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25년 05-06월 2025-05-07   8424

[오늘하루 지구생각] 산불에 대한 오해와 진실

2025년 경북 북부 산불 ⓒ일러스트 최원형

깜깜한 밤하늘조차 검게 타오르는 듯했다. 온산이 주홍빛으로 물들다 검게 사라졌고 산의 실루엣을 따라 주홍빛 실선이 타고 있었다. 실선 너머로 크리스마스트리 형상을 한 나무들이 숯덩이가 된 채로 꼿꼿이 서 있다. 화마는 넘실거리며 지역의 경계를 넘어 숲을 태우고 마을을 집어삼켰다. 대피하기 바빠 입은 옷 한 벌 말고는 어떤 세간살이도 챙기지 못한 주민들의 사정은 하나같이 딱했다. 막막해진 내일을 근심해야 하는 그들에게 살아남았으니 다행이라는 말은 위로가 될 수 없다.

6개월 넘게 숲이며 집을 태우도록 속수무책이었다가 비가 내리고서야 불이 꺼지는 호주 산불을 본 뒤로 소방차도 어찌해볼 수 없는 불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당시 화염 토네이도 때문에 소방헬기가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 산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뉴스도 전해 들었다. 산불에 대해 그동안 오해하던 것들을 하나씩 지워가다가 어느 산불도 소방차로 끌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했다. 2022년 울진 산불, 2023년 강릉 산불 그리고 거센 강풍에 불이 날아다니며 의성에서 영덕으로 번지다 바다에 이르러서야 꺼진 올봄 경북 북부 산불까지. 결국 비가 내리거나, 흐린 날씨로 습도가 올라가거나, 바다를 만나야 불이 꺼진다. 산불은 끄는 게 아니라 ‘꺼지는’ 거였다.

아무리 인류의 기술이 정점에 이르러도 끌 수 없는 불이 산불이다. 그러기에 산에 임도가 있든 없든 산불 진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자료를 살펴보면 임도가 촘촘한 곳에 오히려 산불 피해가 훨씬 컸다. 임도는 숲의 나무를 베어버리고 만든 길인데 그런 길을 많이 만들수록 숲 바닥으로 볕이 쏟아지면서 토양이 건조해진다. 더구나 이번 산불처럼 강풍이 불의 규모를 키울 때 임도는 바람이 걸림 없이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가 된다. 바람만 지나다니는 게 아니라 불이 붙은 나뭇잎이며 가지가 날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셈이다. 임도는 불이 잘 탈 수 있도록 산소를 공급해주는 역할도 한다. 임도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엉터리 주장인지는 과학적인 지식만 조금 있어도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산불이 발생했는데 그냥 두 손 놓고 보라는 거냐며 반문할 수 있다. 그건 심리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불을 끄기 위해서 불에 맞서려고 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불이 번지지 않도록 인명피해나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곳에 저지선을 치고 계속 물을 뿌려줘야 해야 한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도로가 있다. 그러니 소방차 출동에 도로는 문제 될 게 없다.

산불 원인에도 기후변화라는 ‘만능 변명’이 등장했다. 기후변화가 원인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지만 모든 곳에 기후변화 딱지를 붙여버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지고 해마다 재난은 더 크고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와 식생대가 비슷한 중국과 일본은 산불이 줄어드는 추세인데 우리만 산불이 빈번하고 대형화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있다. 두 나라와 우리나라의 가장 큰 차이는 ‘숲 가꾸기’다. 세금을 들여 숲을 가꾼다는 발상도 터무니없지만 더 터무니없는 건 숲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거스르며 숲에 인위적인 간섭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척박한 땅에 침엽수가 먼저 자리 잡고 뒤이어 활엽수가 들어와 숲을 이룬다. 활엽수는 볕이 적어도 넓은 잎으로 햇빛을 모아가며 살 수 있다. 그러니 그늘진 곳에서도 잘 산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숲은 활엽수림으로 바뀐다. 그런데 숲을 가꾼다면서 활엽수를 베어버리고 침엽수, 그것도 소나무를 자꾸 심는다. 그래도 활엽수가 자라니 또 베어내고 잘린 그루터기에 남아있던 맹아에서 또 싹이 나 자라니 베어내길 반복하는 와중에 활엽수는 기이한 모양이 돼버렸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려는 소나무 숲이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에 이르면 분노가 치민다. 소나무의 송진은 불이 잘 붙어 나무 꼭대기까지 다 타들어 가며 불의 규모를 빠르고 넓게 키우며 숲 전체를 숯덩이로 만든다. 반면 활엽수는 불이 잘 붙질 않는다. 대형산불이 주로 발생하는 봄철에 활엽수는 물을 잔뜩 머금고 잎과 눈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산불이 발생하더라도 활엽수 숲에서 산불은 바닥에 쌓인 낙엽만 태우고 지나갈 뿐 나무는 멀쩡하다. 이번 산불도 역시 그러했다.

최근 들어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임도가 있는 곳에서 유독 산사태가 집중해서 발생하고 있다. 흙을 붙잡아야 할 뿌리가 사라지니 빗물에 속절없이 무너질 수밖에. 도대체 왜 해마다 수많은 세금을 들여 이토록 숲을 재난 덩어리로 만들고 있는 건가? 그토록 많은 예산을 쏟아부으면서도 왜 아무도 산불 재난에 책임을 지지 않는 걸까? 왜 불 끄는 전문기관은 소방청인데도 산불의 주무관청은 산림청일까? 풀어야 할 과제가 차고 넘친다. 더욱 안타까운 건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비인간의 피해를 알 길이 없다는 사실이다. 산불에 화상을 입은 동물의 피해는 집계조차 되고 있지 않다. 목숨 잃은 모든 비인간을 추모한다. 자나 깨나 불조심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고 산림 정책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목소리만이 변화를 만들 수 있다.

2025년 3월 26일, 한 시민이 산불에 관한 문구를 깃대에 붙이고 나왔다 ⓒ김서인

결국 비가 내리거나, 흐린 날씨로 습도가 올라가거나, 바다를 만나야 불이 꺼진다.
산불은 끄는 게 아니라 ‘꺼지는’ 거였다.


최원형 환경생태작가

큰유리새의 아름다운 새소리를 다음 세대도 들을 수 있는 온전한 생태 환경을 바란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착한 소비는 없다》, 《사계절 기억책》 등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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