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억제 명분으로 대미 군사종속과 역내 군비경쟁 부추기는 셈
전략무기 도입의 위험과 그 영향에 대한 사회적 검증부터 이뤄져야
어제(5/26) 국방부는 「대한민국 핵추진잠수함 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핵잠수함 사업을 국가전략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핵잠수함 도입은 단순한 무기체계 획득의 문제가 아니다. 핵잠수함 도입은 그 자체로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질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다. 한국군의 억제능력이 높아진다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한국군을 더욱 깊숙히 연루시킬 수 있는 복잡하고 위험한 선택이다. 참여연대는 한반도 평화공존과 비핵화 원칙에 역행하고 대미 군사종속과 역내 군비경쟁을 부추기는 핵잠수함 개발에 반대한다.
핵잠수함은 장시간 잠항과 매복, 원거리 기동 능력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공격무기이자 전략무기다. 결코 방어용 무기가 아니다. 수심이 얕고 복잡하며 해안선이 길지 않은 한반도 연안에서의 방위 임무를 위해 왜 핵잠수함이 필요한 지 불분명하다. 군은 핵잠수함이 북한의 잠수함 기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중 킬체인’ 전력이자 ‘응징적 억제’ 전력이라는 점만을 강조하고 있으나, 한국은 고성능의 첨단 디젤 잠수함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한편,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북한과 중국, 일본 등 이웃국가와의 군사적 긴장과 군비경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온 한반도 평화공존과 핵잠수함 보유는 양립하기 어렵다.
이재명 정부는 핵잠수함 도입을 안보 성과로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핵잠수함이라는 불확실한 미래의 ‘전략적 이득’ 뒤에는 당장 부담으로 다가오는 구체적인 군비 지출, 대미 군사협력 확대, 대중국 억제전략 편입이라는 군사적 연루 위험이 놓여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미 양국이 발표한「관세 및 안보 분야 조인트 팩트시트」에서 핵잠 도입을 대가로 국방비 GDP 3.5% 증액, 미국산 군사 장비 250억 달러 구매, 주한미군 330억 달러 지원, 전작권 전환과 미국 첨단무기체계 획득 등 직접적인 추가 군비지출이 강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중국 군사전략에 대한 한국의 역할 강화,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등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군과 한국이 보유할 핵잠수함의 동원이 예고되어 있는 것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가 전략없는 전략무기 도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핵잠수함 도입의 영향은 한반도에만 그치지 않는다. 동북아 국가들의 군사력 강화라는 연쇄 반응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일본이 주변국의 핵잠 보유를 이유로 핵잠 도입 논의를 공식화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역내 핵비확산(NPT) 체제 약화도 우려스럽다. 정부는 핵잠수함이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으므로 NPT 위반이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역내 핵무기 및 핵이용 무기체계 개발 경쟁을 부추길 것임에는 틀림없고, 이는 국제핵비확산체제의 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핵잠수함 개발 기본계획 추진을 중단하고 국회 검증과 사회적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작전범위, 총사업비, 핵연료 조달, 정비·해체, 방사성폐기물 관리 계획을 공개하고, 한미동맹 지역화와 대중국 억제전략 편입, 한미일 군사협력 확대와의 관련성을 설명해야 한다. NPT 체제와 한반도-동아시아 핵군비경쟁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독립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핵잠을 얻기 위해 합의한 국방비 증액, 미국산 무기 구매, 주한미군 지원, 조선협력을 묶어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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