점과 불공정을 규제하지 말라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나하나 차근차근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다. 지금은 빅테크 기업에 대한 국내외 규제 현황과 인공지능 기술로 인한 규제, 사회적 논의 등을 학습하고 논의 중이다. 각자 다른 포인트를 보고 있는 여러 부서가 공동의 목표를 만들고 어떻게 통합적으로 대응할지가 논의 과제로 남아 있다. 민생희망본부와 공익법센터가 각각의 활동을 어떻게 더 풍성하게 할지, 빈 공간은 누가 어떻게 채울지,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은 전략 사업단 같은 협업 구조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김은정 협동사무처장

인공지능 같은 기술문제는 설명하기 조차 어렵다.

김은정 최근 공정위가 쿠팡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과징금 1,628억원을 부과했다. 쿠팡의 검색 알고리즘 조작에 활용된 복잡한 기술을 굳이 시민들에게 다 설명하기 보다는 쿠팡이 알고리즘을 조작하는 불공정 행위로 소비자를 기만하고 판매자에게 손해를 끼쳤으니 법과 제도를 만들어 그런 행위들을 하지 못하게 하자는 설명이 참여연대가 잘 할 수 있는 접근법이다. 기술까지 전문적으로 파고 들어가는 게 우리의 역할은 아니다. 적정선에서 우리의 역할을 포착하고 이슈를 제기하기 위해 상황을 현명하게 보는 게 필요하다.

새로운 활동을 준비하느라 소홀해지는 활동도 있지 않나

김건우 5대 의제냐 6대 의제냐 이런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것은 혁신이다. 혁신의 의미는 의제를 어떻게 유효하게 만들 것이냐를 말한다. 우리는 감시자로서의 사명이 있다. 매일매일 발동하는 권력을 감시하는 것인데, 시민운동의 힘은 무엇이 권력인지 규정하고 권력의 관계망 안에서 핵심을 포착해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것을 감시하고 개혁하는 것이 특정한 이해가 아닌 공동선의 추구라는 것을 다수 시민들에게 설득해내는 게 보통의 시민운동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권력관계가 바뀌고 감시대상을 둘러싼 환경, 제도의 배치, 힘의 관계 등이 바뀌면 우리의 전략도 바뀌거나 다른 모양으로 재규정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의 의제는 선명성이나 고유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차원에서 의제의 혁신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제안된 전략워크숍은 각 의제의 현재적 의미를 규명하고, 접근·대응전략을 논의함으로써 낡은 의제도 살아있게 만드는 중요한 작업이다.

시민없는 시민단체라는 지적이 있다. 천만당원 시대 시민단체에 대한 효능감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민선영 시민단체 활동가의 입장에서 우리 운동에 호응하는 시민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참여연대는 특정 정당만 지적하는게 아니라 국회 내 거대 양당의 책임을 요구한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도 쓴 소리 하는 참여연대를 지지할’ 시민이 필요하다. 아카데미느티나무가 참여연대 운동과 관점에 대해 토론의 장을 만들어 볼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30주년 논의에서 아카데미느티나무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은정 참여연대는 당사자, 피해자와 함께 하는 활동을 놓지 않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 쿠팡에 쓴소리 하기 어려운 판매업자, 최근에는 티몬 피해자들까지 약자 중심에서 활동 해오고 있다. 현장에서 시민과의 연결점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30년 전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강화해 가야 할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김건우 대변형 운동단체라고 하는데, 누구의 목소리를 대변 할 것이냐에 따라 우리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그런 면에서 정치적 편향성이라는 비판을 듣는 것도 사실이다.

친민주당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논의했나?

김은정 참여연대는 권력감시 운동도 하지만 민생 운동도 하고 있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법 하나가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민주당과 협업해서 중요한 민생 법안을 정비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금투세와 종부세 등 이슈에서는 완화 목소리가 나오는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한다. 쓴소리 할 때는 하고 협력할 때는 협력한다. 물론, 친민주당 성향으로 비춰지는 것에 내부적으로 토론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수의석 야당과 협력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내버려두고 손을 놓을 수는 없기 때문에, 그런 비판은 입법 운동을 하는 단체에서 지고 가야 할 숙명이라고 본다.

30주년 계기로 내외부 의견을 많이 들었겠다.

민선영 회원100인 숙의토론에서 청년들이 관심 가질 의제를 더 전진 배치하자는 의견을 많이 주셨다. 청년참여연대는 지난 10년 동안 청년 의제를 다루면서 청년을 대상화하지 않으려는 조직적 논의를 했다. ‘시민자력화’라는 방향 하에 청년들이 와서 직접 활동하고, 청년들이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게 하는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 청년들에게 더 많이 가닿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이 사업을 이끌어가야겠다는 생각이다.

김건우 2013년에 이어 10년 만인 작년에 국민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참여연대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줄어들었고, 신뢰하는 그룹과 신뢰하지 않는 그룹이 극렬하게 갈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사회의 진영화, 양극화가 참여연대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명확히 드러난다. 대통령과 싸우고 싶어 하는 시민들은 참여연대를 좋아한다. 민주당과 인적 네트워크의 친화성을 갖고 있고 세계관도 유사하다. 그러다보니 생산하는 정책들도 비슷하다. 유사성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점점 더 일체감이 강화되는 경향에는 큰 문제의식을 느낀다.

2000년대 초반 진보정당들이 갖고 있던 색깔있는 정책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민주당에 수렴되거나 그 계보가 다 사라졌다. 정의당이 원외로 퇴장한 상황을 잘 들여다 봐야 한다. 우리는 선거를 치르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로부터 ‘심판’받을 일이 없다. 그만큼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이점이 있으나 정당에 비해 시민들의 정서와 반응을 기민하게 살피지 않는 측면도 있다. 더 시민에 가까워져야하고 예민해져야한다. 그러나 역시 특정정파나 진영에 속한 시민들에만 치우쳐서는 안될 것이다.

30주년 이후 어떤 변화를 기대하나?

김은정 경제 성장 외에 다른 사회적 가치들의 중요성이 다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한 뼘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참여연대가 얼마만큼을 기여할 수 있느냐가 30주년 논의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시도도 필요하다. 다만 10가지의 목소리를 내던 단체가 3가지의 목소리만 내려면 목소리는 더 힘이 있어야 하고 더 정교해야 한다. 그러려면 더 많은 고민과 실력을 담아내야 할텐데 이런 점은 압박이 되기도 한다.

민선영 요즘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신뢰도가 높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서 커뮤니티를 찾는 것이라 본다. 이런 점에서 청년참여연대라는 커뮤니티와 청년들을 연결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청년과 시민단체와의 접점이 줄어들고 있는데, 그 접점을 늘리려는 고민도 지속하고 있다.

김건우 전체적으로 사회가 퇴보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민주주의와 인권 상황이 어렵다. 개인적인 희망을 말하자면 우리가 ‘민주주의와 인권이 실현되는 희망의 공동체 만들겠다’고 선언했는데 참여연대가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 같은 역할을 했으면 한다. 회색지대라는 말을 들을지언정 참여연대가 정파적, 당파적 이해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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