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주생명평화대행진 연속기고②] 제주해군기지 건설 9년, 새로운 냉전의 전초기지로 전락해온 제주도

2012년 강정생명평화대행진으로 시작해 2016년 제주생명평화대행진으로 이어져 온 대행진이 올해 10회를 맞이합니다. 수시로 미국 군함이 드나들며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는 강정마을에서 출발하여, 난개발과 환경파괴, 공군기지화의 우려와 도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되고 있는 제2공항 예정 부지인 성산을 지나 제주시에서 생명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대행진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사람들의 연속기고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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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2024 제주생명평화대행진 함께 걸어요!
② 제주해군기지 건설 9년, 새로운 냉전의 전초기지로 전락해온 제주도
③ ‘공군기지’로 바뀔 수 밖에 없는 제주 제2공항 막아낼 소중한 발걸음
④ 다시 제주 반바퀴!


제주해군기지 건설 9년,
새로운 냉전의 전초기지로 전락해온 제주도.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강정마을 주민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어 운영된 지 9년이 흘렀다.
그동안 제주 해군기지 주변환경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그 변화는 한마디로 제주해군기지가 지닌 잠재적 위험, 특히 한미일 해군연합의 대중국 전초기지로 전락할 위험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라 할 수 있다.

‘프리덤 에지(Freedom Edge)’로 쓰고 ‘신냉전 최전선’으로 읽다

지난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한·미·일 3국 간의 첫 다영역 연합훈련인 ‘프리덤 에지'(Freedom Edge)가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시작됐다. 해상, 수중, 공중, 사이버 등 여러 영역에 걸친 정례 훈련이 한미일 3국 사이에 실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 훈련은 29일까지 진행되었다. 3국 군은 프리덤 에지에서 해상 미사일방어, 대잠수함전, 방공전, 수색구조, 해양차단, 사이버방어 등을 훈련했다. 합참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 훈련은 “한미일이 3국간 상호 운용성을 증진시켜 나가고 한반도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안정을 위해 자유를 수호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훈련”이다. ‘프리덤 에지’란 명칭 자체가 한·미 연합훈련인 ‘프리덤 실드’와 미·일 연합훈련인 ‘킨 에지’를 합친 것이다. 미 해군에서는 핵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함과 이지스구축함 2척, P-8 해상초계기, F/A-18 함재기, E-2D 조기 경보기, MH-60 헬기 등이, 일본 해상자위대에선 이지스구축함인 아타고함, 구축함인 이세함, P-1 해상초계기 등이 한국 해군에선 이지스구축함인 서애류성룡함, 구축함인 강감찬함, P-3 해상초계기, Lynx 해상작전헬기, KF-16 전투기 등이 참여했다. 서애류성룡함과 강감찬함은 해군 제7기동전단 소속이다.

한미일 군사 연합의 첨병, 제7기동전단과 제주해군기지

제주해군기지는 해군 제7기동전단의 모항이다. 기동전단이 창설된 2010년은 강정마을 제주해군기지공사가 본격화된 해이기도 하다. 제7기동전단은 창설직후인 2011년부터 한미일 군사훈련에 참여해왔다. 그 시작은 2011년 제주남방해역에서 시작한 한미일 3국 해군의 ‘수색구조훈련’이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이 훈련을 인도적 목적의 훈련이라고 둘러댔지만, 도리어 미군은 한미일의 훈련이 ‘차단훈련’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공연히 밝혔었다. 이명박 정부는 그 밖에도 미국이 요구해온 한일 군사정보공유협정, 한일 군수지원협정 등 한일 관계를 군사동맹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협상을 비밀리에 추진하다가 그 사실이 공개되어 여론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하자 중단했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초기, 이명박 정부와는 달리 ‘균형외교’를 상대적으로 강조하는 입장을 취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탄핵 국면에서는 미국이 집요하게 요구해왔던 한일정보공유협정, 주한미군 사드배치(THAAD)의 한반도 배치, 한일 정부 간 위안부 문제 합의 등 한일 갈등 현안을 사실상 떨이처리하듯 해치웠다. 한미일은 2016년 6월 림팩(RIMPAC, 환태평양연합군사훈련)을 계기로 ‘한미일 탄도미사일 경보 훈련’을 정례화했고, 2017년부터는 대잠수함 작전훈련으로 합동군사훈련의 범위를 확장했다. 한미가 대중국 주한미군 사드(THAAD)를 성주에 배치하는데 합의하고 한 것도 이즈음이다. 사드 배치는 한중관계를 급냉시켰고, 특히 제주도는 중국정부의 대한 관광규제로 가장 큰 직접적인 타격을 입어야 했다.

윤석열 정부가 앞잡이로 나선 한미일 전쟁연합

윤석열 정부에 와서는 그동안 보수정부마저도 제한적으로나마 채택해왔던 실용외교, 균형외교가 사라지고 이념외교, 편승외교, 군사주의가 전면화했다. 윤석열 정부 대북‧대외관계 방향의 특징은 △‘힘’과 ‘군사력’을 앞세운 강경일변도의 대북 관계, △주변국 관계와 협력의 약화를 감수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및 국제전략에 편승하는 포괄적 글로벌 한미 동맹 추구, △양국간 주요 갈등현안에 관해 한국 정부가 먼저 양보하는 한일관계 개선시도로 요약된다.

윤석열 정부 아래서 한미일 관계는 군사동맹 직전 단계로까지 급진전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평화헌법을 무력화하려는 일본 우파의 역사수정주의와 군사주의를 정당화해주었기에 이 전쟁연합은 순풍을 달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강제징용문제 해법으로, 피해자들이 동의하지 않는 ‘제3자변제방식’을 제안해 일제의 강제점령과 전쟁범죄에 면죄부를 주었다. 그는 대통령 후보시절 선거관리위원회 주관 티브이 토론회에서 ‘유사시 일본의 한반도 개입’이 가능하다고 발언하고, 집권 이후에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의 역할을 강조해 논란을 일으켜 왔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동참할 것을 밝히고 한국의 전략으로 공식화했다. 한미일 정상은 2022년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에 이어 2023년 「캠프 데이비드 정신」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한미일은 군사협력을 ‘정례화’, ‘제도화’하기로 했고, 연합훈련의 범위도 ‘다영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군사협력의 범위를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로 확대했고,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위협에 대해 3자 차원에서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서로 신속하게 협의’하기로 했다. 한미일은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 문제 등을 언급하며 역내 평화와 번영을 약화시키는 행위자로 중국을 특정하기도 했다.

종합하면 한미일 군사행동의 범위는 특정 분야가 아닌 종합적인 군사행동 영역으로, 그 수준은 불가역적인 제도와 체제로, 그 활동 지역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인도-태평양과 전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그 주요 타겟은 북한, 중국, 러시아다.

‘해상안보’에서 ‘중러 억지’로

한미일 공동군사훈련은 그 가장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표현이다. 한미일 군사훈련이 최초 ‘수색 및 구조’라는 인도적 목적을 내세우면서 시작되어 이제는 한미일간의 대중국 다영역 군사훈련으로 전화된 것처럼, 미국 주도로 격년마다 진행되어 오던 RIMPAC(환태평양연합훈련)의 성격도 급격히 변화해왔다.

표면적으로는 ‘재난 대응’과 ‘해상 안보 확보’ 등을 내세워 중국과 러시아도 초대했던 과거와는 달리, 2018년부터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를 이유로 중국을 초청하지 않기로 하더니, 2022년 훈련부터는 이 훈련이 “강대국(major powers)의 공격을 억지·제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공공연히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중국과 남중국해 분쟁중인 말레이시아·필리핀 등을 대거 초청했다. 한국과 일본도 역대 최대 규모의 함정을 파견했다. 당시 이에 반발한 러시아와 중국은 같은 기간 동안 각각 일본 동쪽 태평양, 동해, 동중국해 인근에서 각각 해군 훈련을 벌였다. 『미 해군연구소 뉴스(USNI News)』는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과 동맹국 간 해군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양국 간 해군협력을 보임으로써 대응조치를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군사력 팽창 간 군사경쟁에 러시아 태평양 함대 사령부 해군력까지 합류하는 추세로 확장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1

중국 함정 타격 훈련 참가한 한국 해군

2024년 들어서는 대중국 군사훈련의 성격이 더욱 강화되었다. 한미는 미국의 퇴역 함정을 격침시키는 ‘싱크엑스(SINKEX)’ 실사격 훈련을 진행했는데, 표적 함정인 USS 타라와함의 크기가 중국 해군함정과 닮아 중국의 반발을 샀다. 중국 반관영 매체인 글로벌타임스(환구시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4만t 규모의 공격함을 운영하면서 미국이 적으로 간주하는 유일한 국가는 중국”이라며 사실상 자국함정을 겨냥한 실사격 훈련이라고 비난했다.2 이 훈련에 참여한 함정들은 제주해군기지를 모항으로 하는 제7기동전단의 함정들이었다.

해군기지를 평화의 거점으로?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자가당착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본 궤도에 오른 것처럼 보였던 2018년 10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앞바다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석하기 위해 강정마을을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주민의사에 반하는 강정 제주 해군기지 건설공사 강행에 관해 “국가안보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절차적, 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평화와 번영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강한 국방력이다. 그중에서도 해군력은 개방·통상 국가의 국력을 상징한다”고 주장하며 해군기지 건설을 정당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곳 해군기지를 전쟁의 거점이 아니라 평화의 거점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변했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군사비 지출을 확대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대양해군’에 투자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정당화했던 군사비, 군사력, 군사훈련, 방위산업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지 않았다. 도리어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소위 힘을 통한 평화, 한미일 군사협력의 제도화와 전지구적 역할 확대에 강력한 기반과 자양분을 제공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강화된 군사력을 한미일 군사협력의 제도화, 한미일 군사협력을 한반도 문제 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로 확대하고,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정조준하는데 남용하고 있다.

사실 그의 군비증강 노선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그 자체를 멈춰 세우는 걸림돌로 작용했다. 집권 기간 중 남한의 연간 군사비가 북한 전체 GDP의 1.5배에 이르렀다. 한미군사훈련은 2018년을 제외한 집권기간 내내 지속되었다. 문재인 정부 군비증강 노선은 ‘핵무기-대륙간탄도보미사일 실험유예’를 약속했던 북한의 불신과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북미간 ‘하노이 노딜’ 이후 평화프로세스의 중단과 남북관계 악화의 원인의 하나로 작용했다.

아물지 않은 4.3의 상처, 다가오는 새로운 위험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는 달리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된 이후 제주도는 평화의 섬이 아니라 다시금 분쟁의 섬이 되어왔다. 냉전이 시작되던 1948년 일어난 4.3의 아픈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고 그 때 겪은 비극의 이름조차 아직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주에는 우리가 아직 미처 알지못하는 위험이 다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주민의 반대를 억누르고 강정마을에 건설된 해군기지는 평화의 거점이 아니라 전쟁의 거점이 되었고 그 전초가 되었다. 미군의 핵항공모함 2척이 동시에 입항할 수 있는 거대한 해군기지가 아직 ‘기항지’로 운영되고 있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이 기지 건설 당시 해군이 주장했던 ‘장점’ 때문이다. 중국과 가까워 분쟁 시 빨리 출동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해군이 주장하던 제주해군기지의 장점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가까움은 제주도민들이 직면한 위험을 보여주고 제주해군기지가 지닌 취약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고 있다. 중국 역시 제주해군기지를 공격하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미일 전략 함정들이 자주 드나들거나 장기적으로 정박하기에는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민군복합항’ ‘민군복합공항’의 허구

항공모함에 탑재된 항공기가 머물 다른 군사공항이나 방공망이 취약한 상태에서는 더더욱 위험하다. 제주도에 공군력이 이용할 수 있는 군사공항 또는 민간과 공유할 수 있는 ‘민군복합공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되는 이유기도 하다. 성산에 추진되고 있는 제2공항이 군사적 용도로 사용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민군복합공항’이라고 명명하든, 순수 ‘민간공항’이라고 주장하든 성산에 지어질 공항의 목적 중 하나가 제주해군기지와 연결된 임무를 수행하는 공군을 위한 시설의 확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강정 해군기지에 건설된 크루즈항에는 16만톤급 이상의 대형크루즈함 2대가 동시에 기항할 수 있다. 미국의 핵항공모함이 정박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연간 제주를 찾는 크루즈 승객의 대부분(90% 이상)은 중국승객이거나 중국발 크루즈 선박이다. 이 크루즈항이 완공된 2017년 이후 중국과 한국 사이에는 사드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일어났다. 중국의 대한국 관광 제재 여파로 제주를 찾는 크루즈 선박이 극감했다. 그 후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크루즈 산업 자체가 위기를 맞았다. 2023년 이후 제주를 찾는 크루즈 선박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2024년부터는 대형 크루즈 선박의 강정 해군기지 기항도 빈번해졌다. 역시 대부분의 승객은 중국인이다.

이제 ‘민군복합항’은 자리를 잡아가는 걸까? 중국과 한국의 관계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제주해군기지에 중국발 크루즈가 자주 입항할 수 있을까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2023년 캠프 데이비드 공동성명이 발표된 직후 중국의 준관영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는 “공동성명은 일본과 한국이 미국을 따라 중국을 중대한 위협이자 경쟁자, 잠재적 적국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지역의 분열이 임박했다”고 논평했다. 중국발 크루즈 선박과 이제는 ‘전략적 모호성’마저 벗어 던진 대중국 (한미일)해군연합이 하나의 기지를 공유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기지건설 이래 해군은 줄곧, 해군기지 내의 크루즈 부두를 제외한 수역(입출항로 수역 등)을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제주도는 이에 반대해왔다. 2020년에는 군이 기존주장에서 물러서서 입출항로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해군기지 군사활동의 타겟이 점점 중국과 러시아로 선명해지는 상황에서도 이 균형이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평화의 섬 지키기, 내일이면 너무 늦다.

제주해군기지가 이미 건설되어 운영되고 있지만, 이 기지에 반대해야 할 이유는 과거보다 더 많아졌다. 제주도를 대중국 전초기지로 전락시키기 위한 시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사실상 이제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강정마을을 출발해 성산을 거쳐 제주까지 <2024제주생명평화대행진 “평화야 고치글라!>가 개최된다. 함께 하자. 평화를 위해 행동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2024제주생명평화대행진
  1. 한국군사문제연구원 뉴스레터, “중국-러시아 해군의 『림팩 2022』 대응훈련” [제1270호,2022.06.29] ↩︎
  2. 중앙일보, 2024.07.09.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22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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