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25년 11-12월 2025-11-04   69871

[활동가의 책장] 기술공화국 선언

황수영 미디어홍보팀 활동가

《기술공화국 선언》표지 사진.

얼마 전 팔란티어Palantir가 세계 최초로 성수동에 팝업 스토어를 연다는 뉴스를 봤을 때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미국 주식 투자자 중 팔란티어 팬이 많은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입장 대기 줄 사진까지 보니 실감이 났다. 아, 보통이 아니구나.

팔란티어는 AI 기반 빅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미국 기업이다. CEO이자 이 책의 저자인 알렉스 카프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파는 ‘쿨한’ 테크기업 쯤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주요 고객이 미군인 군사 AI 기업이다. 9.11 이후 미군과 정보기관을 지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시작됐고, 투자자는 CIA의 자회사였다.

이라크에서 미군을 공격하는 급조폭발물의 위치를 예측하는 프로그램, 미국 이민세관단속국의 이민자 추적 시스템 등이 팔란티어가 제공해 온 상품이다. 이스라엘군 역시 주요 고객이다.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이란 선제공격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모두 팔란티어의 첨단기술이 있었다. 유엔 팔레스타인 특별보고관은 가자 집단학살 지원 기업 중 하나로 팔란티어를 지목했다.

《기술공화국 선언》은 군사 소프트웨어 시장을 선도하는 팔란티어가 꿈꾸는 미래는 무엇인지 담은 책이다. 저자들은 메타나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공공의 가치가 아니라 SNS나 온라인 쇼핑처럼 자본주의 소비문화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만 몰두하여 한정된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어떤 면에서 타당한 비판이다.

그러나 이들이 추구하는 ‘공공의 가치’란 결국 미국의 패권이다. 이들은 기술이 국가를 위해, 미국과 서구가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복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래의 전쟁은 AI에 의해 좌우될 것이기에 핵무기와 같은 군사적 우위를 지금 선점해야 하며, 기술은 새로운 맨해튼 프로젝트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선언이다. 팔란티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게 일하고 있다.

전쟁은 무서운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군사 AI를 목적 의식적으로 개발하는 기업과 국가가 있지만 윤리적 문제나 통제 방안에 대한 논의는 그 속도와 에너지를 따라가지 못한다. 저들의 기술이 파괴하고, 구분 짓고, 군림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에 맞서는 우리의 기술은 무엇이어야 할까? 환대와 연결, 연대와 평화를 위한 기술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기술공화국’이라는 확신에 찬 선언 앞에 깊은 고민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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