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가자에서 온 목소리, 포화속의 아이들

글. 정예은(평화군축센터 활동가)

팔레스타인 긴급행동과 한국영상기자협회가 2025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유영길상을 수상한 작품 <포화 속의 아이들(Kids Under Fire)> 상영회를 진행하고, 가자지구 출신 기자 아슈라프 마샤라위(Ashraf Mashharawi)와 알제리계 미국인 다큐 감독 아멜 게타피(Amel Guettatfi) 두 분을 모셔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어제까지 뛰어놀던 아이가 오늘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는 한 의사의 말로 영화는 시작됐다. 다음의 장면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카메라를 쳐다보며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우리는 이 아이들이 살아있는지, 다치지는 않았는지 알 수 없다. 지난 2년 간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로 6만 9천 명에 가까운 팔레스타인인이 살해당했다. 그중 어린이는 2만 명이 넘는다. 대부분의 어린이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폭격으로 살해됐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가 낳은 극심한 기아로 사망했으며, 또 어떤 어린이들은 머리, 가슴에 명확히 조준된 총상으로 사망했다. 

<포화 속의 아이들(Kids Under Fire)>은 의료 영상과 환자 기록, 가자지구에 방문했던 미국인 의사들의 증언을 통해 이스라엘의 어린이 표적 살해 정황을 낱낱이 드러낸다. 미라는 텐트 밖에서 놀다 머리에 총상을 입은 팔레스타인 어린이다. 미국인 의사가 그를 치료했고, 그는 겨우 살아남았다. 가자지구에 간 미국 의사들은 미라와 같은 환자들을 매일 만나며, 질문한다. “어떤 세상에서 아이의 머리에 총을 쏘는 게 용납되나요?”

의사들은 미국인으로서 자신이 놓인 위치에 대해 생각한다. 미국에 살고 있고,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지도자를 뽑은 사람들이며, 그의 세금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자신도 “어느 정도는 공범”이라고 말한다. 미라를 치료한 의사는 뇌 한가운데 총알이 박힌 엑스레이 사진을 들고 미국 의원들을 찾아간다. 의원들은 그 사진이 그리 놀랍지 않다는 듯 다 반응한다. 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채로 집단학살에 공모하는 것이 아니다.

레히법(Leahy Law)은 중대한 인권 침해 행위를 저지른 해외 군사 조직 등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금지하는 인권법이다. 이 법은 콜롬비아, 나이지리아 등에 적용된 바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예외적인 심사 절차를 통해 제재의 그물망을 빠져나간다. 이스라엘의 어떤 행위에도 제재가 가해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레히법 제정에 참여한 전 미국 국무부 관료는 당시 예외 절차를 만든 것이 오판이었다고, 후회 섞인 말로 변명한다. 

다큐멘터리가 끝난 이후 이영아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의 사회로 제작자 아슈라프 마샤라위, 아멜 게타피와의 대화가 진행됐다. 두 기자는 모두 오랜 기간 분쟁지역에 대한 취재를 해온 이들이었고, 팔레스타인은 두 사람 모두에게 각별한 곳이었다. 이번의 다큐멘터리도 이들에겐 “전쟁 범죄의 근거를 찾아내는 작업”이자, 집단학살에 대한 저항이었다. 

두 사람은 집단학살을 2년간 멈추지 못한 건 정치적 의지, 결정의 문제임을 꼬집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스라엘은 명백하게 국제법을 위반하는 불법 점령과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있으므로, 법과 제도적 분석은 이제 한계를 마주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아슈라프는 이런 전쟁은 당연하게도 없어야 하고, 이 집단학살이 생중계되면서 시험대에 놓인 것은 국제사회와 인류라고 짚어냈다. 아멜도 미국이 이스라엘 지원을 멈추지 못하는 건 법의 문제가 아닌 정치적 의지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해 온 사람이라면 이들의 말에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방관과 공모로 집단학살은 악화했고, 트럼프의 위선적 결단으로 겨우 휴전 협상이 타결되었다. 피상적인 휴전 합의는 대규모 공습을 잠시 멈추기는 했지만 집단학살과 불법점령을 완전히 끝내지는 못하고 있다.  

외국인 기자의 출입 차단된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기자들은 집단학살에 대한 정확한 이야기를 전하려 애쓰고 있었다. 바로 그 이유로 표적 살해 대상이 되었다. 지난 2년 동안 270명이 넘는 기자가 가자지구에서 표적 살해됐다. 역대 전쟁 중 가장 많은 기자가 사망한 참사다. 브라운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살해된 언론인의 수는 세계 1,2차 대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서의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 이제 가자지구에는 언론인이 많이 남지 않아 팔레스타인의 소식을 접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기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취재하고 보호는 받는지에 대한 질문에 아슈라프는 자신과 동료 기자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례 하나, 새벽 세시 이집트에 있던 아슈라프에게 그의 친척이 연락한다. 폭격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학교에 모여있었고, 주변은 이스라엘의 탱크로 둘러싸여 있다. 아슈라프와 겨우 연락이 닿은 동료 기자가 현장에 가 알자지라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으며, 그제야 구급차가 출동했다. 그 자리에서 30-35명이 살해당했다. 다른 동료의 이야기, 그 기자는 자신에게 달려오던 딸이 총에 맞아 죽는 것을 보았다. 또 다른 기자는 24시간, 36시간동안 물과 소금만 먹으며 취재한다. 집중하기 어렵다. 나의 배고픔으로 괴롭고, 내 가족의 배고픔으로 괴롭다. 가까이서 같이 일하던 동료 넷이 죽었다. 그중 셋은 사망 30분 전까지 아슈라프와 연락하고 있었다. 안전 교육을 받고, 프레스 조끼를 입고 있지만 그것은 보호막이 되지 않는다. 언론사 본부는 파괴되었고, 그곳에 아카이브된 자료 79% 이상을 잃었다.  

아슈라프는 종종 이런 기억을 잊고 싶다고 말했다. 너무 고통스럽기에. 어머니를 만나면 그날이 그녀를 보는 마지막이 될 것 같아 울고, 아이들이 있는 집에 들어가기 전에는 집 밖에서 10분, 20분 더 서성인다고 했다. 자신이 살해되더라도 가족은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서구 언론은 팔레스타인의 진실을 알리는 데에 실패했다. 정부를 압박하는 도구로서 저널리즘의 역할은 쇄퇴했다. 아멜은 여론의 변화, 내부적인 노력을 통해 서구 언론도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진실이 더 빨리 알려졌다면, 더 많은 사람이 죽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언론인은 인권을 수호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세계의 모든 언론인은 책임을 느끼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무리하며, 아슈라프도 팔레스타인 뉴스를 계속 보며 진실을 정확히 알고,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의 여론, 행동이 지금까지의 변화를 만들어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했다. 그는 가자지구를 사랑하는 주민들은 가자를 다시 아름답게 만들어낼 것이라고 얘기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평화로운 사람이고, 삶을 사랑하므로, 그걸 해낼 수 있고 말했다. 아멜도 정말 그럴 것이라 덧붙였다. 팔레스타인은 해방되어 다시 아름다워질 것이다.  

이영아 팀장도 이들의 말에 공감하며, 플러스 972 기사에서 본 휴전 후 폐허가 된 집으로 돌아가는 가자 주민의 말을 전하며 대화를 마쳤다. “내가 흔들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나의 집으로 돌아간다. 여기에 돌아와서 저항할 것이다.”  

2025.11.04 가자에서 온 목소리, 포화속의 아이들 (사진=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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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에서 온 목소리, 포화속의 아이들

🎬토크 : 가자에서 온 목소리, 포화속의 아이들

🍉 초대손님

  • 아슈라프 마샤라위 (팔레스타인 기자)
  • 아멜 게타피(프리랜서 기자)
  • 조쉬러싱(알자지라 기자)

⭐️프로그램

  • 포화 속의 아이들 (25분)
  • 토크 (1시간 30분)
  • 영-한 순차통역 제공 (통역: 한나)

📍공동주최 :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한국 영상 기자협회

☎️ 문의: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02-723-4250, action4palestine.kr@gmail.com / 인스타그램 @palestinein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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