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1월 24일 낙천 리스트가 발표되자 이에 관심을 보인 것은 국민들과 정치권만이 아니었다. 이번 총선이 김대중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를 의미하며, 이 선거결과에 따른 정권기반이 후반기 정치·경제 정책들을 가늠케하는 시금석이 되리라는 것에 대한 판단이 우리나라와 관계를 맺고 있는 각국에 있었던 것이다. 또한 이 관심 어린 주목은 시기별로 낙천 리스트 발표, 선거법 개정 공방, 마지막으로는 선거 당일에 대한 보도로 이어졌다.
물론 외신들은 선거전의 전개와 경과들을 보도하면서 중간에 나타나는 변수들에 대해 성급한 판단은 아낀 채로 “움직임들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는 신중한 보도를 해왔다.
김대중정권의 출범이래 개혁정책, 경제위기 극복을 수행하는 정권이라는 평가는 외신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선거의 승리가 개혁의 지속적 전개에 필수적인 기반안정이 중요한데 지역분할이라는 두터운 벽이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경제와 외교 측면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김 정권이지만 국내정치에서는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선거전 중 큰 변수로 보도된 것은 역시 남북정상회담의 합의보도였다.
크게 보아 한국의 정치변화에 보다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국회의원선거보다 94년 불발된 남북정상회담의 성사여부이고 남북접근이기 때문에 4월 11일, 12일 외신들은 많은 지면을 할애해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이번 총선의 결과가 한국의 대북정책 수행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었다.
이번 총선에 대해 미국과 홍콩,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신문들도 한두 차례의 분석기사를 비롯하여 보도기사를 내왔지만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우리나라와 정치 지형도가 흡사한 일본이었다.
특히 『아사히신문』은 매주 한국총선 특집란을 마련해 각 당의 소식 외에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을 자세히 소개했고(4월 4일자), “정치권에 새 바람을 몰고오는 386세대 후보들”(4월 13일자)에도 하루 치를 할애했다.
선거 이전 다소 낙관적인 새천년민주당의 선거승리를 점치던 외신들은 당일 발표에 대해 대부분 일제히 사실관계만을 보도하고 이튿날 평가와 분석기사를 내놓았다.
지지율 40% 미만 확보, 여소야대 국면불변, 지역분할 극복 실패, 총선 후 대북 접근에 야당의 반발로 난관 예상, 안정적 의석확보 위해 의원영입 불가피, 연립공작 가능성 등의 사실관계 외에도 구세대 정치인(김윤환, 박찬종, 박철언, 이종찬, 노무현)들의 대거 탈락과 차세대 지도자의 등장(일본의 경제지인 『산케이』는 이인제, 박근혜, 정몽준을 차세대 지도자로 지목했다).
『요미우리』(4월 13일자 국제면)와 같은 자민당에 가까운 보수지와 『산케이』(4월 14일자)는 선거정국 내내 자민련의 기사에 많은 할애를 하고, 간헐적으로 총선시민연대의 활동을 부정적으로 쓰고 있다. 즉 “선거법위반 사례나 지난 선거의 4배나 되는 열띤 선거공방에 불구, 정작 투표율은 57% 사상 최저치를 기록, 부패, 병역비리, 탈세 등 부정적인 기록들의 공개로 민심이 정치권으로부터 환멸, 이반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번역, 살펴보자.
르몽드 4월 11일 "한국에서 시민혁명 발발"
한국에서 시민단체가 정치권에 대항, 시민혁명을 일으켰다. 4·13총선을 앞두고 470여 개 시민단체가 연합해 총선연대를 결성, 개혁과 정치정화를 목표로 부패정치인의 명단을 발표… 부패와 분파주의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으로 마침내 시민의 심판을 받게 되었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3월 8일
"인터넷이 한국정치가에게 공포를 가르쳐준다"
4월 13일 한국의 총선일. 이번에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을 힘들게 만들 것이다. 인터넷의 홈페이지 하나가 국회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500여 명의 정책자문교수단과 변호사들이 함께 하는 총선시민연대는 인터넷으로 부적격자의 명단을 발표하며 선거의 투명한 가이드라인을 주장하고 있다. 공천은 나이나 지위, 고향, 관계, 후원금에 따라 주어져서는 안 된다. 유권자들의 지지를 오용하는 정치가는 낙선되어야 한다… 인권변호사 출신 사람을 이 시대는 요구하고 있다. 매수되지 않고 깨끗한 사람, 낙천낙선 명단 같은 것에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
타임-아시아판 4월 3일 "김대중정권에 대한 평결"
이번 총선의 최대과제는 깨끗한 선거이다…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김대중 대통령이 공약이행에 불충분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1월 낙천자 리스트가 발표되었다. 이는 국민들의 환영을 받았고 각 신문들은 1면에 그 명단을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선관위의 반발은 컸다. 총선연대는 이후 수많은 협박전화, 편지를 받았다. 급기야 대통령은 국회의원들이 선거법을 바꾸도록 지시했다… “그런 엄청난 지지를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는 다만 정치의 부패상을 전 국민에게 알렸을 뿐이다”고 박원순 위원장은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4월 13일
"한국총선을 압도하는 불신 분위기"
…종래에는 각 당 총수의 공천력이 효과적인 수단으로 쓰였지만 이번에는 시민단체들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입법과정의 부재와 부실한 민주화 개혁에 대한 반발이 시민단체의 이런 활동을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이 단체는 인터넷을 이용한다거나 거리선전, 포스터를 이용해 공격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낙선 대상자가 된 사람들은 그들의 정략을 포기하거나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이 절대다수당이 되지 않는 한 군소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과의 연립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뉴욕타임즈 4월 14일
"집권여당은 야당만큼 의석을 얻었다"
최다의석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새천년민주당은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표 이후 이전의 기대치보다 선전했다… 이번 선거의 예외적인 모습은 시민단체들이 발표한 86명의 낙선 대상자들 중 58명이 낙선했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 4월 11일 "일본의 낙선운동"
6월 총선거에 낙선운동 전개
문제가 있는 후보는 낙선시키자는 움직임이 일본 동경에서 한 시민모임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4월 10일 ‘주권자 시민연대 파도 21’이 동경의 소금정시(小金井市)에서 발족되었다. 월간지를 발행하는 사쿠라이 요시사쿠 씨 등은 한국의 활발한 시민운동을 일본에서도 실현시키겠다며, 낙선후보를 선별, 21명을 압축 발표해 낙선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의회활동에 게으른 의원과 평화·환경·인권 등의 기준으로 후보들을 평가, 입후보자 예정자중 낙선 리스트를 5월 중순경 발표할 예정이다. 사쿠라이 씨는 이 모임의 활동에 대해 자치성에서 공직선거법상 아무 문제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며 구체적인 낙선운동 방법은 검토할 것이며, 함께 할 일반 회원을 모집한다고 한다.
이처럼 전세계 주요언론들은 낙성운동을 다뤘고, 특히 『르몽드』는 “시민의식의 각성으로 변화에 대한 갈망과 저항이 대립하는 시기에,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진보가 이뤄졌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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