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베트남전 인권침해 진실규명을 위한 국회 토론회

오늘(11/25) 국회에서 베트남전 파병군인의 인권침해를 논의한 공개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와 민형배, 신장식, 용혜인, 이학영, 전종덕, 차규근 의원이 토론회를 공동주최했습니다.

2025.11.25 제2차 베트남전 인권침해 진실규명을 위한 국회토론회 (사진=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

지난 9월 30일, 국회에서는 “베트남전쟁 시기 대한민국 국군에 의한 민간인 및 파병군인 등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특별법안”(민형배 의원 등 30명 공동발의, 이하 베트남전 진실규명법)이 발의되었습니다. 이 법안은 한국군에 의한 집단학살 등 인권침해 사건뿐만 아니라 파병군인의 자살·전쟁 후유증 등을 조사 범위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앞서 6월 19일에는 베트남 피해생존자 초청 – 베트남전 인권침해 진실규명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고, 법안 발의 이후 개최되는 이번 토론회에서는 파병군인 인권침해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자리는 베트남전 파병군인이 겪은 군 내부 폭력, 자살·전쟁 후유증 등 인권침해에 대한 진실규명 문제를 논하는 최초의 공개 토론회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민형배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수많은 파병군인들이 전쟁터에서 구조적 폭력과 트라우마에 노출되었고, 귀국 후에도 국가의 무책임에 방치”되었다며, “베트남 민간인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 또한 진실을 알 권리와 사과받을 권리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들의 고통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국가는 진실을 마주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용혜인 의원 역시 “국가는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을 ‘국가 영웅’으로 칭송했지만, 참전군인이 겪어온 신체적·정신적 고통에는 철저히 침묵”했다며, “이제는 국가가 의도적으로 은폐해온 베트남전 참전군인의 고통을 드러내고, 병사들의 전쟁 동원부터 귀국 이후까지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한 철저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베트남전 하미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은 영상을 통해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했던 소감과 최근 행정소송 패소에서 느낀 실망감 그리고 참전군인과의 만남 등의 이야기와 함께 국회에서 진실규명에 나서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발제를 맡은 부경대 국제지역학부 노용석 교수는 “과거 권위주의 통치 시기 베트남전 파병 자체가 하나의 프로세스로 작동했다“고 지적하며, 파병 과정에서 국회에서의 제대로된 논의 과정이나 사회적 합의 과정 없이 여당의 일방적 동의로 파병이 추진된 점을 두고 “포괄적 측면에서의 위헌적 소지”가 있다며 이에 대한 진실규명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더불어 한국 사회에서 파병군인들이 겪은 정신적 후유증 등의 문제에 대해 제대로 다뤄진적이 없고 이에 대한 국가 보상의 의무가 있다면 진실규명을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베트남전 파병군인이 지니고 있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중성을 그대로 놔두는 사회적 분위기로는 과거사 청산으로 나아갈 수 없다”라며 파병군인을 영웅 혹은 가해자로 양분하는 것이 아닌 그들이 겪은 인권침해 사항을 면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첫번째 토론을 맡은 석미화 아카이브평화기억 대표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활동한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종합활동보고서에서 확인된 베트남전 파병군인 관련 사례를 소개하며, 진정 사건 중 자해 사망이 943건으로 전체의 53%를 차지하고 있는 점과 위원회가 자해 사망과 관련하여 전쟁, 잔학 행위에 대한 경험 등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유발하고 있다고 판단한 점을 소개했습니다. 또한 베트남전 파병군인을 포함한 군사망사건 자체가 직계 존비속이 진정을 제기하기 어려운 점, 다시 말해 진정사건 중심의 신청주의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서 석 대표는 <파월한국군전사>에서 밝히고 있는 ‘연도별 범죄별 발생 현황’과 ‘한국군 손실 현황’ 통계 자료를 언급하며 “1965년부터 1972년까지 자살자가 총 140명이 있는 점과 파병 기간 비전투손실이 3,736명으로 전체 사상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를 자세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숫자로만 남은 전사상 통계와 전장의 사건, 사고, 죽음에 대해 규명해야하는 것들을 진상규명 범위에 포함해야 함을 제시했습니다.

두 번째 토론을 맡은 임재성 민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TF 팀장은 발의된 베트남전 진실규명법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볼때 “파병국가가 지녀야할 책임을 가장 온전히 담은 법안”이라고 소개하며, 군인들이 수행한 전쟁에 대한 책임과 군인들을 전쟁에 밀어넣은 국가에 대한 책임을 고민한 법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파병군인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보호의무 불이행과 부작위의 문제를 소개하며, 이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현실적인 기준이 있어야 조사 기구가 판단을 내릴 수 있기에 고민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함을 이야기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한 호주군의 전쟁범죄 문제를 다룬 호주군의 ‘브레레턴 보고서’의 세부 내용을 소개하며 한국사회의 베트남전 진실규명에 좋은 레퍼런스로 참고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마지막 토론을 맡은 이상훈 前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은 2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다룬 베트남전 참전군인 실종자 문제, 전투수당 등 미지급 문제, 고엽제 후유증 문제에 대한 진정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조만간 3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하게 될 점을 언급하며, 베트남전 진실규명 문제를 진실화해위원회와 진실규명법 입법을 통해 투트랙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베트남전쟁이 매우 광범위한 문제이기 때문에 별도의 위원회에서 조사하는 것이 더 바람해보인다”며 진실규명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시했습니다. 또한 파병 결정 과정에 위헌적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만큼 그 부분에 집중해서 진상조사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목소리를 덧붙였습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고갔습니다. 참전군인 인권침해 문제 관련 국가의 보호의무 불이행 문제에 공감이 가며 제주 4.3 진실규명 사례에 비춰볼 때 베트남전쟁 진실규명 문제의 여러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 호주 브레레턴 보고서에도 여러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결코 과대 평가 되어선 안된다는 의견, 베트남 정부가 베트남전 과거사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은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 진실규명 문제 해결을 위해 베트남 정부와 소통하고자 한다면 제대로 된 준비와 계획 그리고 전망을 갖고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 베트남의 피해자와 한국의 참전군인 모두가 피해자라는 사고방식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의견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갔습니다.

사회를 맡은 양현아 교수는 최근 한국사회가 “12.3계엄을 겪으며 새로운 민주정권을 창출해낸 국가로서 희망을 갖고 있다”며 오늘 이야기된 베트남전 진실규명 문제가 “아시아 인권이라는 조금 더 격상된 포지션에서 논의되워 대한민국이 책임져야할 법적인 사항은 물론 문화적 차원에서의 결과물이 나온다면 우리사회를 보다 밝게 비춰줄 수 있을 것이라 희망한다.”며 베트남전 인권침해 문제와 관련하여 앞으로 더 많은 공론장이 열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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