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고 싶다면, 저축통장을 만들자
윤경 (주)에듀머니 대표j
미국에는 한 때 크리스마스 저축클럽이라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까지 1년간 매주 저축을 하는 은행 계좌이다. 크리스마스 전에는 찾을 수 없으며 이자율은 제로였다. 이 상품이 신용카드가 대중화되기 전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그 상품을 자세히 따져보면 매주 불입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할뿐더러 이자율이 0이기 때문에 수익성에서도 매력이 없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전에는 찾지 못하기 때문에 유동성마저 떨어진다.
그럼에도 이 상품이 크게 인기를 끌었던 점을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 인기의 비결이 바로 저축률이 바닥을 치고 돈에 쫓기며 사는 현재의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적은 월급으로 가계부 쓰고 저축했던 지난날
저금리가 유지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는 저축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상당히 회의적이다.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저축하면 오히려 손해 보는 일이라는 인식까지도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저축은 이자율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 물가가 올라 화폐가치의 구매력이 하락하더라도 저축은 필요한 경제적 행위이다. 경제학적으로 저축은 현재의 소비를 미래의 소비로 지연시키는 것이다. 즉 미래를 위해 현재의 만족을 제한하는 것이다.
지금보다 금융시스템이 덜 발달했을 때 우리는 개인 신용 사용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목돈 나갈 일을 미리 예측하면서 살아야 했다. 예측에 따라 계획을 해야 했고 미래 재정 계획을 목표로 정하고, 달성하기 위해 소비는 예산을 통해 신중하게 이뤄졌다.
즉 모든 일상이 일종의 프로젝트나 다름없었다. 과거의 월급날 풍경을 상상해보면서 이런 일련의 프로젝트의 행복감을 상기해보자. 월급날 월급봉투를 들고 고민을 한다. 아이들 옷도 사줘야 하고, 내년이면 큰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니 교복도 새로 사주고 입학금도 마련해야 한다. 빠듯한 살림살이 매월 조금씩 떼서 모아온 저축통장을 들여다보면 왠지 마음이 뿌듯하다. 아직 더 많이 채워야 하지만 조금씩 채워지는 통장을 보니 열심히 살고 있다는 자부심도 들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다시 한 번 마음에 다져진다.
이런 계획들을 가계부에 빼곡히 적다보면 뿌듯한 마음이 들고 그래서 남은 돈을 좀 더 아껴서 잘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가계부에 예산을 세워본다.
이런 모습이 구질구질한 것일까?
저축을 통해 현재의 소비를 미래의 소비로
행동경제학에서는 이자율도 없는 크리스마스 저축클럽이 크리스마스 전에 인출할 수 없는 불편한 저축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플러스 요소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인출이 불가능한 불편한 적립을 손실이 아닌 이익으로 받아들이며 손쉬운 인출이 편하기는 하나 결과적으로 손실로 기억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우리 월급날 풍경도 미래 예측과 저축, 그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빠듯하게 재분배해야 할 만큼 불편했으나 그것이 불행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재정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미래 재정 흐름에 대해 예측함으로써 심리적으로 안정이 됐다. 또한 목표의식이 뚜렷하며 저축을 통해 목표에 집중했기 때문에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심리학자들은 사람이 행복해지려면 목표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미국의 긍정심리학자인 소냐 루보머스키는 목표를 강조하면서 ‘행복한 사람을 찾아보면 당신은 그들에게서 어떤 프로젝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매월 생활비를 빠듯하게 조정하면서 현재의 소비를 미래의 소비로 지연시키는 경제적 의사결정은 그 자체가 행복한 프로젝트가 된다. 이자율이 0인 것은 행복한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금융을 이용하면서 지불하는 비용으로 기꺼이 지불되어져도 되지 않을까.
게다가 물가 상승 때문에 저축이 손해라는 생각자체도 이미 잘못된 생각이다. 물가가 언제나 오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전자제품의 경우 신기술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가격이 오히려 금세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조금 현명한 소비자는 전자제품의 경우 의도적으로 지연소비를 하기도 한다. 대체로 물가가 상승하는 분야는 식료품이나 생활을 위한 필수비용들이다. 이러한 소비 지출은 저축이자율로 상쇄하려고 하기보다는 임금 상승으로 구매력 감소를 극복해야 함이 맞다. 또한 저축이자율보다 자산가치의 상승이 더 빠르기 때문에 빚내서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도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저축하는 과정은 현재의 만족을 제한함으로써 미래의 소비를 늘려나갈 행복한 프로젝트이다. 행동경제학자로 유명한 프린스턴 대학교 대니얼 카너먼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갖게 된 최종적인 부의 수준보다는 변화에 민감하다고 한다. 즉 앞으로 자신의 환경이나 소득이 플러스로 변화하게 될 것이란 기대를 가질 때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뚜렷한 목표를 전제로 시작한 저축 통장이 매월 쌓이면서 미래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도록 플러스 변화가 이뤄질 것이란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심지어 심리학자들은 욕구가 실현되는 순간보다 욕구를 실현할 것이라 상상하는 시간이 더 행복하다고까지 말한다. 여행가는 날보다 여행가기 전날이 행복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적금 만기금을 찾아 가전제품을 바꾸고 휴가를 간다고 상상해보자. 저축하는 내내 행복할 뿐 아니라 만기금을 찾는 순간 커다란 성취감을 경험하지 않겠는가.
반대로 저축을 대신해 신용카드로 목돈 지출을 하는 오늘날의 보편적인 소비 태도를 생각해보자. 미래를 예측하고 예산을 세우며 신중한 소비를 해야 하는 불편은 없다. 우리는 미래의 가처분 소득을 끌어다 신용카드를 편리하게 긁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결국 월급날 대부분의 돈이 신용카드 결제금으로 빠져나가는 허탈한 경험을 반복해야 한다.
현재의 소비를 위해 미래를 희생시킨 셈이다. 그리고 그 희생된 미래는 너무 빨리 현재로 둔갑된다. 이제 우리의 월급날은 행복한 프로젝트 대신 빚 갚는 우울한 날이 되어버렸다. 신용카드로 편리하게 전자제품을 구매하고 휴가를 가지만 마음 한구석은 찜찜하다. 미래 결제금에 대한 마이너스 변화를 예측하기 때문에 우울해진다.
한때 미국에서 불편하고 이자도 없는 크리스마스 저축클럽이 인기를 끌었던 것은 바로 사람들의 저축을 통한 행복한 경험 때문이었을 것이다. 돈에 늘 불안한 우리, 저축에 대해 금리 효용만 따질 것이 아니라 숨겨져 있는 심리적 효용가치도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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