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 2005년 06월 2005-06-01   939

과연, 올바른 과거사법인가

지난 5월3일 국회에서는 재석 국회의원 250명 중 159명의 찬성으로 지난 해 이후 계속 논란이 되던 ‘과거청산법’(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거청산법은 현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추진했던 ‘4대 개혁법안’ 중 하나로서, 관련 시민단체와 유족회가 지난 15, 16대 국회, 아니 십여 년 이상의 줄기찬 입법 요구사항이 현실화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 동안 개별 입법으로 추진되던 과거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 침해 사건들이 하나의 법으로 통합됐고, 그것이 정치권에서 계속 논란을 벌이다가 이번에 통과된 것이다. 이로써 지난 해 10월 국회에 통과되어 현재 위원회 구성단계에 있는 친일진상규명법, 일제하 강제동원진상규명법과 더불어 일제 식민지 시기 이후 해결되지 않은 역사적 과제를 정리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과거사법 역시 그 동안 관련 시민단체나 유족들이 제기해왔던 과거 국가폭력과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으며 그 입법 취지도 상당히 흐려지고 말았다. 예를들면 조사 대상 설정에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과 대한민국을 적대시한 세력에 의한 테러, 폭력, 의문사, 학살”을 조사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 희생, 군부 독재 하에서의 각종 의문 사건 등을 조사한다는 애초의 취지를 크게 희석시키고, 거꾸로 지난 반세기 동안의 극우반공주의에 의한 피해자들을 또 한번 죽일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애초부터 이 법을 거부해온 한나라당은 통과를 조건으로 이 조항을 집어넣을 것을 집요하게 주장했다. 물론 이 외의 여러 독소조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일단 개혁법안 하나라도 통과시켜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무리하게 타협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해방 이후 처음으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문제가 공개적으로 거론되어 이제 본격적인 조사 대상이 됐다는 사실은 대단히 중요한 역사적 의의를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웃 일본의 우경화가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실패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분명하게 알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우리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사를 들추어냄으로써 유족들의 해묵은 한을 풀고, 대한민국이 이제 국민들에게 떳떳하고 대외적으로도 강한 도덕성을 갖는 국가로 거듭나고 이후 동아시아에서 당당한 주체로 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법 통과는 이제 시작이다. 법 개정을 비롯해 향후 구성될 위원회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참여와 관심이 더욱 필요하게 됐다.

김동춘 참여연대 집행위 부위원장,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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