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수집가 이경민이 지난해 11월 ‘저널서울’에 쓴 글의 일부다. 이처럼 나만의 서울, 각자의 서울이 존재하지만 서울이란 대도시는 몇몇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경복궁이나 63빌딩같이 상징적인 건물, 남산타워나 한강이 포함된 화려한 야경, 강남 등 일부 지역의 고액 아파트 등으로만 서울이 기억되는 이유는 뭘까. 대한민국이 곧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울은 전 국민의 관심사다. 하지만 정작 서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부족한 건 아닐까.
인스타그램 ‘서울수집(@seoul_soozip)’ 계정을 운영하는 도시수집가 이경민은 자신처럼 도시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사람들이나 서울에서도 어떤 장소에 애정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저널서울’에 담아내고 있다. 그와 ‘저널서울’의 만남도 눈여겨볼 만하다. ‘저널서울’은 은평 지역을 취재하는 ‘은평시민신문’이 만든 인터넷 매체다. 은평이 하나의 지역이듯 서울도 ‘중앙’이 아니라 하나의 지역이다. 서울에도 고유한 문화와 역사, 도시 문제와 동네 문제,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있으며 매 순간 변화하지만 이를 기록하는 이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 기록자들의 연대라고 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운영은 도시수집가 이경민의 활동 일부에 불과하다. 블로그, 브런치 등에도 도시를 ‘수집’하고 다양한 매체에 관련 글을 기고한다. 지난 2018년 《아파트 답사기》를 시작으로 《철거풍경》, 《서울탐구북》, 《Seoul, Favorite, Map》 등 독립출판물을 발간했고, 전시회도 여러 번 열었다. 그는 어쩌다 서울수집에 나섰고, 어디에서 무엇을 수집하고 있을까.

서울수집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원래 서울이나 도시에 대해 잘 모르던 사람이었다. 취업하면서 서울에 왔고 처음 3년 정도 회사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지금 내가 사는 도시에 대해 좀 알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은 큰 도시였다. 버스와 지하철 노선도 너무 복잡했고 특히 버스는 잘못 내리면 ‘멘붕’이었다. 지하철도 긴장하면서 탔다. 밤 풍경이 다 똑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서울을 더 알아봐야겠다, 이런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했다.
이전에는 어디서 살았길래, 서울살이가 서울수집이 됐나?
대구에 살았다. 살던 지역이 번화가랑 가까워 도보로 이동해 주거지와 번화가 사이의 거리감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다 서울에서 이방인으로 살다 보니 어려움이 더 크게 다가왔다. 서울의 관광 프로그램이 많은데 관련 후기를 블로그에 쓰면서 기록을 시작했다.
관광지에 비해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해선 아는 게 없었다. 역사를 좋아해서 동네의 역사를 훑으며 접근해 보기로 했다. 페이스북에도 기록했고, 그러다 인스타그램 ‘서울수집’을 만들었다.
서울을 ‘수집’하다가 도시에도 관심을 갖게 됐나?
처음에는 지역 역사에 관심을 가졌다. 건물 하나하나를 보면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공간이 어떻게 구성이 됐는지 파악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 서울역 앞 고가에 만든 ‘서울로 7017’이란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할 때 서울 여행 도보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역사적 사실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도시사史적으로 서울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들었다. 여기 참여한 이후 일상의 공간, 동네를 알아야 더 넓게 보인다는 걸 알게 됐다. 그냥 지나다니는 동네를 대상으로 그 안에서 스토리를 발굴하고 슈퍼마켓 같은 곳을 찾아 주민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얘기를 나누게 됐다. 옆집 아주머니의 얘기를 듣는 게 서울을 이해하는 좋은 방식이었다. 연도별 위성사진을 보면서 도시 계획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게 됐고, 그렇게 도시를 읽고 볼 수 있게 됐다.
서울에서 처음엔 어디에 살았나?
신림동에 살았다. 그 동네를 먼저 기록했고 이후 봉천동을 기록했는데 생각보다 관련 자료가 없었다. 행정 차원의 문서는 있는데 그 동네 살았던 주민들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다. 없으면 내가 하자는 생각에 시작했다. ‘봉천동’ 관련 웹사이트도 만들었다. 나처럼 기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도움도 되고 서로 연결돼 확장되면 기록이 쌓일 것이다.

원래 어떤 일을 했었나? 서울 기록의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대학이나 연구소에 속하지 않으면 불안정할 것 같다.
처음에는 세무회계 일을 했고, 문화기획을 하고 싶어서 서울에 왔다. 그러다 지금은 도시수집만 하고 있다. 처음에 수집을 할 때 일로 하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가볍게 하다가 그만둘 수도 있다고 생각하다가 지금은 내 일로 발전해서 오게 됐다. 금액이 크지 않지만 수익이 되는 일로 연결이 된다. 문화재단 등에서 사업을 제안해 시작했는데 사업이 없어지면 연속성이 끊기게 된다. 재개발·재건축 현장을 주로 기록하다보니 도시 문제 관련 기고 요청도 받는다. 요즘은 이렇게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점이다. 전문성을 얻고자 관련 기관에 들어가야 할지 공부를 더 할지 고민하고 있다.
도시에 대한 기록은 왜 필요한가?
기록하는 그 자체가 내가 누군지 아는 과정이다. 내가 어렸을 때 갔던 장소 예를 들면 시장, 목욕탕, 만화방 등을 떠올리고 그 공간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은 누구고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진다. 태어나고 성장한 동네의 전반을 훑으면 사람과 공간·장소와 관계 맺게 된다. 자연스럽게 내가 왜 그 동네에서 살게 됐는지, 조금 더 넓혀서 내가 살던 도시에 대한 이야기까지 생각이 확장된다. 나중에 어디서, 어떤 집에 살지도 생각해보게 되는데 이것 자체가 도시와 관계 맺으며 나를 알아가는 과정의 일부다.
수집할 때 그 공간의 역사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쓰는 것 같다. 오래된 공간이거나 잊힌 공간일수록 역사를 알아보기 더 어려울 것 같은데 이럴 때는 어떻게 찾아보나?
국립중앙도서관 자료가 방대하다. 네이버의 ‘뉴스 라이브러리’에서 옛날 신문기사를 찾아 보기도 한다. 검색해서 나오는 모든 기사를 본다. 도시를 연구하는 지인들에게 물어 논문과 책을 추천받고, 한문으로 된 과거 자료는 인공지능으로 번역도 해본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도 아카이빙이 있어 관련 글과 참고문헌을 살펴본다.
도시연구자나 활동가들은 보통 ‘기록’이나 ‘아카이빙’이라고 한다. ‘수집’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기록, 아카이빙은 정리하면서 어떻게 활용할지 목적이 있어서 주제별로 분류한다. 그런데 난 일단 모아놓고 무엇을 할지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수집하다가 언제든 그만둘 수도 있다. 그래서 ‘수집’이라고 부르게 됐다.
요즘은 어느 동네를 수집하고 있나?
동작구를 보고 있다. 노량진, 흑석동, 상도동이 재개발을 하고 있다. 부수고 있는 곳도 있고 건물이 올라가는 곳도 있고 이주하기 전 동의서 받는 곳이 다 섞여 있다.
한 동네를 수집하는 데 기간이 얼마나 걸리나?
기간을 따로 두진 않는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아현동을 집중적으로 기록했는데,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재개발 전부터 외관상 바뀐 것도 있지만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고 싶다.
재개발을 하면 보통 주택 지역을 허물고 아파트를 지을 텐데, 그 아파트 주변은 어떻게 바뀌나?
변화가 눈에 보이니 재개발 주변 지역에서는 자신의 동네와 비교하게 된다. 실제로 내 삶이 못난 건 아닌데 재건축 지역은 깨끗하게 정리되고 가게도 편리하게 바뀌고 집값도 오르니까. 과거 이용했던 장소와 거기서 교류하던 사람들이 바뀌기도 하고, 시장이 마트로 바뀌면서 물가나 소비 패턴이 달라지기도 하고, 버스 정류장 위치도 달라진다.
재개발 과정을 지켜보면서 문제점도 느낄 것 같다.
철거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다 이해되는 면이 있다. 다만 너무 빠른 속도로 이뤄지는 게 문제다. ‘모아주택’에 살다 이주한 주민 얘기를 들었는데, 세입자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누구도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1년을 자신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 채 그곳에 산 것이다. 또한 과거엔 동네마다 특색이 있었지만 재개발을 하고 나면 똑같은 풍경으로 바뀌어 단순해진다. 이제 각 동네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싶다.

첫 출판물인 《아파트 답사기》는 어떤 내용인가?
오래된 아파트를 답사해 묶어냈다. 1960~70년대 아파트는 서민을 대상으로 지었다. 단층 건물에 살다가 아파트로 이동했기 때문에 그런 특성이 녹아있다. 아파트인데 연탄을 사용하고 재래식으로 된 공용화장실을 썼다. 주택에 마당이 있는 것처럼 아파트 건물들 가운데 중정이 있다. 80년대 후반 넘어가면서 다 똑같이 생긴 판상형 아파트가 만들어진다. 아파트에 사는 걸 부정적으로 생각해 분양이 잘 안되자 돈을 쓸 수 있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줘서 분양이 되도록 했다. 강남 지역을 개발하면서 강북 살던 사람에게 넓은 평수를 싸게 주는 방식을 쓰기도 했다.
핫플레이스라고 하는 몇몇 유명 공간, 대도시 이미지만 서울의 이미지로 대표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과거 서울은 사대문 안에 한정됐지만, 이젠 확장됐다. 다양한 모습을 볼 필요가 있다. ‘이야기되지 않는 서울’이 있다. 과거의 서울과 현재 서울이 다르다는 이야기도 필요하다.
지난해 12월 서울살이 10주년을 기념해 ‘그래서, 서울수집’이란 전시를 진행했다. 어떤 의미가 있었나?
어느덧 10주년이 됐고, 다음 단계로 도약해보고 싶었다. 그동안 나 혼자 서울에 대해 얘기했다면 사람들에게 질문을 해서 ‘당신들이 생각하는 서울은 어떤 곳인지’ 질문 카드를 배치했다. 각자가 해석한 서울을 얘기한다는 의미였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은가?
사람마다 도시에 대한 경험이 다를 테니 개인별로 데이터화 시키고 싶어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것을 보고 느꼈는지 구체화하려면 최소 100명 정도 만나야 할 것 같다. 이걸 정리해 책으로 내고 싶다.
글 장슬기 미디어오늘 기자 / 사진 박상환 작가 / 영상 김서인 미디어홍보팀 활동가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