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로 핵심 조항이 빠진 미완의 개정,
국회는 소위를 다시 열어 후속 입법에 나서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어제(3/24)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처리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이하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안에 “군인의 헌법 및 법령 준수 의무, 관련 교육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군인에게 헌법과 법령을 준수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교육하는 입법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지만, 이 입법논의의 본질적 취지는 위헌 위법한 명령에 대해 따르지 않을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었다. 국회는 가장 중요한 내용을 빠뜨렸다.
군인이 헌법과 법령을 따른 의무는 이 법이 아니어도 이미 현 법제에 내재되어 있다고 봐야 옳다. 이 의무를 보다 구체화하고 교육할 의무로까지 실질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불충분하다. 문제는 군인이 헌법을 몰라서 위법한 명령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위법하다는 것을 알아도 상명하복 구조 속에서 이를 거부하는 순간 항명으로 비화될 위험을 감수해야 하거나, 항명죄로 문제 삼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거부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거부할 권리의 명시다. 위헌·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 그 거부 때문에 형사처벌이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을 보호 장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가 법률에 분명히 담겨야 한다.
지난 12.3내란사태가 위헌위법한 명령에 대한 군인들의 거부권 보장의 필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박정훈 대령 ‘항명’ 사건도 왜 군인복무기본법에 위법 명령 거부권을 명시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박 대령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기록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상부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명 혐의로 기소됐지만, 군사법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고 이후 특검의 항소 취하로 무죄가 확정됐다. 중요한 것은 박 대령의 무죄 확정 그 자체에만 있지 않다. 위법한 명령을 거부한 군인이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까지 형사재판과 보직상 불이익의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는 점이 문제다. 이는 위법한 명령 거부권과 불이익 금지, 이의제기 절차, 면책 규정이 법률에 분명히 담겨야 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방부도 위법 명령 거부권 입법에 동의 의사를 밝혔고,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헌법가치 정착 분과도 이를 군인복무기본법 개정의 우선 과제로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명령거부권의 명문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표명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중이다. 국회에서도 미 여러 건의 관련 개정안이 발의돼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쟁점도, 해법도, 입법안도 이미 나와 있다. 그럼에도 법안이 소위에 묶여 있는 것은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과 유용원 의원 등 일부 국민의힘 국방위 소위원들이 ‘지휘체계 훼손’과 ‘군 기강 해이’를 이유로 위법 명령 거부권 입법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는 군을 무너뜨리는 장치가 아니라, 헌법 파괴 명령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군의 지휘체계는 위법한 명령까지 무조건 관철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위헌·위법한 명령을 제어할 수 있어야 군은 헌법 질서 안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국민의힘 의원들은 명심해야 한다.
국방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즉시 다시 열어, 소위에 계류 중인 위법 명령 거부권 개정안을 조속히 심사·처리해야 한다. 아울러 군인이 위법한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항명죄의 위험에 놓이지 않도록, 군인복무기본법 개정과 군형법 정비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군을 헌법과 법률의 통제 아래 두고, 위법한 명령에 대한 제동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최소한의 입법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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