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퐁니 학살 사건 상고심 지연을 규탄하며,
대법원의 신속한 선고를 촉구한다
오늘(2026. 9. 7.) 이흥구 대법관이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그가 주심을 맡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어 심리되어 온 베트남전쟁 하미마을 학살 사건(대법원 2025두34964)은 끝내 선고되지 못했다. 사건은 결론 없이 대법원에 남겨졌고, 후임 대법관이 임명되고 주심이 다시 지정된 뒤에야 심리가 재개될 것이다. 그때까지 또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다. 피해자들에게 이것은 절차의 순연이 아니라, 기약 없는 기다림의 연장이다.
두 개의 학살 사건이 지금 대법원에서 멈춰 서 있다.
1968년 2월 12일 퐁니·퐁녓 마을에서, 같은 달 24일 하미 마을에서 한국군은 비무장 민간인을 집단 살해했다. 두 사건 모두 한국 법정에서 다투어졌고, 하급심의 판단 이후 대법원 판단만을 기다리고 있다.
퐁니 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대법원 2025다211052, 민사1부)에서 법원은 2023년 2월 1심과 2025년 1월 17일 항소심에서 거듭 대한민국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2025년 2월 6일 상고했고, 그로부터 1년 7개월이 지나도록 대법원은 어떠한 판단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하미 사건 진실규명신청 각하처분 취소소송(대법원 2025두34964)은 2025년 9월 상고되어 이미 1년이 흘렀다.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겨 본안 심리에 들어갔고, 사안의 중대성이 인정되어 전원합의체에까지 회부되었으며, 원고와 피고 사이의 서면 공방도 올해 5월에 마무리되었다. 남은 것은 선고뿐이었다. 그러나 선고는 없었다.
지연의 대가는 오로지 피해자가 치른다.
학살로부터 58년이 지났다. 그날 어린아이였던 생존자들은 이제 예순을 훌쩍 넘겼다. 두 사람의 응우옌티탄 씨는 수차례 한국을 찾아 법정에 서고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살아 있는 동안 판결을 보고 싶다고 호소해 왔다. 학살을 목격하고 증언해 온 참전군인들도, 그날을 기억하는 마을 주민들도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재판이 늦어질수록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든다. 지연은 중립적이지 않다. 지연은 그 자체로 하나의 결론이며, 언제나 가해자에게 유리한 결론이다.
하미 사건은 전원합의체 사건이다. 전원합의체가 열리지 않으면 이 사건은 선고될 수 없고, 대법관이 공석이면 전원합의체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 대법관 14인 중 2인이 비어 있다.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한 지난 3월 이후 반년이 넘었고, 오늘 이흥구 대법관의 퇴임으로 공백은 두 자리로 늘어났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은 요구를 대법원과 정부에게 전한다.
하나. 대법원은 하미 사건의 주심을 즉시 재지정하고 전원합의체 심리를 재개하여,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조속히 선고하라.
하나. 대법원은 1년 7개월째 계류 중인 퐁니 사건에 대해서도 즉시 선고하라.
우리는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이 두 사건에 어떤 답을 내놓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그 답이 나오는 날까지, 피해자들과 함께 이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2026년 9월 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TF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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