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0년 05월 2000-05-01   1152

서강지키기 9개월간의 외로운 투쟁

영월에는 동강과 서강이 있다. 동강은 전국적으로 진행된 ‘동강살리기운동’으로 사람들에게 익히 알려졌지만, 서강의 수려함은 아직 모르는 이가 더 많다. 아마 서강의 존재에 대해선 사람들보다 천연기념물인 수달, 황조롱이, 비오리를 비롯한 철새, 어름치, 쉬리 등의 생물들이 더 잘 알고 있고, 그곳을 생활의 근거지로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태계의 보고인 서강에 언제까지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월군청에 의해 서강 상류에 쓰레기 매립장 건설이 추진중이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주민들은 만사를 제쳐두고 서강쓰레기종합처리장설치반대 투쟁위원회를 결성하고 삶터를 지키려는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서강 지킴이 최병성 씨(38세)를 만나 제천과 영월 경계를 넘을 즈음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동강 외에도 서강도 지켜야 돼?”

서강에 와있다고 했더니 전화기 저쪽에서 들려온 물음이었다. 서강은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 이유가 어쩌면 서강에 터전을 잡은 생물들에게는 더 없는 환경을 제공해주는지도 모르겠다. 이 얘기가 환경보호와 개발, 생태계 보호와 인간에 의한 자연지배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또한 서강의 쓰레기매립장 설치를 생태계 보호차원에서 무조건적으로 반대하자는 이유는 더 더욱 아니다. 본론부터 접근하자. 현재 주민들은 영월군청의 행정편의주의적 개발과 쓰레기장 부지 선정의 비민주성·조사 자료 왜곡 등의 이유로 쓰레기 매립장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영월군은 주민의견 수렴과정, 만일에 대비한 철저한 조사 및 계획에 의한 접근,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조언, 적절한 법적 절차 등의 과정을 생략한 채 공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매립장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영월군 덕상리 419번지 거리실 일대이다. 영월군이 이곳을 선정한 배경은 부지의 80% 가량이 현대시멘트 영월공장 소유지로 부지 구입이 쉬웠기 때문이라고 주민들은 얘기한다. 영월군청 환경보호과 엄기원 과장은 “그곳을 선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고려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쓰레기종합처리장설치반대 투쟁위원회 최병성 공동위원장은 “그곳보다 경사도가 더 완만하고 안전한 지역은 얼마든지 있다”며 후보지 선정에 있어서 전문가의 의견이 배제된 채 이루어진 영월군의 자체조사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쓰레기장은 침출수의 문제 등 심각한 문제를 불러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전문가들인 영월군 환경과 공무원들에 의해 후보지 선정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96년도에 영월군은 동아엔지니어링에 용역을 주어 환경성 조사를 의뢰, 그 결과를 토대로 97년 7월 영월읍 팔괴리를 쓰레기처리장 최적지로 선정했다. 그러나 팔괴리 주민들의 항의에 부딪히자 환경성 조사를 완전히 폐기처분하고 부지 구입이 쉬운 덕상리 거리실로 최총후보지로 확정했다.

주민들의 의견을 따르자면 덕상리 거리실은 후보지 선정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첫째, 비전문가들의 자체조사라는 점.

둘째, 환경성 조사는 원래 4곳의 후보지를 선정해 비교분석 해야 한다. 그러나 영월군이 자체조사한 4후보지는 3곳이 반경 700m 안에 있다. 이것은 눈가리고 아웅하기 식으로 비교분석을 위함이 아니라 한 곳이나 마찬가지인 지점을 내정해 조사결과를 한 지점으로 몰아가는 것으로 객관성을 상실하고 있다.

셋째, 영월군의 조사 자료마다 서로 다른 수치가 기록되어 있어 실제로 정확한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또한 몇 가지 중요한 자료는 수치상으로 잘못 기록되어 있다.

넷째, 쓰레기 예정지 하류에는 3곳의 취수장이 있다. 폐기물 관리법 시행령에 의하면 상수원 보호구역 및 상수의 취수원으로부터 15km 이내 지역엔 폐기물 매립을 금하고 있다. 덕상리 거리실은 장곡 취수장에서 10km, 쌍용 취수장 13km, 남면 취수장 18km 안에 존재해 쓰레기 매립장으로서의 장소로는 적당치 않다.

지난 겨울 동안 서면 옹정리, 광전리 2개 마을 주민들이 쓰레기 매립장 예정지 진입로 확·포장 공사가 이루어지는 곳에 콘테이너 박스를 마련해 숙식을 하며 반대운동을 벌여왔다. 4월 13일 투표 전에 마을 주민들은 광전리 마을회관에 모여 먼저 회의를 열었다. 주민들은 이미 영월·평창 선거구 총선 후보자들에게 이 사안에 대한 공개질의서를 보냈고, 출마한 5명의 후보들은 서강 폐기물처리장 건설에 모두 반대했다. 이날 회의 안건은 선거가 끝나는 대로 설계를 위한 측량을 시작한다는 군 방침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논의됐다. 물론 막아야한다는 의견에는 모두 합의를 했지만,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몸싸움이 예상되고 만일의 불상사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주민의 대부분이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농번기의 일손이며, 불상사가 일어났을 때 치료비나 구제비는 어떻할 것인가?

현재 영월군청 관계자는 “후보지 선정을 다시 할 의사가 없으며 진입도로 공사는 차질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4월 14일 총선 다음날 당장 영월군과 마을 주민들은 진입도로 공사장에서 대치상태를 유지하다가 해산했다. 이에 최병성 위원장은 “9개 읍면 주민대표와 시민단체, 군 관계자, 전문가로 구성된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지를 다시 추천하고 공정한 평가와 공청회 등을 최적지를 선정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태계의 보고라는 서강을 둘러보기 위해 서강으로 보트를 올리고 최병성 위원장이 노를 저었다. 최병성 위원장은 서강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영월로 삶의 터전을 옮긴 지 7년여의 세월이 지났다. 날이 갈수록 서강의 생태계적 가치와 아름다움에 감탄을 마지않던 때, 서강에 쓰레기 매립장이 들어선다는 비보를 접했다. 그무렵 그는 연구하던 분야에 대한 집필 작업을 구상하던 있던 중이라 다른 것을 염두에 둘 만한 여유가 없었다.

“처음에 이렇게 아름다운 서강이 쓰레기 오수로 더럽혀진다는 절망감이 들어 누군가가 나타나 이 문제를 해결해주었으면 했어요. 그러나 그 누군가를 기다리다간 이미 서강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기다리기엔 너무 늦었고, 그 누군가가 서강의 아름다움을 아는 내가 아닐까 생각했죠.”

그래서 그는 자기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인 이 시간을 오로지 서강에만 투자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는 사람도 없고, 쓰레기 매립장의 위험성을 주민들에게 설득하기에도 벅찼다. 그러나 이제는 주민들 또한 매우 적극적이라고 한다. 그는 “제게는 1, 2년이지만 서강을 지켜냈을 때 그 가치는 따질 수 없으리만큼 큰 것”이라며 조용히 다짐의 말을 했다.

윤정은(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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