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24년 09월 2024-09-02   5551

[이슈] 다시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합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고도성장에 종언이라도 고하듯 아침 출근길에 성수대교 붕괴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이듬해에는 삼풍백화점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최악의 대형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연이은 대형 참사는 부패·비리·부실 공화국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민주주의의 토대는 허약하고,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한반도에 전쟁 위기마저 고조되던 그 시절. 민주화 이후 시민들의 개혁의 열망은 컸지만 낡은 것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새로운 것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그 시절에 참여연대가 깃발을 올렸습니다.

참여연대 30년, 회원들과 함께 많은 변화를 만들어왔습니다

2023. 9. 6. 제29차 창립기념식 ⓒ장은혜

1994년, 참여연대는 ‘참여’와 ‘인권’의 희망의 공동체 건설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첫 시작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국민생활 최저선 확보 운동이었습니다.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한 내부비리 제보자 보호 운동, 부패방지법 제정 1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했고, 성역과도 같았던 사법 분야에 감시를 천명했습니다. 재벌 대기업의 불법 행위와 부실 경영에 책임을 묻기 위한 소액주주운동을 고안하고, 쉽게 무시되거나 부당하게 침해당하는 삶 속에 작은 권리를 찾는 일에도 힘을 기울였습니다. 시민이 제안하는 한반도 평화 체제 구상을 밝히고, 분단국가에서 넘보기 어려운 국방·안보 영역의 민주화를 위해 감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성역에 도전’하는 용기 있는 행동으로 불리기도 하고, ‘계란으로 바위 치기’에 비견되기도 했습니다. 기꺼이 그 길에 동참해주신 회원들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더디지만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으로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참여연대가 창립 20주년을 맞던 2014년,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업과 정치가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시하고, 노동자의 목숨이 일터에서 파리목숨 취급을 받고, 국가의 책임성과 공공성이 허물어져버린 현실을 직시할수록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흘렀습니다. 참여연대는 지금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범국민 운동에 책임 있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시민의 힘으로 이룬 박근혜 탄핵 촛불 운동, 문재인 정부 집권 시기 개혁과제 관철을 위한 활동에도 힘을 다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멈춤 없는 활동으로 법제도 개선과 같은 눈에 띄는 성과도 만들어냈고, 시민의 참여와 연대의 힘으로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들을 한걸음씩 진전시켜 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고 무한경쟁의 쳇바퀴 위에서 각자도생하고 있습니다.

특혜와 특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몸부림, 자신들이 쌓은 성을 지키고자 하는 권력자들의 욕망도 그대로입니다. 게다가 불평등의 심화, 기후위기, 인구위기, 지역소멸의 위기 등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위기가 해일처럼 몰려오고 있습니다.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지혜와 마음을 모아야 하는 시기에 정치는 작동 불능 상태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반도 정세도 요동칩니다. 남북이 서로 간의 위협 수위를 최고조로 높인 채로 긴장 국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2014~2024 주요 활동

2014
· 세월호 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활동
· 보편적 기초연금 도입 촉구활동
· 20주년 선언문과 성찰과비전보고서 발표
· 청와대, 법무부 검사 파견 현황 보고서 발간


2015
· 비례대표제 확대 정치개혁캠페인
·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방해 정부 시행령 반대 운동
· 청년참여연대 발족
· 서촌 노란리본공작소 운영(매년 4월,~현재)
· 팟캐스트 ‘참팟’, ‘책사이다’, ‘아시아팟’ 제작(~2022년)


2016
· 청와대 100m 앞 촛불행진 금지 불복 소송 승소
·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 유권자 운동
· 가습기참사 책임 불매운동과 징벌적배상법안 청원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통령과 이재용 등 고발


2017
· 박근혜 정권 퇴진운동과 촛불대선 정책관철 운동
·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금감원 감리 요청
·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과 선거법 개정 캠페인


2018
· 특수활동비 실태 분석·공개로 국회 예산 대폭 축소, 5개 기관 폐지
· 이재용 삼성그룹 승계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검찰 고발
· 임대기간 10년 연장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 종합부동산세 세율 정상화 운동


2019
· 참여연대가 최초로 제안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통과
· 청와대 앞 1인 시위 금지 손해배상 승소
· 대한항공에 대한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활동 촉구
· 참여연대와 함께하는 회원·SNS 친구 25만 달성


2020
·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 청원
· 한반도 종전 평화 캠페인 발족(~2023년)
· 소득기반 전국민고용보험 도입 제안


2021
· LH공사 직원들의 사전투기 의혹 발표 및 공익감사청구
·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 손실보상 법제화 촉구
· 공공병원 확충 캠페인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 본부 연대 활동
·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연대 활동


2022
· 온라인플랫폼 갑질과 독점 근절 위한 활동
· 대통령관저 100m 집회금지, 유권자 선거 표현의 자유 침해하는 공직선거법 93조 등 헌법불합치 결정 (참여연대 헌법소원 청구)
· 〈월간참여사회〉 발간 27년, 300호 발행


2023
·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 대통령과 대통령실 공수처 고발
· 전세사기특별법 제정
·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촉구 활동
·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 실현 20만 서명 유엔 전달


2024
· 대북전단살포 단속 촉구 시민캠페인
· 대통령부부 청탁금지법 위반 무혐의 규탄 활동
· 종부세·금투세·상속세 폐지 및 완화 저지 활동
· 30주년 맞이 회원 100인 숙의토론

위기에 맞서 변화하고 도전하겠습니다

안팎의 상황이 쉽지 않지만 이럴 때일수록 처음의 자리로 돌아와 참여연대의 역할과 사명을 다시 생각합니다. 참여연대에 대한 회원과 시민의 기대와 요구는 분명합니다. 국가 권력의 남용을 철저히 감시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앞에 놓인 구조적 위기, 사회적 위협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와 연대의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고, 사회경제적 약자를 옹호하면서 어려움에 처한 이웃의 손을 더 힘있게 잡는 참여연대가 되라는 것입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진행된 30주년위원회 논의의 결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참여연대가 자임해온 국가 권력의 남용을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지속하는 가운데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사회에 초점을 두고 기후위기, 인구위기, 불평등 심화, 안보 불안 등 새롭게 등장한 위기에 대응하는 활동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통합·유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30주년위원회 논의에서 가장 큰 화두는 지속가능한 기반 마련을 위한 재정 안정화 대책이었습니다. 참여연대는 ‘회비로 재정 자립’을 조직 운영의 중요한 목표로 삼아왔습니다. 지난 30년간 참여연대의 정기회비 규모는 꾸준히 상승해 왔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신규 회원 가입이 다소 정체되어 지난 몇 년간 적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엔데믹 이후 조직적인 자구 노력과 회원 확대 캠페인을 통해 2023년부터 반등세로 돌아섰지만, 안정적인 사업 추진과 조직 운영을 위해 특단의 노력이 요구됩니다.

1994~2024 참여연대 회원수

참여연대의 3대 재정 원칙인 ‘회비 우선의 원칙’,‘비의존 원칙’, ‘정부 지원금 거부의 원칙’을 확고히 지켜가면서, ‘회비로 재정 자립’을 위해 신규 회원 확대 캠페인에 최우선적으로 집중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이를 위해 활동 전반에서 시민참여 활동을 더욱 강화해 지지 시민을 늘리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우리는 20주년에 ‘나눔과 협력의 재정’을 역량 강화를 위한 중요 과제로 정한 바 있습니다. 재정 위기의 상황에서도 참여연대가 이 방향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확인했고, 앞으로도 연대와 협력을 위한 재정·인적 역량의 배치를 강화해 나갈 것이 제안되었습니다.

시민참여와 소통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면서 지난 10년 간 유입이 현저히 낮아진 2-30대 청년 세대와 만나기 위해 청년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청년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 방식 개발에 우선 투자할 것을 결의했습니다.

30주년위원회 논의를 통해 시민의 참여와 연대가 사회변화의 수단이자 새로운 공동체의 기본 원리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현장밀착형 활동, 당사자 지원·연대 활동의 강화를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소수자, 약자와의 연대에 방점을 두고 국경을 넘은 연대 활동도 이어갈 것을 다짐했습니다.

정치·경제·안보 권력에 대한 감시는 더 집요하게
기후위기와 디지털자본주의 대응으로 활동은 더 확장하겠습니다

서른 살을 맞는 참여연대는 밀려오는 복합위기와 전환기적 정세를 직시하면서 새롭게 나아가고자 합니다. 정치·경제·안보 권력에 대한 감시를 더 집요하고 촘촘하게 하겠습니다. 기후위기와 디지털자본주의에 대한 대응을 새롭게 시작하겠습니다. 복합 위기에 걸맞게 보다 통합·유기적으로 사고하고 활동하겠습니다.

이러한 방향에서 30주년 비전으로 정리된 5가지 주요 활동 의제를 소개합니다.

첫째, 창립 때부터 이어온 권력의 권한 남용 감시와 주권자가 참여하는 정치를 위해 활동하겠습니다. 87년 헌법 체제로 민주주의의 외형은 갖춰졌지만 내실을 다지는 일은 여전히 요원합니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된 현행 대통령제를 비롯해 권력구조 전반에 대한 개혁 방향을 제시하고 추진하겠습니다. 국가 정책에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료감시 운동을 재가동하고, 기존 의정감시 활동을 발전시켜 ‘새로운 의정감시·의정참여 모델’을 찾겠습니다. 수사기관에 대한 감시도 지속하면서 새로운 형사사법체계, 법원개혁 방안을 의제화하고 대형 로펌을 중심으로 한 법조시장의 급격한 자본화와 권력화에 대응하는 활동을 시작하겠습니다.

둘째, 불평등 완화와 돌봄 복지를 위해 활동하겠습니다. 한국 사회는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저출생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지만 대비책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누구나 공동체 내에서 존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돌봄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돌봄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겠습니다. 소득 격차와 맞물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자산불평등을 완화할 대안을 만들겠습니다. 주거 정책의 공공성 확대를 위한 활동도 이어가겠습니다.

셋째, 평화 실현과 다양성 보장을 위해 활동하겠습니다. 전쟁과 학살로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반도에서는 남북·북미 대화 채널이 모두 끊긴 채로 무력 충돌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시민 중심의 대안을 찾고 더 크게 목소리 내겠습니다. 세계가 전쟁과 학살로부터 벗어나 모두가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더 힘있게 연대하겠습니다.

넷째,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활동을 새롭게 시작하겠습니다. 기후위기는 인간뿐 아니라 비인간 존재들에게도 치명적입니다. 즉각적인 에너지 전환과 생산 체계의 전환이 요구되지만, 한국 정부와 국회는 느긋하기만 합니다. 탄소 중립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정책과 태도를 감시하고, 사회적 약자와 피해 당사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정의로운 전환’이 이뤄지도록 시민사회와 폭넓게 연대하겠습니다.

다섯째, 디지털자본주의, 빅테크 감시 활동을 더 확장하겠습니다. 디지털자본주의가 마치 새로운 혁신과 성장을 가져올 것처럼 여겨지지만 한편에서는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인권, 노동, 고용 등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등장한 신흥 경제권력인 대형 플랫폼의 독점·갑질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사회적 토론과 규제책 논의는 미진한 상황입니다. 빅테크 기업의 독점과 불공정에 대항하면서 알고리즘, 인공 지능의 활용이 인권과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감시하고 대응하겠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다양성과 공존을 부정하고 적대와 혐오를 자양분으로 삼는 극단적인 세력들이 공동체와 시민들의 연대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위태로운 조짐들이 보입니다. 우리가 어렵게 지켜온 민주주의가 붕괴하지 않도록 참여연대가 성찰과 연대, 소통을 위한 공론장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변화의 중심에는 시민참여와 연대가 있을 것입니다

참여연대는 지난 2년여간 직면한 현실과 조건을 따져보면서 안팎으로 혁신을 준비해 왔습니다. 또한 30년 전의 다짐을 되새기면서 당면한 도전적인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내적인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만들어 온 변화와 진보의 길 위에 늘 시민이 있었듯이 앞으로 참여연대가 만들어갈 변화의 중심에도 시민의 참여와 연대가 있을 것입니다.

참여연대는 더 많은 시민과 만나고 소통하면서 전환기 한국 사회의 미래와 시민의 삶이 나아지는 데 힘을 다하겠습니다. 늘 응원과 지지의 마음을 보내는 17,000명의 자랑스러운 참여연대 회원들과 함께 그 길에 서겠습니다. 함께해 주십시오.


이지현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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